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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박순성 동국대 교수
[초대석] 박순성 동국대 교수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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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문제, 경제논리만으론 안 풀려”


영국의 세계적 여성 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은 뚜렷한 친북 성향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악명 높은’ 존재였다.
1970년대 중반 남한 경제는 실패했고 북한 경제는 성공했노라고 단언했던 로빈슨 여사는, 1964년에는 “남북한 주민을 서로 교환방문시킨다면, 누가 남한에 살려고 할까”라고까지 기염을 토했다.
70년대를 거치면서 남북 경제의 성패가 왜 이다지도 극적으로 뒤바뀌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박순성(46)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를 본격적인 북한경제 연구의 길로 이끌었다.


박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윤리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쓴 경제사상사 전공자‘답게’, 경제의 영역과 윤리(정치)의 영역을 구분짓거나 경제영역에서 정치적 고려와 윤리적 판단을 배제하려는 태도를 단호히 배격한다.
특히 난마처럼 얽힌 남북간 경제협력을 순수한 경제논리로 풀자는 보수세력의 안이한 주장을 경계한다.
“이른바 ‘퍼주기 논쟁’이 너무 싫어요. 군사항인 장진항을 개방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단순히 현대의 수익사업 정도가 아닙니다.
남북관계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이는 근거로 활용해야죠. 이를 위해 ‘국가의 합리성’이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가 비판하는 경제논리는, 보수진영의 공세에 대한 방어논리로서도 기능하는 정부의 ‘정경분리’ 원칙과는 분명 다르다.
이를 뛰어넘어 남한이 북한에 외화차관을 직접 지원하거나 북한이 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자금지원을 받도록 지급보증하는 단계로까지 나가야 함을 역설한다.


당연한 귀결로서 박순성 교수는 김대중 정부가 남긴 6·15 정상회담 등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비록 정상회담의 감격이 특검의 풍랑에 심각하게 상처받고 있지만, 김 전 대통령과 임동원 전 특보의 철학과 신념만은 평가절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대북, 대미정책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새 정부가 무디스를 앞세운 월스트리트의 압력에다가 무기구매 요구 등 펜타곤의 압력까지 다 수용하면서, 기왕의 성과를 잃어버릴 위험수위까지 도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 정부가 리스본 EU 정상회담에서 나온 대북 경제압박정책을 수용할 것 같은 태도와 국방비를 GDP의 3.2~3.5%까지 늘리고 팩3, 아왁스 등을 사들여 군비경쟁에 일조할 듯한 모습을 지적했다.
한·미·일 3각동맹이라는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 우리가 미·일, 일·중 등의 완충지대로서 ‘협력의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작지만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처럼.

그는 5월말 발족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소장을 맡았다.
그의 연구실에는 ‘No War’라는 문구와 (배경이 이라크인 듯한) 여자 어린이의 처량한 모습이 새겨진 포스터가 여러장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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