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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삼성전자의 2010년
[특집1] 삼성전자의 2010년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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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포스트 반도체’는 없는가


“후보단일화는 안 된다.
경선만이 살 길이다.
” 정치 얘기가 아니다.
자칫 멈춰버릴지도 모르는 삼성전자의 성장엔진에 다시금 불을 지피기 위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묘안’이다.


지금까지 시장은 ‘포스트 반도체’를 내놓으라고 삼성전자에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요컨대 “10년 뒤에도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먹여살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질문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는 ‘정답’을 찾고자 했다.
창간 3주년을 맞아 학계와 국책연구소,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삼성전자의 미래상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설문에 응해준 전문가는 모두 25명으로, 주요 증권사의 반도체·전자·가전·통신부문 애널리스트 17명, 국책 및 민간연구소 연구원 5명, 대학교수 3명으로 이뤄졌다.
질문 내용은 앞으로 4~5년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부문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문, 삼성전자의 강·약점과 예상 경쟁업체 등 모두 10여개 문항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은 시장의 기대를 보기좋게 저버렸다.
불확실성의 시대엔 시장주도형보다는 시장적응형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설문지를 뒤덮었다.
일부에선 ‘모험’을 감행하라며 삼성전자의 투지를 자극하기도 했으나, 냉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묻혀 소리없이 사라졌다.


더이상의 ‘포스트’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곧 ‘캐시카우(현금창출원) 부재’를 뜻하는 건 아니다.
하나의 주력사업이 기업 전체를 먹여살릴 만큼 미래가 녹록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표주자 중심의 사업구조는 실패할 경우 입게 될 타격도 크다는 분석일 뿐이다.
물론 일부에선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의 등장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크호스’의 실체에 대해선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됐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엔진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현재 사업부문을 내실있게 다지면서 상황에 따라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충고다.
반면 국책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학계 인사들은 ‘잠재성이 큰 신규사업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모험을 독려했다.
연구환경에 따라 시장 접근방식이 달라짐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화롭게 포진된 4대 사업부문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응답자 열명 가운데 일곱명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으로 ‘백색가전’을 지목했다.
후진국형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었다.
반면 나머지 세명은 지금의 사업부문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종합컨대 ‘선택과 집중’이 삼성전자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었다.


마지막으로 설문조사 과정에서 나온 생뚱한 의견 몇가지가 있다.
지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한 애널리스트의 말이 도발적이다.
“지금 시점에서 누군가 ‘포스트 반도체’ 후보를 내놓는다면, 오히려 기업이 앞장서서 그를 도태시켜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요컨대 지금 시점에서 모험은 삼성전자를 죽이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얘기인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이후의 성장엔진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로 ‘단기 실적 위주의 사업전략’이 지적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임원 임기는 3년이다.
임원들은 재임기간 동안 최고경영자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과연 누가 10년 뒤를 내다보고 모험을 걸겠는가?” 한 응답자의 자조 섞인 비웃음으로부터 삼성전자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대답은 삼성전자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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