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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강승모 / 유성물산교역 사장
[사람들] 강승모 / 유성물산교역 사장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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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나랏일 경험 충분히 살릴 터”

재정경제부 노른자위 부서의 과장이 ‘유동골뱅이’ 사장으로 이례적으로 변신했다.
가업을 잇기 위해서다.
지난달까지 18년간 경제부처에서 근무한 강승모(41) 사장은 재경부 금융협력과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2월초부터 유성물산교역 www.yudong.co.kr 대표이사를 맡았다.
공무원으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온 그였기에, 주위의 아쉬움과 반대가 대단했음은 물론이다.
그를 잘 아는 전윤철 부총리의 안타까움도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선배들이 극구 만류했어요. 특히 전 부총리는 지난해에만 제가 세번이나 모시고 출장을 갔었고, 프랑스 유학시절에도 가끔 찾아와서 격려해주시곤 했었는데 ‘떠나는 게 애석하지만, 새로운 일에서도 성공해서 돈 많이 벌라’고 말씀하셨어요.”

유동골뱅이로 잘 알려진 유성물산교역은 1965년 강 사장의 부친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가을 부친이 갑작스레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강 사장의 인생행로가 뒤바뀌게 됐다.
“공무원은 나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지만 중소기업은 오너가 좌지우지하니 내가 맡을 수밖에요.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도 우습고… 회사를 팔거나 문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은행원과 판사로 재직중인 두 동생이 있지만, 장남으로서 무게 때문에 회사경영 책임을 떠안았다.


그의 공무원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해 재경부의 핵심부서인 금융협력과장을 맡아 금융시장 개방과 자유무역협정, 아세안+3 금융시장 안정, 자금세탁 방지 등 각종 현안과 국제회의를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진념 부총리 비서관, 프랑스대사관 재경관, 재정경제원 OECD 업무 담당, 경제기획원 차관비서관과 경제기획국 거시정책 담당 등이 그가 거쳐온 길이다.
대학 재학시절인 198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강 사장은 고시 동기 중 최연소였으며, 승진에서도 최연소 꼬리표를 유지한 선두주자였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해 지난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62년부터 96년까지 우리나라 개발연대 35년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어요. 서울에서 바삐 일할 때는 논문을 한줄도 못 쓰다가 마침내 9년 만에 마무리했습니다.


18년 공무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언제일까. “88년 조순 부총리와 문희갑 경제수석을 비롯한 개혁론자가 힘을 얻던 시절에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 등 핵심 개혁과제 연구에 몰두했어요. 그러나 90년 3당 합당으로 물거품이 돼버렸을 때 참 허탈했었죠.” 김종인 경제수석 시절에는 5·8조치를 직접 입안해 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 무렵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얘기하면서도 뒤로는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을 때, 가슴이 무척 아팠다고 회상한다.


주로 수산물을 가공, 판매하는 그의 회사는 특히 골뱅이 통조림으로 유명하다.
2001년 280억원의 매출액 중 85~90%가 골뱅이 몫이다.
국내시장의 50~60%를 점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식품업종이 경기를 잘 안 타는 데다 회사의 재무상황이 워낙 건전해서 IMF시절에도 끄덕없었던 알짜배기 회사로 알려졌다.
2월4일 회사에 첫 출근한 강 사장은 서울 본사와 경남 통영에 있는 공장을 오가면서, 회사와 업계의 상황을 파악하느라 한창 바쁘다.


평생 이 회사에만 매달릴 것이냐고 묻자, 강승모 사장은 “물론이죠”라고 단호히 대답했다.
오랫동안 나랏일에 매달려온 그의 능력과 경험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공무원직에 미련이 전혀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정책을 입안·시행하는 것이나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공무원 시절에도 기업가 마인드를 가지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공직 생활의 경험과 노하우가 사장돼버릴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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