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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가치주] 삼화왕관
[유망가치주] 삼화왕관
  • 최준철/ 아이투자닷컴 대표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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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스크 빼면 ‘진주’ 언뜻 기업명만 놓고 보면 마치 금을 녹여 왕관을 만드는 곳으로 착각할지 모르지만, 삼화왕관은 맥주병, 소주병 등의 뚜껑(병마개)을 만드는 기업이다.
병마개는 매우 단순한 상품이다.
‘크라운 코크 앤 실’의 창업자인 윌리엄 페인터가 병마개를 창안했을 때만 해도 병마개를 만드는 기술은 매우 어려운 일에 속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물론 기술적 진입장벽과, 실제로 병마개 사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진입장벽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병마개 사업에 진입장벽이 생기는 이유는 3가지다.
우선 주류용 납세 병마개는 국세청 지정업체만이 만들 수 있다.
현재 이 허가를 받은 업체는 삼화왕관과 세왕금속뿐이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은 2008년까지 독점권을 부여받았다.
둘째, 규모의 경제를 들 수 있다.
연간 병마개 수요는 110억개 정도다.
이 정도 수요를 소화하려면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다.
삼화왕관의 연간 생산량은 55억개다.
이 정도 생산량을 갖추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셋째는 병마개가 일반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제품이 아니므로 수요처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수요처는 주류업체, 음료업체처럼 매우 보수적인 기업들이다.
누군가 새로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기존 납품업체를 물리치고 새로운 계약을 따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쯤 되면 병마개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삼화왕관은 매년 700억원대의 매출, 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배당액도 매년 500원 이상으로 꾸준하다.
지난해 배당금은 650원으로, 현재 주가 기준으로 볼 때, 약 8%대의 배당수익률이 나온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도 우수하다.
마진이 높은 플라스틱 캡, 화이트 캡의 수요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한다.
삼화왕관의 주가는 분명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
독점적인 영업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PBR이 0.3대에 머무르고 있다.
영업가치를 인정받기는커녕 있는 자산만큼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적자를 내긴 했지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PER는 2.38에 불과하다.
주가는 8천원대인 반면 주당현금흐름은 4900원이다.
물론 삼화왕관은 지난해 돌연 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계속 약세를 보여 역사상 최저가격을 보일 정도다.
배당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그 원인은 바로 영업외비용에 숨어 있다.
1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성장을 이뤘지만, 188억원의 지분법평가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분법평가손실의 대부분은 1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두산건설의 대규모 적자에서 나왔다.
올해는 상황이 그래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데다 두산건설의 적자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두산그룹 리스크는 여전히 삼화왕관을 옭아매는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두산그룹이 삼화왕관에 안겨주는 리스크는 2가지다.
첫째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다.
삼화왕관이 두산건설 지분의 13%, 두산건설이 ㈜두산 지분의 28%, ㈜두산이 다시 삼화왕관 지분의 44%를 가지고 있다.
한쪽이 손실이 나면 연쇄적인 손실을 기록할 수 있는 위험한 구조다.
둘째는 돈을 제대로 버는 기업이 삼화왕관밖에 없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의 주력인 ㈜두산과 두산건설은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채비율도 높다.
따라서 안정적인 캐쉬카우인 삼화왕관이 그룹사 지원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분명 좋은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두산그룹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삼화왕관에 대해 시장이 앞으로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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