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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요자 중심의 교육 재정 절실
2. 수요자 중심의 교육 재정 절실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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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융자 확대 등 직접 지원 늘리고 재원 주도권 학생에게로 옮겨야 금융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수요에 발빠르다.
장기저리의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카드 사용과 연계한 장기주택마련저축, 주식투자로 수익률을 높인 변액연금보험, 주식투자 효과를 가미한 ELD(주가연계예금)…. 금융사들은 수요가 큰 시장을 놓치는 법이 없다.
그런데 교육비와 관련해선 유독 70~80년대의 히트작, 교육보험밖에 상품이 없다.
그나마도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 두세 개 보험사만 판매하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수익률 3~4%대 채권으로 운용하는 상품으로는 집값까지 들썩이는 사교육 열기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공교육비를 보장해 주는 교육보험은 물론 다른 교육자금 마련 저축상품도 치솟아 오르는 사교육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없었다.
자녀 관련 최대 히트작인 국민은행의 캥거루통장은 교육자금 용도보다는 어린이 상해보험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이상하다.
한국의 GDP 대비 공교육비 투자비중은 7.1%로, OECD 가입국 최고 수준이다.
교육강국인 미국, 영국이나 이웃 선진국인 일본보다 높다.
그런데도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간다.
왜일까? 한양대 경제학과 이영 교수는 공급자 위주로 짜여진 교육 재정을 공교육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교육 재원 투자가 학교 등 교육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로 몰리면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들의 선택권과 참여권이 제한받는다는 이야기다.
교육 재정 효율성을 높이려면 특목고, 자립형 사학, 대안학교 등 학교제도를 다양하게 확대시키고 대신 장학금 등 학생을 직접 지원하는 재원을 더 많이 편성해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한다.
학교 재원 주도권을 정부에서 학생으로 옮기면 학교는 수요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단다.
그러면 사교육 열기는 제도 교육 속으로 흡수될 터. 하지만 제도를 바꾸는 것은 아주 오래 공을 들여야 성취할 수 있다.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여기는 가난하고 젊은 사회불만세력은 당장 우리 사회가 꺼야 할 발등 위 불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사회정책연구실장은 “사회불만세력이 늘면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며 “적어도 돈이 없어 중도탈락하는 아이들은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최저생계비 이하 가계의 경우 부모의 자활보다는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불만세력뿐 아니라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 데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등교육 수요자를 위해선 금융 지원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금리 4.75%짜리 교육인적자원부 지원 학자금의 1인당 대출한도는 평균 1500만원. 대학등록금은 4년제 사립대가 연간 평균 545만원, 전문대가 433만원이다.
교재비, 기숙사비를 포함하면 교육부 학자금으로는 3년 동안 공부하기도 어렵다.
정부 지원이 없는 학자금의 대출금리는 최저 7%에서 최고 17%에 이른다.
교육개발원 김안나 부연구위원은 “교육투자는 투자 시작부터 회수까지 기간이 길어 자본을 조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대출한도를 교재비 등 부대비용까지 확대하고 상환조건도 실업 기간 제외 등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전문가의 아이디어 또 하나. 조연행 국장은 주택 마련, 노후자금처럼 교육자금에 소득공제, 비과세혜택을 주자고 제안한다.
경제 성장을 위해 인재는 부동산 못지 않게 중요한 공공재다.
세금 혜택의 근거는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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