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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정책의 '정치화'과정
미국 무역정책의 '정치화'과정
  •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6.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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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일 한미 양국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협상 개시선언을 했다.
미국의 FTA 추진 동향과 정책 및 이와 관련된 미국 의회의 역할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대미 FTA협상 전략 수립에 중대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FTA정책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미국은 2002년 이후 적극적으로 FTA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될 때까지 단 2개의 FTA협정(1985년 이스라엘, 1989년 캐나다)만을 체결하였던 미국은 2005년 하반기까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미 의회에서 비준(2005년 7월)했고, 중동국가 중 5번째로 오만과 FTA를 체결(2005년 10월)했다.
2005년 12월에는 페루와 FTA협정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태국과 FTA 6차 협상을 끝낸 상태이다.
미국은 현재 미주 34개국을 포함해 약 44개국과 FTA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FTA를 유도하는 미국의 '경쟁적 자유화'전략 미국 FTA정책의 목적과 추진 전략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FTA정책의 목적은 통상이익의 종합적인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통상정책의 목적은 범세계적인 WTO의 다자간 무역협정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 또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통해 미국의 경제 통상 및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미국 FTA추진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이다.
이는 미국이 특정국가와 FTA를 체결하여, 차별적 대우를 우려한 다른 나라로 하여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양자간 체결하는 FTA를 통해 여러 나라가 무역자유화의 대열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다.
프레드 버그스텐이 처음으로 사용한 이 용어는 부시행정부의 로버트 줼릭 무역대표부 대표가 미국 통상정책의 핵심전략으로 추진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두 번째 FTA전략의 특징은 양자간 FTA를 다자간 협상(DDA)과 지역통합에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자간 협상 또는 지역 통합이 지연 또는 교착상태일 때 FTA를 체결해 다자간 협상의 돌파구 마련에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1990년 대 초 우루구와이라운드(UR)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UR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 최근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추진이 난관에 봉착하자 중남미국가와 개별로 FTA를 체결(CAFTA)하는 것이 그 예이다.
FTA 추진 시 지역적인 거점국가를 선정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미국이 가장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한 미주 대륙을 제외하고도, 동남의 싱가포르,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중동의 요르단, 바레인, 오만, 대양주의 호주 등 세계 전역에 걸쳐 지역적으로 다양한 거점국가를 선정해 FTA를 체결한다.
또한 미국은 경제적인 고려뿐만 아니라 외교적·안보적 목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1985년에 체결된 미국의 첫 FTA인 미· 이스라엘 FTA, 최근 중동국가와 추진하고 있는 중동자유무역지대추진(MEFTA), 이라크전에 참전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호주 등과의 FTA 추진이 그러하다.
또한 미국은 개도국과의 FT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1989년의 캐나다, 2004년 호주를 제외하면 미국이 맺은 FTA는 모두 개도국들과 맺은 FTA이고, 이는 개도국의 무역장벽 제거가 이들 국가의 경제자유화를 촉진시켜 미국이 추구하는 국제정치적 및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미국의 FTA 추진전략 중 두드러진 것은 통상정책에서 노동과 환경을 무역과 연계시키는 움직임이다.
개도국의 낮은 노동여건과 환경 기준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논리를 앞세워 미국 의회에서 통상정책을 노동과 환경에 연계시키는 추세가 발생하고 있다.
한층 강화된 의회의 감독권 미국의 통상정책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전적으로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국의 무역정책 과정은 복잡하고 종종 정치화되어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무역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고 있지만 9·11테러 공격 이후 국가안보와 같이 자유무역과 관련이 없는 쟁점에 의해 자유무역정책의 수립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자유무역정책의 수립과정이 경제적인 쟁점보다는 의회, 조직화된 산업계의 로비, NGO(비정부 조직), 노조 등 정치적인 압력에 더욱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행정부 내에서의 무역정책의 조정은 무역정책실무위(TPSC)에서 담당하고 있고, TPSC는 행정부 내의 19개 기관의 실무담당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USTR이 제기한 여러 무역정책 관련 쟁점에 대한 심의를 담당한다.
9·11테러 이후 달라진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무부, 재무부, 국방부 등이 무역정책을 고려하는 데 더욱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FTA와 같은 무역정책이 순수한 무역이익을 통한 경제성장의 논리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외교안보적 목적의 논리안에서도 고려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부시가 2003년 제시한 ‘중동자유무역지대’(MEFTA)안이나, 2002년 제시한 ‘아세안이니셔티브사업’(Enterprise for ASEAN Initiative) 등이 경제적 및 외교안보적 목적이 동시에 고려된 무역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TPSC가 무역정책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USTR과 기타 19개 기관의 고위직(차관급)으로 구성된 무역정책검토회의(TPRG)에서 결정이 되고, TPRG는 주로 무역제재조치, 중요한 WTO 관련 업무 및 FTA 대상국 등의 쟁점을 다룬다.
무역정책적인 쟁점이 안보관련 중대사안인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주재하는 무역 관련 부처 차관보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매우 중대한 무역쟁점의 경우 관련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회의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
외견상으로는 USTR이 주도적으로 무역정책과 협상을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의회가 헌법에 따라 궁극적인 권한을 갖고 있고, 2002년 미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무역진흥권한(TPA)은 무역 쟁점에 관한 의회의 감독권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 의회 내의 의회감독그룹(COG)은 상원의 금융위원회와 하원의 세입세출위원회로 구성되어 있고, 이 COG가 실질적으로 USTR에 정책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USTR의 정책에 대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고, USTR은 무역정책수립과정과 내용을 COG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USTR은 미대통령 직속 기관인데도 의회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의회의 관점을 자유무역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 관련 주요 쟁점이 발생한 경우 COG위원 등과 같은 의회의 주요 인사들을 통한 교류협력도 당국자간 협의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 junkyul@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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