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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 문학작품 안에 경영철학 있다
[책과삶] 문학작품 안에 경영철학 있다
  • 임현우/ 자유기고가
  • 승인 2005.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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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삼성경제연구소는CEO들을대상으로경제경영서적10권과비경제경영서적10권을추천했다.
그런데비경제경영서적에속한책들도대개는성공학서적이거나,국제정세론같은,말하자면조금넓은범위에서경영서적에속하는것들이었다.
어쨌든이20권의리스트에는단한권의소설도들어있지않았다.
LG그룹의최고경영자들이계열사의임직원에게휴가철에읽기를권한추천도서리스트에도소설은한권도포함되지않았다.


이런일은별로이상하게보이지않는다.
도대체경영과문학이무슨상관이란말인가?기업의경영자들은매우바쁜사람들이다.
개인적인시간을거의낼수없는경영자들이경영을더잘하기위해시간을쪼개서하는독서이니만큼,그책은경영학자나경영컨설턴트들이내놓은전략,구조조정,리더십관련경영이론서이거나성공한경영자들이쓴자서전과같은것들이대부분일수밖에.

이런상황에서인문학자가경영자들에게문학작품을읽을것을권한다면,현실을전혀모르면서교양만을읊조리는나이브한사람으로취급되기십상일것이다.
그런데이러한주장을펼친장본인이미국을기반으로전세계에퍼져있는거대기업의전직CEO라면어떨까?그리고이러한주장을펴는이유가단순한(?)교양과여가를위해읽기를권하는것이아니라,문학작품속에서최고의경영비전과지침을얻을수있기때문이라면?


문학과경영양쪽성공적인커리어접목시켜


로버트A.브로어는시카고대학에서영미문학으로박사학위를취득한후,위스콘신대학에서강의를하던중돌연진로를바꿔여성의류업체메이든폼의마케팅담당임원으로취임해20년간근무하면서CEO에까지이른인물이다.
메이든폼은이기간동안세계적인거대기업으로성장했다.
그리고그는메이든폼에서은퇴한뒤뉴욕대학에서‘비즈니스문학’이라는학제간과목을신설해강의를하면서자신의문학과경영양쪽의성공적인커리어를접목시켜매우독창적인<책에게경제를묻다>를집필했다.


성공한문학교수가기업의임원으로옮기자,사람들은그를만날때마다소설밖의현실세계에나와보니어떠냐는질문을던졌다고한다.
브로어는이질문에마케팅의세계가소설속의세계와얼마나다른지모르겠다고답했다고한다.
사람들은일과여가,이상과현실,인문학과사업,작가와사업가등과같이모든걸둘로나눠사고하려는속성이있는데,그가보기에이것은근거가박약한것이다.
브로어에게있어서문학은욕망,정체성,권력,자기통제,정신적도전,안정,자아실현,외부평가등의인간본성에대한탐구와드러냄인데,경영중에서절대적으로커다란부분이바로인간관계에관한것이기때문에훌륭한문학작품은경영자에게중요한통찰을준다.


비즈니스의구성요소가운데첫번째인간인고객을보자.브로어에게있어서기본적으로소비자가구매하는행위는이미지와환상을사는것에다름아니다.
따라서유능한세일즈맨은연극적감각을갖고있어야한다.
씨어도어드라이저의1900년소설<캐리>에서,시골에서시카고로막상경한아가씨가백화점을둘러보면서백화점이발산하는이미지와환상에압도당하는장면을인용하는저자는이것은이아가씨만이아니라풍요의나라미국의모든소비자들의공통적인욕구라는것을보여준다.
그리고그는데이비드마멧이83년에선보인퓰리처상수상작<글렌개리글렌로스>에서부동산회사세일즈맨들이이미지와환상을창조하는것에서교훈을끌어내기도한다.


나아가거대기업에속한사원들이느낄수있는,무력감,자아실현의문제와관련해서는슬론윌슨의56년소설<회색플란넬양복을입은남자>에서상사의기분만을맞춰주면서자아인식을상실할뿐만아니라기업내에서도실패의길로가고있었던미디어기업의사원톰래스에대한분석이이어진다.
그리고무엇보다도충격적인것은,아서밀러의49년희곡<세일즈맨의죽음>에등장하는윌리로만에대해서대부분의사람들이(경영자들을포함해서)회사라는조직의인간파괴라고평가하는것과는달리,윌리의자기부정과현실외면에대해회사가냉정하게대처하지못함으로써야기된비극이며,이러한해석이작가의진정한의도에더욱부합한다고주장하는대목이다.



창의적사고의중요성등문학작품빌어설명


모든인간에게선욕망과절제,나약함과의지,냉정함과우유부단함이복합적으로구성되어있다는이해방식은앞서예로든고객과직원의경우에만국한되지않는다.
브로어자신을포함한최고경영자역시경영하는기계가아닌인간이기때문이다.
브로어는90년대미국에서유행한‘기업리엔지니어링혁명’에대한맹신은,원하는것만을믿고원하지않는현실은외면하는인간의한특성에거대기업의경영자들이굴복한것으로본다.
나아가브로어자신을포함한메이든폼의경영자들역시이렇듯믿고자하는것만을믿으려는태도때문에,소비자들이불편해한다는명백한사실에눈을감고레이스가달린브래지어를대규모로시장에출시했다가엄청난피해를본경험을솔직히털어놓는다.
브로어는이러한태도는이미조지버나드쇼의1906년희곡<바바라소령>과조셉헬러의74년소설<무슨일이있었지>에서날카롭게풍자된바있다는사실을들려준다.


이외에도이책에는창의적사고의중요성,적자생존을맹목적으로밀어붙이는것에숨어있는위험,각급경영자의리더십등에대해서다양한문학작품들을동원해설명한다.
이책은간결한문장속에근원적인내용을풍성하게담고있다.
그리고무엇보다기업인들에게익숙한경영서들과문학작품을비교하고,메이든폼의실제사례를성공과실패모두솔직하게드러냄으로써신뢰성을높여주고있다.
한마디덧붙이자면,역자는수백년에걸친영미문학작품으로부터의인용문과까다로운비즈니스용어를충실하게그리고세련되게번역해주었다.



책에게경제를묻다
로버트A.브로어지음/김재윤옮김/해바라기펴냄/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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