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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광의 부자열전-화경(貨經)]사람을 잘 부려서 돈을 버는 법-제나라의 조간
[이수광의 부자열전-화경(貨經)]사람을 잘 부려서 돈을 버는 법-제나라의 조간
  • 이수광/ 소설가
  • 승인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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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고대의 중요한 치부 수단이었다.
중국의 많은 국가들이 소금을 전매하여 국가의 재정을 충당했고, 이 과정에서 부패도 극심했다.
청나라는 소금을 관리하는 염차대인들이 국정을 농단하면서 국가 발전을 저해하다 열강의 침략을 받고야 말았다.
춘추 전국 시대 제나라에 조간이라는 염상(鹽商)이 있었다.
그는 이재에 뛰어난 사람이었다.
제나라는 강태공이 세운 나라로, 그가 나라를 세울 때 제나라는 척박하고 습한 땅에 지나지 않았다.
주민들이라고 해야 어민들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고작이었다.
강태공은 제나라 땅에서 소금이 산출되는 것을 알고 염전을 대대적으로 개발하여 백성들에게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했다.
제나라는 소금 생산이 발달하면서 인구가 늘고 부유해졌다.
제나라는 가장 가난한 나라였으나 제환공대에 이르러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관중이 제나라의 국정을 담당하게 되자, 경제 발전에 전력했고 소금을 국가가 전매하도록 했다.
소금 상인들은 뜻밖의 소식에 낙담했다.
“관중이 소금을 국가에서 팔게 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 조간은 앞날을 내다보고 소금 장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제나라는 관중의 도움으로 중원의 패자가 되었으나 강력한 통제력을 갖고 있던 관중이 죽게 되면 제환공의 아들들이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조간은 장사를 하면서 나라가 돌아가는 사정을 예의주시했다.
제환공을 중원의 패자로 만들었던 관중, 포숙, 습붕, 영척 등은 모두 노쇠해 있었다.
그들이 죽는다면 제나라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전매를 하던 소금이 다시 상인들의 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조간은 여러 가지 장사를 하면서 제나라를 돌아다녔다.
하루는 그가 막읍의 어느 객점에 들어갔는데 객점 주인의 부인이 12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12명의 부인들은 모두 주방에서 일을 하거나 객청에서 음식을 나르며 한결같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간은 너무나 신기하여 주인을 불러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장, 어떻게 부인을 열둘이나 거느리게 되었습니까?” 조간이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거느리고 싶어 거느린 것이 아닙니다.
저들은 대부분 남편이 전쟁에 끌려 나가서 죽은 과부들입니다.
저들은 모두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저들을 돕기 위해 객점에서 일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 주인이 공손히 대답했다.
“좋은 일을 하셨군요.” “그런데 저들은 나에게서 쫓겨날까 봐 눈치만 볼 뿐,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제가 죽을 때까지 쫓아내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일을 하라고 해도 도무지 믿지를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저들을 부인으로 거두자 저렇게 좋아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부인이 되니까 객점의 주인이라는 인식도 갖게 되고, 객점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좋은 옷을 사 입을 수 있고, 또 쫓겨날 염려가 없으니까 더욱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 객점의 주인은 기분이 좋은 듯 손을 싹싹 비비며 말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자기가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니까 일을 더욱 열심히 한다는 것이 아닌가? 여기 주인은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다.
거지 노릇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과부들을 부인으로 거두어들여 종업원의 일을 시키고 있다.
부인들은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니….’ 조간은 크게 깨달았다.
관중이 죽자 제나라는 국가가 소금을 전매하는 일을 철폐했다.
그것은 대규모로 소금을 거래하는 염상들이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어 이루어낸 일이었다.
소금 전매를 담당한 관리들이 부패한 것도 소금 전매가 사라진 이유 중의 하나였다.
소금은 다시 상인들이 팔게 되었다.
‘장사는 사람이 중요하다.
’ 소금을 팔던 조간은, 장사는 사람이 좌우함을 깨닫게 됐다.
아무리 많은 소금을 생산해도 사람이 운반하여 팔지 못하면 소용이 없었다.
조간은 노예들을 동원하여 소금을 팔았다.
“나의 소금을 팔러 가는 사람들은 나의 형제들이다.
나는 너희들을 결코 노예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 가족이다.
” 조간은 노예들에게 선언했다.
제나라 막읍의 한 객점 주인이 부인을 12명이나 거느리면서 장사를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장사에도 응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대인, 정말 저희들을 형제처럼 대우해 주실 겁니까?” “그렇다.
나는 너희들을 노예로 생각하지 않고, 이익이 남으면 반드시 나누어 갖겠다.
” 사람들이 노예들을 천시하는데도 조감은 그들을 귀하게 대접했다.
자신이 말한 것처럼 소금을 판 이익을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조간이 노예들을 귀하게 여기고 소금을 판 이익을 나누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노예들이 그를 찾아왔다.
“저놈은 도둑질을 한 노예입니다.
” “저놈은 간사하게 사람을 속인 노예입니다.
” 사람들이 조간의 노예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조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약속대로 그들을 형제처럼 대우해 주었다.
조간이 노예들을 사들이자 부호들이 간사하고 사나운 노예들을 조간에게 팔려고 했다.
조간은 그들까지 사들여 형제처럼 대우해 주었다.
“너희들이 나쁜 짓을 한 것은 재물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금을 팔아서 이익을 나누어 갖고 그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가정을 꾸리게 되면 나쁜 짓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 조간의 말에 노예들이 감동하여 그에게 목숨을 바치면서 장사를 했다.
조간은 자신이 약속한 것처럼 노예들에게 많은 이익을 나누어주었다.
조간은 노예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소금을 팔아주었기 때문에 마침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조간은 제나라 제일의 부호가 되었다.
부는 사람들을 구속하는 속성이 있다.
대체로 서민들은 상대방의 부가 자신의 10배가 되면 그에게 비굴하게 되고, 100배가 되면 두려워하고, 1천배가 되면 사역(使役)하고, 1만배가 되면 노예가 된다고 중국 한나라의 역사학자 사마천은 말한 바 있다.
조간이 대부호가 되자 제나라의 귀족들이 모두 그에게 와서 굽실거렸다.
조간의 성공은 노예들에게도 이익을 나누어준 데 있다.
부의 축적과 증식을 이룬 조간은 분배정의까지 실현한 것이다.
조간의 노예들은 풍족하게 살았기 때문에 ‘작위를 받는 것보다 조간의 노예가 되겠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다음호 제11화 저승사자도 좋아하는 돈-태평광기의 장범(章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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