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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되는 놈 발목잡기가 경제를 망친다?
[책과삶]되는 놈 발목잡기가 경제를 망친다?
  • 이정환월간<말>기자
  • 승인 2005.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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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읽는7가지키워드좌승희외지음/굿인포메이션펴냄/1만2천원

니체의표현을빌리자면이런책을읽을때는장갑을끼는게좋다.
예민한체질이라면마스크를쓰는것도좋다.
지금이글은이책의소개나서평이라기보다는폭로다.
이책에서우리는우리사회의오해와환상이어떻게만들어지고확대재생산되는가,그리고그런오해와환상이어떻게경제를망치고있는가확인할수있다.


우리는이책의저자들26명의이름을기억할필요가있다.
이들은하나같이내로라하는경제전문가들이다.
이런책에시간을낭비할생각이없는독자들을위해이들의무지와착각,사실왜곡과담론조작을폭로한다.
대부분한국경제연구원사람들이고이름만들어도알만한사람들이니존칭과직책은생략한다.
발췌는최대한본문의의미를그대로살리도록노력했지만믿기지않으면직접대조확인해도좋다.


경제전문가26명의‘되는놈’편들기

좌승희는“경제적차별화가경제발전의필요조건”이라고말한다.
“열심히일해서성과를내는사람과그렇지않은사람을가르지않으면경제가발전할수없다”는논리다.
이를위해“하늘은스스로돕는자를돕는다”는속담까지동원한다.
“잘나가는사람을잡으면망한다”고협박하기도하고“모든사람이수직적사다리를타고열심히올라가도록할수밖에없다”고결론을내린다.
이게이책의큰주제다.


배상근은한술더떠서“지금우리경제는좌초위기에놓여있다”고호들갑을떤다.
그는시장친화적인개혁정책이필요하다면서출자총액제한이나증권관련집단소송제,금융계열사분리청구제,주5일근무제,산별노조,외국인고용허가제등을모조리유예하거나도입시기를늦춰야한다고주장한다.
조성봉은공정거래위원회를겨냥해“코치역할은그만두고심판역할이나제대로하라”고주문한다.


김현종의오지랖은신문시장독과점문제까지시장원리를적용한다.
“신규독자에게경품이나무가지를제공해할인해주는행위는다양한고객에게가격차별을적용하는일반적인기업전략”이라고변명까지해준다.
‘자전거일보’라는별명이붙은몇몇신문들이두손들고반길만한논리다.


이건호는블랙유머를구사한다.
신용불량자구제문제와관련,할부로냉장고를구입하고대금을지급하지못한경우를예로든다.
구입한사람이책임을져야지냉장고를판사람에게책임을지울문제가아니라는이야기다.
신용불량자의경우도자발적인선택일뿐신용카드회사가강요한게아니니까책임을질일이없다는논리다.


이태규는정부가신용불량자들을지원하면서빚을갚기위한적극적노력도하지않고갚을의사마저없는채무자들이늘어나고있다고주장한다.
이책에는양극화문제에대한언급이거의없다.
딱한번,허찬국이수출과내수의격차를잠깐이야기하는데그해법으로주문하는것이노사문제해결과규제완화다.


이주선의민영화옹호논리는괴이하다.
이익을내지못하는공익산업이라면그기업의가치는공짜나다름없기때문에헐값에팔아넘겨도결코손실이아니라는이야기다.
오히려웃돈을얹어주지않은걸다행으로여기라고도한다.
그는공익산업이설령외국에넘어가더라도문제가없다고주장한다.
“정부의법과제도규제에의해제약되고기업의목표는결국시장에서만실현될수있기때문”이라는논리다.
심지어민영화가일자리창출에기여한다는억지도부린다.


부동산투기문제를보는전용덕의대안은화끈하다.
그는“재화의생산또는보유를억제하는정부는틀린것”이라며“종합부동산세,각종부동산관련세금,그린벨트,평수제한,가격규제,분양권전매제한,정부주도의신도시개발,세무조사,고층제한,토지구분,고도제한등은모두문제가있다”고주장한다.
세금과규제가부동산가격을올린다는이상한논리다.


