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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루블화 평가절상 ‘네덜란드병’ 징후
[러시아]루블화 평가절상 ‘네덜란드병’ 징후
  •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5.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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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증가율 둔화, 국내 생산 비중 커질 듯 2000년 이후 연평균 약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오던 러시아 경제는 유리한 교역조건 속에서도 2005년에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주로 설비투자의 부진에 의해 천연자원 추출, 전력, 가스 등 전통적 수출산업의 생산능력이 저하됐고, 수출증가율이 둔화된 데서 비롯한 것이다.
잠정적인 평가에 따르면, 2005년의 러시아 경제는 전년보다 1.2% 포인트 낮은 6.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에 러시아는 IMF, 파리클럽 등에 약 190억 달러의 외채를 상환했음에도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 덕분에 세계 5대 외환보유국(1700억 달러)으로 발돋움했다.
러시아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5년 1~9월 동안 14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코스(Yukos) 사태에 따른 투자불안 심리를 이미 극복했으며 러시아의 경제개혁을 대체로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최근 러시아에선 막대한 오일달러의 유입으로 루블화의 실질환율이 절상돼 에너지를 제외한 기타 산업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네덜란드병’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는 지나친 소비과열과 오일달러의 과다 유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대달러 루블화 환율의 추가 절상을 막기 위해 안정화기금을 운용하면서, 이를 대외부채의 탕감에 우선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 정부는 산업다각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05년 10월 러시아 정부는 ‘경제성장 가속화 프로그램’을 채택했는데, 조세부담 감소, 혁신산업 개발, 운송 인프라 발전, 은행부문 발전, 국가의 수출지원 강화, 부동산시장 발전, 신경제특구 설치, 행정개혁 등이 그 골자이다.
2006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루블화의 평가절상, 수출증가율의 둔화, 설비투자 부족에 따른 일부 산업의 생산능력 저하에 근거한다.
그러나 당분간 국제적인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2006년 러시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러시아의 수출증가율은 둔화하는 반면 수입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러시아의 국내 수요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국내 생산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인플레이션은 8.5%로 다소 안정될 것이고, 루블화의 대달러 환율은 28.0~28.2 루블로 약간 절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한국이 러시아에 시장경제국의 지위를 부여했고, 또 조만간 러시아의 WTO 가입이 예상돼 한국의 대러 수출 및 투자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러 수출의 경우 식품류, 기계류, 자동차 등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러시아의 금융·보험·통신·유통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06년부터 러시아가 수입품에 대해 프라이스 리스트(price list) 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그동안의 단순 수출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조속히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향후 한-러 양국 간의 주요 경제협력 방향은 극동 및 시베리아 지역의 유전·가스 공동개발,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사업 참여 등 에너지자원 개발과 인프라 구축 사업 그리고 우주·과학기술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협력 분야가 2005년 11월에 채택된 ‘한-러 경제통상협력을 위한 행동계획’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러 양국은 이러한 행동계획을 착실히 실행해 나가면서 경제협력을 확대·심화해야 할 것이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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