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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보법 시행령, 개정인가 개악인가
[오피니언] 소보법 시행령, 개정인가 개악인가
  •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
  • 승인 2003.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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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까다로운 보험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 서서 알려 주고, 정당한 소비자 권익을 찾게 하자는 취지로 보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순수시민단체인 보험소비자연맹을 소비자 단체로 등록 신청했으나, 재경부는 6개월간 시간을 끌더니 ‘법인 회원, 재정 부족, 인력 부족’ 등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반려했다.
그러나 진정한 반려 사유는 보험사의 반대와 기등록 소비자 단체의 반대 때문이었다.
기등록 소비자 단체는 정부 지원금이 줄어드니까 반대해 왔고, 보험사는 여태까지 어떻게든 소비자의 불만을 무마시켜 왔는데, 보험 전문 소비자 단체가 생기는 것을 반길 리 없었다.
보험사는 보험소비자연맹이 등록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 왔고, 재경부는 등록을 거부, 이제는 아예 법을 바꾸려 하고 있다.
시대는 복잡하고 다양해져 전문화, 세분화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도 백화점식으로 특징 없이 이것저것 아무것이나 취급하는 것보다 특정 전문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해서 소비자에게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그리고 현정권은 모든 시민이 국가 정책 결정에 참여해 의사 결정을 하는 참여정부의 시대를 열었다.
그래서 정부도 시민 운동을 장려하고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재경부는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채 역행하려 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시민이 스스로 소비자 단체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뒤로한 채 정반대로 전문 단체는 안 되고 유명무실하게 이름만 있고 지원금만 받는 일반 소비자 단체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보호법에 정부는 소비자가 스스로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 보호, 육성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유 없이 등록을 거부했다.
재경부는 허가 사항도 아닌 등록 업무를 가지고 보험소비자연맹 등록 여부에 대한 의견을 소비자운동 상대방인 보험업계, 금감원, 기등록 단체에 물었다.
또한 거부 명분을 찾기 위해 법제처에 특정 단체명을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의뢰해 하자가 없다는 답변을 듣자, 그래도 등록 단체명 개정을 요구했다.
재경부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 뒤에는 막강한 로비력을 가진 보험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강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보험소비자연맹은 최초의 전문 소비자 단체로서 공시제도 개선 촉구, 보험료 인상 반대, 상장 차익 계약자 배분 등 왕성한 활동을 해 와 보험업계에서는 ‘눈엣가시’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현재 등록된 소비자 단체는 11개가 있고, 지난 97년에 ‘녹색소비자연대’가 등록된 이후 아직 한 건도 등록된 단체가 없는 상황이다.
특별히 시행령을 개정할 이유가 없었으나, 보험소비자연맹이 등록하려 하자 개정안을 낸 것이다.
특정 분야를 표시하는 단체명을 제한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등록 업무를 쥐고 있는 재경부가 임의대로 헌법에도 보장하고 있는 ‘작명의 자유’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름에 오직 대한, 한국 등등의 것만을 써야 하나? 단체명을 가지고 이름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어느 법에도 없다.
둘째로, 기등록 단체명에서도 주부, YMCA, 녹색 등 종교, 환경 등 특정 단체의 성격이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등록을 취소할 것인가, 이름을 바꾸게 할 것인가? 이들은 특정 분야가 아니고 보험만 특정 분야인가? 형평성이 문제이다.
이번 개정안은 분명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개정이 아니라 사업자를 위한 ‘개악’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보험사가 있고 재경부가 있다.
이러한 개악안은 절대로 안 된다.
막아야 한다.
*(편집자 주)본란의 내용은 ‘Economy21’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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