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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헨리 조지..... 19세기 미국 경제학자·사회운동가
[사람들] 헨리 조지..... 19세기 미국 경제학자·사회운동가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 승인 200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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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가치세 부과, 투기 막고 경제 살리고” 헨리 조지(Henry George·1839~1897)는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활동한 경제학자이자 사회운동가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절망적인 가난 가운데 살았지만, 독서와 토론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습득했다.
링컨 암살 소식에 격분해 자신이 인쇄공으로 근무하던 신문사에 투고한 글이 톱기사로 게재되면서 일약 기자로 발탁되었고, 그때부터 언론인, 저술가, 경제학자의 길을 걸으며 명성을 날렸다.
불후의 명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을 비롯해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 <정치경제학> 등 뛰어난 경제학 저서를 저술했고, 수많은 논설과 강연 원고도 남겼다.
헨리 조지의 경제사상은 20세기에 들어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는 양극 구도 속에서 퇴조했지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1879년에 출간된 <진보와 빈곤>은 19세기 말까지 수백만권이 팔려 논픽션분야에서 성경 다음 가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의 사상은 중국의 쑨원과 러시아의 톨스토이 등 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헨리 조지를 따르는 조지스트(Georgist)의 세력은 마르크시스트의 세력보다 더 컸다고 한다.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존재하는 수수께끼를 해명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생각했던 헨리 조지는 이 수수께끼의 해답을 토지가치의 상승에서 찾았다.
즉 물질적 진보에 의해 생산이 증가하지만 토지가치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노동과 자본에 돌아갈 대가가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빈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주기적 불황, 토지 문제서 기인” 그는 자본주의 사회를 괴롭히는 주기적 불황도 토지 문제에 기인한다고 봤다.
즉 물질적 진보에 의해 토지가치가 상승하면 미래의 토지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형성되고 그것은 토지 투기를 유발한다.
토지 투기가 발생하면 토지가치는 그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하게 되고, 이것은 토지를 주요 생산요소로 사용하는 생산부문에 압박을 가하게 된다.
토지와의 관련성이 높은 부문에서부터 자본과 노동이 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기 시작하고, 그 부문의 공급은 중단된다.
공급 중단은 즉시 다른 부문 생산물에 대한 수요 중단으로 이어진다.
수요 중단으로 인해 다른 부문의 공급이 위축되고, 그것은 다시 수요 중단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공급 중단 → 수요 중단 → 공급 중단…’의 연쇄 반응이 나타나서 경제 전체로 확산되면, 경제 불황이 시작된다.
헨리 조지는 천부자원인 토지와 자연자원을 개인이 절대적·배타적으로 소유해서 그로부터 나오는 소득을 사적으로 전유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 불의라고 여겼다.
이 경제적 불의의 존재가 진보 속의 빈곤이나 주기적 불황과 같은 경제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것이 헨리 조지의 주장이다.
헨리 조지에 따르면,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공적으로 환수하는 것 외에는 이러한 경제적 불의를 타파하고 그로 인한 경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기서 토지가치세(Land Value Taxation)를 통해 토지의 임대가치인 지대(rent)를 거의 대부분 환수하고,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각종 세금을 철폐하자는 토지단일세(Single Tax) 주장이 나오게 된다.
지금은 토지단일세라고 하면 비현실적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그리 특별한 주장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 비해 정부의 규모가 작고 지대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토지가치세만 가지고도 정부 세수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지대 비중이 줄어든 요즈음에는 토지가치세만으로는 세수를 충분히 조달할 수 없을 것이므로, 토지단일세 주장은 ‘토지가치세 최우선 징수 및 여타 조세 감면’으로 내용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토지가치세 늘어날수록 다른 세금 감면 효과 토지가치세를 부과하면 토지 불로소득 획득의 가능성이 없어지므로 토지투기가 사라진다.
이용에는 관심 없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던 사람들은 토지를 내놓을 것이므로 토지의 이용도는 올라간다.
이것들은 모두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토지가치세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세금들을 감면하는 것 또한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작용을 한다.
이처럼 헨리 조지의 토지가치세는 다양한 경로로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
천부자원으로서 사회의 공동재산인 토지와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사회에 지불하므로, 토지가치세는 경제정의에도 부합한다.
2003년 6월에 발간된 세계은행 보고서 <성장과 빈곤 해소를 위한 토지정책>에서는 1960~2000년 사이 전 세계 26개국을 대상으로 토지 분배와 경제 성장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토지가 공정하게 분배된 나라일수록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뤘으며 제3세계 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빈민층의 땅 소유 및 사용권을 확고히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토지 문제의 해결이 경제의 효율성을 증진시킨다는 헨리 조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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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유세 늘리고, 건물보유세 줄여야
투기와 부동산 양극화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조속히 헨리 조지식 부동산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가 조지스트 이정우 전 정책기획위원장의 영향을 받아서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를 추진하는 등 부분적으로 헨리 조지식 정책을 추진했지만, 극히 불충분하다.
토지가치세 원리는 토지보유세의 획기적 강화와 다른 세금의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패키지형 세제 개편’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 보유세의 수준이 극히 낮다.
‘세액/부동산가액’으로 계산되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0.15%로서 미국과 영국 등의 8분의 1 내지 7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속히 보유세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유세를 토지, 건물 구분 없이 강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헨리 조지가 말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지만, 건물 보유세를 강화하면 건물의 신축, 개조가 위축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지스트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비크리(W. Vickrey)는, 부동산 보유세가 최선의 세금 중 하나(토지보유세)와 최악의 세금 중 하나(건물보유세)가 결합된 세금이라고 말한 바 있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만큼 부동산 거래세는 감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는 매우 낮은 반면 거래세가 지나치게 높은 비정상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조속히 보유세 중심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유세 수입이 충분히 증가하면 그와 연계하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 즉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감면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패키지형 세제 개편의 원리는 보유세 강화에 수반하는 조세저항을 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히 보유세를 더 걷는 것이 아니고 ‘나쁜 세금’을 ‘좋은 세금’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패키지형 세제 개편의 한 가지 문제점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토지보유세가 충분히 높아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상당한 토지 불로소득이 소유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으로 기존의 개발이익 환수장치(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환수제도 등)를 정비·강화하여 토지 불로소득을 가능한 한 많이 환수할 필요가 있다.
헨리 조지의 토지가치세 원리는 토지가 이미 국유화되어 있는 구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토지의 처분권과 수익권은 예전처럼 국가가 가지고 사용권은 민간에 넘기는 토지공공임대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는 장차 남북한 통일 과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남한에서는 패키지형 세제 개편으로, 북한에서는 토지공공임대제로 헨리 조지의 토지가치세 원리를 구체화한다면, 통일 과정에서 또 통일 후에 가장 큰 난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토지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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