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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나일봉 투란도트 추진사무국 기획실장
[사람들] 나일봉 투란도트 추진사무국 기획실장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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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료했지만 아쉬움 많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한면을 차지했던 <투란도트>의 막이 내리자 10여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어버이날인 5월8일부터 4일 동안 푸른색과 황금색 조명이 교차했다.
연일 언론에서는 화려한 공연을 다룬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공연기간 동안 자동차 뒷좌석에서 눈을 붙이고 다음날 공연을 머릿속에 그리는 사람 이야기는 없었다.


투란도트 추진사무국 나일봉(37) 실장은 이번 공연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11년 동안 공연기획 업무를 하면서 무대 뒤편에 선 아웃사이더였다.
하지만 그가 없는 공연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공연을 기획한다는 것은 단순한 책상놀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30초마다 휴대전화가 울리고, 자리에 앉기만 하면 눈이 먼저 감기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통 공연 생각뿐이다.
공연기획자는 단순한 공연기획뿐만 아니라 투자자 모집, 마케팅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나 실장은 대형 오페라 기획을 하기 전에 기업 문화행사 기획자로 사업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오페라 기획자의 길로 접어든 것은 2000년. 비록 본격적인 오페라 기획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춘희>, <라보엠>, <아이다> 등 모두 굵직굵직한 대작들이다.


<투란도트>가 무대에 오르자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비록 1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애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순수 입장수익만 65억원을 넘겼다.
실제 지출액이 5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15억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최근 오페라가 비용을 충당할 정도면 다행인 현실에서 오래간만에 대박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나 실장은 “해외 마케팅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투자비를 유치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투란도트> 이후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면 그 공연 시스템의 실연권은 주최측에서 가질 수 있는데도 일정에 쫓기느라 다른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찌됐든 <투란도트>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는 작품이 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투란도트> 공연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나 실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실장은 굳이 나서지 않는다.
비록 한걸음 뒤에 물러서 있지만 <투란도트>는 그의 머릿속에 빛나는 무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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