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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베네수엘라/산유량 ‘소걸음’ 경제 먹구름
[글로벌]베네수엘라/산유량 ‘소걸음’ 경제 먹구름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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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전 66% 수준에 불과… 1분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전망 63일간에 걸친 국영 석유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몸살을 앓던 베네수엘라가 좀처럼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세계 5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얼마나 빨리 파업 이전 수준을 회복하느냐다.
세계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이 신속하게 회복될 경우, 이라크 전쟁위기와 함께 고조되고 있는 석유시장의 수급 불안을 상당부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석유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로서도 석유생산을 하루라도 빨리 확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3월5일 산유량이 하루 250만배럴에 달해 장기파업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차베스 대통령은 카라카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의 하루 산유량이 250만배럴에 도달했다”며 “이는 우리의 생산·마케팅 등이 정상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발혔다.
이어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도 3월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산유량이 하루 271만8천배럴에 달해 파업사태 이전인 300만배럴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미레스 석유장관은 또 수출물량도 현재 하루 76만3천배럴에 이르고 있어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OPEC 회원국 중에서는 세번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장기 파업사태로 지난 1월에는 산유량이 하루 63만배럴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측이 이런 공식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유량이 파업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차베스 정부의 좌파 노선에 반대해 투쟁했던 국영 석유회사 경영진과 노조가 주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석유산업 노조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량이 하루 193만8천배럴로 파업 전의 66% 수준밖에 회복되지 않았다며 정부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영 석유회사의 전 사장인 에드가 파레데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석유 노동자들이 제자리를 찾기 전까지 베네수엘라는 다시 신뢰할 만한 산유국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파업기간 중 최대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레오스 드 베네수엘라에서 총 3만3천명의 노동자 중 1만6천명 이상을 해고했다.
이중에는 석유산업 분야의 숙련된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파업이 끝난 지난 2월초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양 진영의 신경전이 산유량을 놓고 또 한번 재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들은 국영 석유회사쪽의 발표를 더 신뢰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11일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네수엘라 서부에 있는 엘팔리토 정유공장의 분해 반응탑이 고장으로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장 관계자는 48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20일분의 여유량을 확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분해 반응탑은 하루 6만배럴을 생산해왔다.
석유생산에 계속 차질이 빚어지자, 1분기 베네수엘라 경제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계 은행 방코 프로빈셜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1분기에 42%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유부문은 69%, 비석유부문은 33% 각각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실업률은 25%에 이르렀다.
이는 현재 정부의 공식 실업률인 18%를 휠씬 뛰어넘는 수치다.
방코 프로빈셜의 이러한 전망은 BSCH은행이 지난 1월 내놓은 예상치와도 유사한 것이다.
BSCH는 석유생산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따라 베네수엘라 경제가 올해 9~30%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헤쳐가야 하는 차베스 대통령의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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