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경제읽기] 반가운 재경부의 변화
[경제읽기] 반가운 재경부의 변화
  •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 승인 2004.02.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성장률은 전기 대비 3.3%선으로서, 연율로 환산하면 13.9%선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 1.1%를 3배 가량 웃도는 수치이다.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0.4%와 -0.7%를 기록한 후 3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이후 성장률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기회복 조짐이 완연한 미국이 지난해 12월24일에 발표한 3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연 8.2%에 달해 세계 각국이 놀랐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4분기의 경기회복 속도는 상당히 빠른 셈이다”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보도는 다른 언론은 물론이고 경제전문가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지만 2가지의 중요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정책당국이 경기판단의 중심지표를 그동안 사용해 오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에서 전기 대비 성장률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임을 의미할 수도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경기의 상승과 하강을 판단하는 지표인 반면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경기의 호조와 부진을 판단하는 지표이다.
그런데 경기가 부진하더라도 상승하거나, 호조이더라도 하강하고 있을 때가 있다.
만약 경기가 부진하다고 부양정책을 채택했는데 경기가 상승 중이었다면, 그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여 상승기간을 짧게 하곤 한다.
또한 경기가 호조를 보이더라도 하강하고 있을 때에 경기진정책을 선택하면 경기하강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하여 자칫 악순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란 후, 국내 경기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급변했던 것도 경기의 호조부진과 상승하강을 구분하지 못하고 경제정책을 선택했던 데에 결정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경기는 이미 1998년 하반기부터 상승 중이었는데, 경기가 부진하다고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부양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경기를 지나치게 과열시킨 바 있고, 이것이 2000년 말의 경기추락을 불렀다.
2001년에도 비록 경기는 부진했으나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는데, 이때에도 온갖 부양정책을 다 동원함으로써 2002년에 잠시 반짝했던 국내 경기가 곧 식어 버리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결국은 2003년의 극심한 경기부진을 부르고 말았다.
다른 하나는 경기가 비록 부진하더라도 회복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이 이제야 간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전기 대비 성장률은 3.3%로서 연율로 환산하면 13.9%에 이른다’는 점과 ‘미국의 3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연 8.2%에 달해 세계 각국이 놀랐다’는 점을 내세운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사실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경기상승 기간은 더욱 짧아지곤 한다.
만약 이런 때에 경기부양정책을 채택하면 경기변동만을 더욱 극심하게 할 뿐이다.
따라서 지금은 절대로 부양정책을 채택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책당국도 이 점을 이제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경기의 호조부진과 상승하강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과, 경기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정책당국이 인식하게 된 것은 국민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계정이라는 경제지표를 개발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경기판단의 지표를 국민소득이나 국민총생산(GNP)에서 국내총생산(GDP)으로 바꿨던 것에 비견할 만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