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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5년 무사고 비결
대한항공·아시아나, 5년 무사고 비결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5.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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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항공안전본부가무사고기록을홍보하는데팔을걷고나선것과는달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양사의움직임은조용한편이다.
이유인즉아픈기억을되돌려봐야별로득이될게없기때문이다.
특히이런분위기는대한항공에서더역력하다.
당장‘국적항공사’라는꼬리표를달아야하는태생적한계로인해우리나라의항공안전과관련해논하는것자체를꺼릴수밖에없다.
이에비해아시아나항공은최근11년동안자사항공사고가없었음을알리는데상대적으로신경을더쏟는편이다.
대한항공의사고와맞물려도매금으로넘어가는것이괜히억울하다는얘기다.


아시아나,11년무사고기록달성

실제로지난90년대대한항공의사고기록을보면끔찍한기억이되살아난다.
1989년7월리비아트리폴리공항에서착륙도중항공기가활주로를벗어나면서화재가발생해항공기가전소된사고가발생했다.
이사고로인해사망80명,부상119명의인명피해를입었다.
이사고를시작으로90년대동안대한항공은1~2년이멀다하고비행기가추락하는대형사고의주인공이됐다.
그러던것이99년12월부터는아무런사고도발생하지않은것이다.


반면아시아나항공은93년목포공항에접근하던항공기가운고산에추락해조종사2명과승객64명이사망하는사고가발생한이래11년간무사고기록을이어가고있다.
기록으로만놓고본다면이미안전부문에서는세계수준에올라선셈이다.


일반적으로항공사가얼마나안전한가를평가하는기준은10년기준과100만운항횟수기준2가지가있다.
이처럼기준을2가지로나눈것은항공사마다규모가다르기때문이다.
예컨대유나이티드에어라인같은대형항공사는100만운항횟수를채우는데많은시간이걸리지않는다.
반면중소항공사가이기준을맞추기위해서는수십년이필요한경우도있다.
당장아시아나항공만해도89년부터13년동안항공기를운항했지만이제간신히운항횟수116만회를채웠을뿐이다.


어쨌든이두가지기준에따라대한항공과아시아나항공의사고율을비교하면대한항공이절대적인열세를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최근10년동안단한건의사고도발생하지않았기때문에기간기준으로만따지면사고율이‘제로’이다.
취항후지금까지사고건수도단1회에불과하기에사고율기준으로놓고보더라도0.86회에그친다.
반면대한항공은90년대에연이어발생한사고로인해기간기준으로는4.12회이고,운항횟수기준으로는4.29회다.
아시아나항공에크게미치지못하는수준이다.


물론항공기사고는조종사실수,시설또는기체결함과같은직접적인요인에의해일어나기도하지만,제도적인미비점이크게작용하기도한다.
항공사별사고횟수를단순히비교할수만은없다는얘기다.
당장한국이지난2001년8월미연방항공청(FAA)로부터항공안전위험국가(2등급)판정을받아항공후진국으로분류된것도법적,제도적인문제점에서비롯됐다.
한국이미연방항공청으로부터항공안전위험국가로판정받기전만해도한국은제도적인미비점을전혀인지하지못하고있었다.
비행기가추락하는것을조종사실수나기체결함의탓으로만돌렸기때문이다.


이를문제삼고나선게바로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한국이항공안전위험국가로분류되기에앞서건교부항공국에대한안전점검을실시한뒤기준미달된사항에대해즉각적으로보완할것을경고했다.
당시국제민간항공기구가경고한내용은△운항·항공종사자자격증명및관리부실△규정적용미흡△정비·사고·면허체계미비△정부내항공전문인력부족등이었다.
이는이미2000년미국연방항공청으로부터지적받은사항과비슷했기에당시정부의대응이얼마나미온적이었는지를알수있다.
문길주건교부항공안전본부사무관은“그전까지만해도FAA에서까다롭게나오지않았는데,대한항공의연속된사고로평가를엄격하게했다”고전한다.


정부쪽의무성의한준비로인해한국은2001년아프리카와동남아일부국가들이나받는‘2등급판정’을받았다.
이로인해대한항공과아시아나항공은신규노선배분,타항공사와의코드셰어등에서상당한불이익을감수해야했다.
실제로미국정부는주한미군에게되도록대한항공을이용하지말라는공문을보낼정도로대한항공의신뢰도는땅에떨어졌다.


그러자정부에서는빠른시일안에1등급으로복귀하기위한작업에들어갔다.
건교부가나서총력을기울인끝에마침내3개월뒤우리나라는안전등급1등급으로복귀하는데성공했다.
당시건교부는우선항공법과시행령,시행규칙개정등법적정비절차를마무리지었다.
또한운항검사관등한공전문인력을충원하고항공안전본부를신설했다.
객실승무원-검사관등항공직종사자들에대한세부훈련프로그램과운항증명제를도입해개선조치를마련했다.
문길주사무관은“항공안전대책의핵심은안전확보를위해승무원들의승무시간을단축하고교육을확대하며감독관제도를강화하는것”이라고설명한다.
이전만해도조종사의조종시간은90시간으로제한되어있었다.
하지만실제로는교대시간을포함하지않았기에실제조종시간과교대시간이100시간을넘더라도문제가되지않았다.
건교부는이를조정해각항공사들이조종시간과교대시간을합쳐83시간을넘지못하도록엄격히제한했다.


