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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김연태 오뗄 사장
[사람들] 김연태 오뗄 사장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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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고급 수제햄 만드는 것”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지자 국내에도 피자 업체가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김연태(51) 사장이 육가공 전문업체 오뗄을 차린 것도 그 무렵이다.
피자에 얹는 토핑용 햄을 공급하면 분명히 장사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피자헛,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피자 업체는 물론이고 마르쉐 등 패밀리레스토랑이 번창하면서 오뗄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으니 불모지나 다름없던 영역이었죠. 틈새를 노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뛰어든 거예요.”

축산학을 전공한 뒤 식품회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그의 꿈은 오로지 좋은 축육햄을 만드는 것이었다.
80년대 이전만 해도 식탁 위에 올라온 소시지들은 돼지고기를 쓰기보다는 생선을 활용한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좋은 햄은 돼지고기의 맛을 그대로 살려 주는 것이에요. 향신료나 양념을 강하게 넣은 것은 정통 햄이라고 할수 없죠.”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뤄 온 오뗄이 최근 몇 년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문은 고급 수제햄이다.
일본과 독일의 육가공 장인과 기술 협약을 맺는 등 정통 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고급 샌드위치 업체나 호텔, 백화점 등에선 꽤 인정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106년 전통의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한국 분교의 요리 실습 재료로 오뗄이 생산한 햄이 채택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그는 종종 직원들에게 “결벽증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곤 한다.
그만큼 위생 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1주일에 3일 이상은 공장에서 숙식을 하다시피하면서 주로 하는 일도 대부분 위생 관리다.
처음 공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대개 육가공 공장이 아니라 제약회사에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다.


작업장 천장에 에어필터가 설치돼 있는 것은 대기업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맛과 가격, 포장이 우선시되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지금은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지요.” 육가공으로 평생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서도 독일에서 모셔 왔다는 ‘장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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