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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항별 0점 받은 기업도 등장
1. 문항별 0점 받은 기업도 등장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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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정보 ‘모르쇠’, 대주주에 지분 집중…일부 응답자 “평가할 가치도 없다” 분통 “이 기업은 왜 시장에 상장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뭘 물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모른다고만 하고, 주주가치라고는 조금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전화해 모 기업 IR의 문제점을 성토한다.
“이런 기업은 실명을 공개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제 실명을 공개해도 좋습니다.
” 이 실시한 제4회 기업 투명성 설문 조사에선 문항별 만점자와 영점자가 속출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5점 만점에 5점을 받으려면 응답 애널리스트 전원이 5점, 즉 “매우 그렇다”에 점수를 줘야 한다.
따라서 만점자는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문항별 영점자는 나올 수 없다.
5점 척도의 최하점, 즉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점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특이한 답변이 나왔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몇몇 기업에 대해 “점수를 줄 가치도 없다”며 ‘0’점을 준 것이다.
이 탓에 해당 기업에 대해 평가한 애널리스트가 적은 기업일 경우, 문항별로 0점이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이들의 0점 응답은 평가 기준 통일을 위해 1점으로 치환해야 했다.
다음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전한 불투명 경영, 불투명 IR의 사례다.
비판적 애널리스트 아예 따돌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H사는 애널리스트 간섭이 심하기로 유명하단다.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에 부정적인 평가가 들어 있으면 바로 전화해 험한 말까지 섞어 가면서 따지는가 하면 자사에 불리한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한테는 일부러 정보 공개를 회피하기도 한다.
불리한 정보는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회사 성장성에 영향이 큰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전이 없자 이 사업의 실적 정보를 다른 사업과 섞어 놓고 공개하지 않는 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귀띔한다.
“이 기업이 외국계 쪽에는 정보를 잘 내줘요. 그래서 우리는 다른 통로로 정보를 얻어 쓸 수밖에 없죠.” 그는 이 기업을 담당 기업 명단에서 빼고 싶지만 거래소 대형주라 어쩔 수 없이 맡고 있다고 덧붙인다.
상장·등록 기업이 정보를 누구한테는 주고 누구한테는 주지 않는 식으로 애널리스트를 통제하는 것은 증권가에선 ‘고전적인 수법’으로 통한다.
최근 한 외국계 증권사가 펀더멘털 우수 기업으로 지목한 S사는 소위 ‘비협조적인’ 애널리스트들을 아예 담당자 명단에서 빼 버렸다고 한다.
이 기업한테 직접 당했다는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를 홍보 직원 취급을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얼마 전 이 회사의 세일즈 브레이크다운(판매 급감) 자료를 얻으려고 하는데 안 주는 거예요. 모든 애널리스트한테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알고 보니 저를 포함해 자사에 비판적인 애널리스트 둘한테만 그 자료를 보내지 않았더군요. 자료 발송자 명단에서 아예 제외하고.” 응답자 전원 만점 기업도 속출 기업 평가나 주가야 어찌 됐건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들도 있다.
얼마 전 투기적 부동산 투자로 소송을 당한 당한 D사는 두 명의 애널리스트에게서 0점 응답을 받았다.
한 애널리스트의 전언. “이 회사는 본업과 상관없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자사 관계사에 자금을 대여해 주식 가치를 끌어내리고도 일언반구 해명이 없습니다.
이런 기업은 시장에 왜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그는 조만간 이 기업을 담당 기업 명단에서 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당 애널리스트가 기준에도 없는 0점을 줄 정도로 원성을 사는 기업들은 묘하게도 기업 지배 구조가 대주주에 집중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반면 KT, KT&G, 플레너스, 부산은행 등 문항에 따라 응답 애널리스트 전원의 만점을 얻은 기업들은 지분이 잘 분산되고 이사회가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등 지배 구조의 건전성이 높다는 점, 최고경영자의 IR 의지가 높다는 점이 비슷했다.
업계에서 ‘모르쇠’ IR로 유명한 모 재벌 계열사 3사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주가 상승 속도가 기업 가치 향상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투명성이 낮은 기업은 주가가 본질 가치보다 할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이 유념해 들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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