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서평] 모든 종업원이 리더인 최초의 기업 ‘예수회’
[서평] 모든 종업원이 리더인 최초의 기업 ‘예수회’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10.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대한기업위대한리더십
크리스로니지음
김이숙옮김
1만5천원

16세기유럽은격변의시기였다.
모험항해자들의신대륙발견은유럽인의의식에서‘세계’의크기를3배이상늘려놨다.
이렇게열린‘뉴마켓’을어떻게받아들이고,개척할것인가는당대지식인의새로운고민거리였다.
또한16세기는구텐베르크인쇄술이불을댕긴매체혁명의시대였다.
귀족과사제의사치품이던서적은빠르게일반인을위한대중적인매체로자리잡았다.
결정적인것은개신교의탄생이다.
로마가톨릭의단일지배체제가한순간에무너지고‘경쟁체제’가들어선것이다.
한층넓어진세계,매체혁명,생존을위한경쟁등16세기유럽의조건은오늘날많은글로벌기업들이처한환경과놀랍도록유사하다.


가톨릭의남자수도회인‘예수회’는1540년이러한혼란의시기에조직돼지난460년간‘동종업계’에서가장성공한‘기업’으로확고하게자리잡았다.
그동안예수회는세계100여개나라에진출해226개의단과대학과종합대학을설립했으며,4천개가넘는중고교를비롯한교육기관을세워운영하고있다.
한국도예외는아니다.
서강대학교와광주가톨릭대학교를한국예수회가운영한다.
1900년미국의100대기업가운데지금까지살아남은곳이16개기업에불과하다는점을떠올리면,460년역사의이‘위대한기업’의성장비결이궁금해지는것은당연하다.


그자신이7년간예수회회원으로살았고JP모건으로옮긴후17년째컨설턴트로활약하고있는저자는예수회의역사에서종교적신앙요소를최대한배제한채,일반기업에적용가능한예수회의‘베스트프랙티스’를추려낸다.
그가특히관심을갖는것은예수회의리더십모델이다.
1540년,10명의동료와함께예수회를만든이그나티우스데로욜라가추구한전략의핵심은‘변화’였다.
루터의개혁메시지를담은소책자들이유럽을휩쓸고있었지만교황청은속수무책이었다.
금서지침따위를만들어달갑지않은변화를중단시키려는무모한시도를하는게고작이었다.


그러나로욜라는가톨릭의혁신을내걸고변화하는세상의한가운데로과감하게뛰어들었다.
전통적인수도회는세속적인삶에서벗어난은둔생활에치중했지만로욜라의선택은달랐다.
매일일정한시간을할애하던공동기도를파격적으로줄이고,교육사업에적극나섰다.
여전히미지의영역으로남아있던신대륙에예수회원을지속적으로파견했다.


리더와리더십에대한발상의전환

이러한변화를가능하게한것이리더와리더십에대한발상의전환이다.
예수회의성장은‘거룩한창립자의카리스마적인리더십’으로만들어진것이아니다.
예수회는처음부터‘위대한한인물’에의지하는낡은리더십이론을채택하지않았다.
변화의시대에는그런방식이적합하지않다.
저자는예수회에대해‘모든종업원이리더가돼야한다고생각하고,실제로그렇게만든최초의기업’이란평가를내린다.
예수회원들은누구나리더였다.
이는리더란,얼마나많은사람을거느리느냐가아니라어떻게행동하느냐에달려있다는뜻이기도한다.
바꿔말하면예수회원은누구나리더로행동했다.


이러한리더십모델은오늘날의기업들이진진하게검토해보아야하는것이다.
그동안많은기업에서리더는스포츠팀의코치역할을하도록요구받았다.
그러나저자는,이를테면프로농구선수와오늘날기업이처한상황은공통점이거의없다고지적한다.
프로농구에서게임규칙이변하는일은아주드물다.
어쩌다변해도사소한부분이바뀔뿐이다.
또한경기내내3명의심판이누구나규칙을따르도록보장하기위해감시한다.
거기다모든코치는우승이라는하나의‘제품’만만들어내면된다.
새로운상품을내놓는경쟁자들을걱정할필요가없다.


어느누구도회사에가장적합한사원수가몇명일지를두고괴로워할필요가없다.
최적의사원수는처음부터정해져있기때문이다.
반면,오늘날의기업이나,초기예수회는규칙없이급변하는세계에서살아가야했다.


예수회가명시적으로내걸지는않았지만,저자는그자신의경험을토대로예수회의460년역사속에서그들만의‘독창적’인리더십모델을떠받치고있는4가지원칙을찾아낸다.
자아인식(자신의강점,약점,가치,세계관의이해),독창성(변화하는세계를껴안을수있는대담한혁신과적응),사랑(타인을대하는긍정적이고애정어린태도),영웅적자질(자신과타인을격려할수있는대담한야심)등이바로그것이다.
이가운데리더십의출발점이자핵심은자아인식이다.


460년예수회역사의4가지성공원칙

그러나자기자신을잘알아야한다는것은너무나평범한말이다.
고도로발달한현대기업에적용하기에는시대에한참뒤떨어진개념처럼느껴지기도한다.
그러나결코그렇지않다.
“회계를배우지않고성공적인회계사가되거나,법률을배우지않고성공적이변호사가될거라고생각하는사람이누가있겠는가.그러면서도우리는자기자신을알지못하는사람이장기적인성공을거둘수있을거라고믿을만큼순진하다.
”자아인식은많은성공한기업의리더들에게서발견되는공통된특징이기도하다.
그들은폭주하는업무에짓눌려있으면서도엄밀한‘자기검열’을위해시간을짜낸다.
이를통해일상의표면을뚫고들어가자신의핵심가치와원칙을다시확인한다.


최고경영자에게만이러한자질이필요한것도아니다.
점점많은사무직종사자들이책임진일의우선순위를독립적으로정하고,스스로헤쳐나가며,대부분의시간을혼자보낸다.
이제는단지명령을따라서는성공할수없다.
기업환경의빠른변화속에서주저하는사람은여지없이패배한다.
각자자기자신의관리자가되어스스로혁신하고,실천하고,책임지고,위험을떠맡아야만성공할수있다.
중요한것은그러한자질은훈련이아니라자기이해에서나온다는것이다.
예수회는‘영신수련’이라는자아인식프로그램을운영한다.
30일간의수련기간동안수련생들은외부와의모든접촉을끊고자기자신에몰입하게된다.


4개원칙가운데‘사랑’은종교적인메시지로오해하기쉽지만꼭그런것만은아니다.
마키아벨리는“두려움의대상이되는쪽이사람을받는것보다훨씬더안전하다”고생각했다.
그러나로욜라는마키아벨리의정반대편에섰다.
“두려움보다더큰사랑으로.”인간은자신의행복을배려하는누군가에게존중받고신뢰를받을때최고의성취도를발휘하는존재라는것은누구도부정할수없다.
누르기만하면동기를유발할수있는‘스위치’는어디에도없기때문이다.
인간은자기자신에게스스로동기를부여할수있을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