박성준은“한국은여전히노조천국”이라는,너무오래돼서식상한논의를다시꺼낸다.
대기업노조가임금인상을요구하면서비정규직의일자리를빼앗고임금을착취하고있다는논리다.
거기에다“선진국노조들은기업의경쟁력강화를위해경영계에협력하는모습을보이고있다”고아무런근거도없는주장을덧붙인다.


노동자경영참여에대한반발도격렬하다.
안재욱은“노동자의경영참여는모두가불행해지는길”이라고단언한다.
“고용자가제시한보상체계가마음에들지않으면노동자는자신의서비스를철회하면그만”이라고한다.
“노동자들이약자이기때문에도움을주어야한다는온정주의는잘못된것”이라고도한다.
“근본적으로노동자는일자리에대해서는아무런권리가없다”는주장은아연실색할정도다.


민경국의논리도희한하다.
그는“노동자의경영참여가모두에게유익한제도라면왜강제적으로도입해야하느냐”고묻는다.
강제적으로도입하기때문에모두에게유익한제도가아니라는이상한논리다.
그는독일의경우를예로들며“효율적인제도이기는고사하고오히려귀찮은제도”라고지적한다.
박동운은“노조의경영참여는한국경제를망친다”고경고한다.


박성준은외국인노동자문제에대한천박한현실인식을드러낸다.
그는“인권유린은일부불법체류자에게발생할뿐인력난으로고민하는중소기업에서는발생할수없다”고억지를부린다.
국내노동자보다생산성이떨어지는외국인노동자에게낮은임금을주는것을임금착취라고불러서도안된다고덧붙인다.
그는외국인노동자고용허가제의폐지를주장한다.


박성준은또“노사정위원회가시장경제존립자체를위협할소지가있다”고지적한다.
“시장원리와노사자율에의한법치주의에부합하는노사관계를정립해야한다”는이야기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둘러싼주장들은이들이사실을왜곡하거나고의로누락했다는의혹을준다.
최충규는기업들의설비투자부진을이제도탓으로몰아붙인다.
신종익은출자와투자는무관하지않다고주장한다.
모든출자는투자고출자를제한하면투자도제한될수밖에없다는논리다.
조성봉은“투자를할까말까망설이는기업들에게출자총액제한은치명적으로작용할수있다”고호들갑을떤다.


이들은우리나라18개기업집단의출자규모가10.4%밖에안된다는사실을무시한다.
실제로한도25%기준이전혀부담이되지않는다는이야기다.
출자총액제한은무의미한제도일지언정기업의발목을잡는제도는아니다.
굳이문제가된다면계열사출자가아니라도채무나주식발행으로도충분히가능하다.
신규사업을사업부형태로추진하거나기존회사를합병하는방법도있다.


출자총액제한때문에투자를못한다는주장은전혀말이안된다.
엉뚱하게도김현종은LG그룹이LG카드사태해결에나선것을두고출자총액제한제도에위반된다고지적한다.
기업과주주의이익이걸려있을때는폐지하자던제도도끌어다쓴다.
최소한의일관성조차도없는태도다.


김정호는스톡옵션형우리사주제를비판하면서이제도가“주주들에게돌아갈이익을줄이고주가를낮출뿐”이라고지적한다.
그기본논리는“회사의주인은주주”라는데있다.


제조업공동화에대한인식은19세기수준이다.
송영관은리카도의비교우위이론을들고나와인건비가싼나라와의교역이자국산업을파괴시킨다는건잘못된인식이라고지적한다.
그는이른바‘산업고도화’이론을주장하면서기업이유동성위기를겪지않도록지원할금융선진화가필요하다고얼버무린다.


‘안되는놈’에대한언급은빠져

이책의보도자료에는굵은글씨로“한국경제위기는‘되는놈발목잡기’로시작됐다”고제목이달려있다.
‘되는놈’발목을잡지말라는게이책의큰주제다.
그런데‘안되는놈’에대한언급은눈을씻고봐도없다.
이른바경제전문가들이라는사람들이퍼뜨리는우리사회지배담론이이런수준이다.


책을다읽고도풀리지않는의문은2년도지난글들을모아서책으로내는이유가무엇일까다.
두고두고읽을만한주옥같은글이라고생각했던것일까.판단은독자들의몫이지만추천할생각은결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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