운항증명제도를새로도입한것도눈여겨볼만하다.
항공사는이제도에따라규정이나신고,인가의무를유지할책임을지고,건교부는항공사를감독하고잘못된점을개선하도록지시할권한이생기게됐다.
항공안전본부가따로독립된것도조사와감독을분리해감독제도를강화하기위함이다.


또한항공안전감독관제도를신설해항공관련전문가들이항공관련규정지침을모니터링할수있도록한것도빼놓을수없다.
이제도에따르면기장,정비사,객실승무원,운항관리등각분야의전문가22명이참여하는안전점검프로그램에따라국내취항외국항공사를포함한국적항공사를대상으로안전저해요소를사전에발굴하고개선하는작업이벌어진다.


아시아나, 운항부문 안전관리 온힘 물론, 항공사들 스스로 안전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점도 중요하다.
항공사들의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한 것도 이 대목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노력은 눈길을 끈다.
아시아나항공은 창사 초기 이미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새 비행기를 도입했는데, 당시에는 과다한 투자라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안전 확보에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에도 최신 기종인 A321, A330, 대형기종인 B777를 도입하는 등 영업효율과 안전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특히 내세우는 것은 운항부문의 안전관리다.
조남일 아시아나 예방안전팀장은 “아시아나항공 조종실문화는 기장과 부기장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항공기에서 기장은 말 그대로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받았고, 부기장이 반론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았다.
조종사들 상당수가 계급과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는 군 출신이라는 점이 조종실문화를 다분히 경직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 게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한 것이 바로 CRM(Cockpit Resource Management)이다.
이 제도는 조종실 내 수직적 명령계통에서 벗어나 상호간 수평적인 업무 협조 기능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자율적인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준운항절차(SOP)를 비롯한 각종 운항 관련 절차의 표준화를 통해 모든 조종사가 이 절차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기장이 절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부기장이 조언할 수 있는 조종실문화가 형성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차별화된 제도로 기장추천제도를 꼽는다.
조 팀장은 “항공기 사고의 60%는 조종사의 실수에 의한 경우”라며 “기장을 뽑는 절차는 엄격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장추천제도는 부기장이 기장으로 승진할 때 기장들이 투표를 통해 부기장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기장 1명이 부기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기장들이 부기장을 평가하기 때문에 그만큼 객관적일 수 있다.
부기장은 기장들의 투표를 통해 70~80%의 찬성을 얻어야 기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만의 독특한 제도를 꾸려나갈 수 있었던 데는 대한항공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점도 한몫했다.
대한항공의 전체 조종사수가 2천명인 데 반해, 아시아나항공은 고작 800명에 불과하다 보니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항공, 99년부터 매년 1천억원 투자 이 밖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공항별 난이도, 조종사의 기량에 따라 조종사를 배치함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해 조종사들의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항공기가 운항하는 각 공항별 비행시설물과 급변하는 기상조건 등 외부적인 요인들은 비행 안전에 많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기상, 임무환경 등을 고려해 조종사의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사고 위험을 대폭 줄였다.
특히 FOQA 시스템은 조종사들의 반발을 사면서도 효과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시스템은 블랙박스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비행 중 조종사가 적절한 절차를 수행했는지, 항공기 결함은 없는지 등을 알 수 있는데, 블랙박스와 동일한 자료를 기록하고 있어 모든 비행임무를 매일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항공사는 이 기록에 따라 조종사별 조작 특성을 파악해 부족한 절차를 수정할 수 있는 셈이다.
조남일 아시아나항공 예방안전팀장은 “이 장치를 이용할 경우 조종사의 습관적인 조작의 문제를 특별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대한항공 역시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99년 951억원, 2000년 1481억원 등 매년 1천억원 이상의 금액을 안전부분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03년 3월에는 국제 수준의 항공 안전 관련 첨단시설과 장비들을 구비한 항공 안전 훈련센터를 개원해, 실제 상황 연출을 통해 훈련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 센터는 연 면적 7700여평방미터에 총 건축비 137억원이 투입됐다.
이 밖에도 대한항공은 운항 승무원의 교육 훈련 강화에 적잖은 투자를 했다.
우선 운항승무원 훈련 강화 및 외국 전문가 영입을 실시했다.
98년 8월 이후 FSB(Flight Safety Boeing)에 모든 시뮬레이터 훈련 및 심사를 아웃소싱해 국제 표준의 훈련과 심사를 통해 기량이 검증된 우수 조종사 양성에 주력했다.
또한 유에스항공의 안전담당 임원을 지낸 슈나이더 전무를 안전보안담당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어쨌든 지난 99년 참사 이후 5년 동안 다행스럽게도 단 한 건의 항공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건교부나 항공사 모두 지난 사고의 아픈 기억과 함께 항공안전 위험국가라는 오명을 말끔히 떨쳐버릴 수 있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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