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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효과 의심스러운 ‘경제특구’ 붐
[글로벌]효과 의심스러운 ‘경제특구’ 붐
  •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연구원
  • 승인 2006.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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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작고 IT 중심 한계 … 수출주도형 제조업 육성 의문 지난 6월19일 인도의 최대 기업집단 릴라이언스 그룹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티리'는 하르야나 주 정부와 경제특구(SEZ) 개발 추진회사를 설립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하르야나 주 구라가온 지역에 건설될 다목적 경제특구는 중국이나 두바이의 경제특구 형태로서, 2만5천 에이커의 면적에 인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릴라이언스는 이 SEZ에 향후 10년에 걸쳐 인프라 개발에 55억 달러를 투자하고, 제조, 서비스, 농가공 산업의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하여 125억 달러 정도의 수출상품을 생산하며 5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협정 서명 직후에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쉬 암바니(Mukesh Ambani) 회장은 화물 공항 및 2천MW의 발전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 SEZ에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같이 다국적기업이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릴라이언스 그룹뿐만 아니라 지금 인도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SEZ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몇 년 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사실 인도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SEZ 제도를 도입했지만 성과가 크게 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5월 SEZ법을 손질하여 소득세, 관세 및 소비세 면세기간을 확대했다.
연립정권 내 좌파 정당들의 반대로 산업계가 요구한 고용 및 해고의 유연성은 개선되지 않았으나 인센티브의 확대와 인도 경제의 호조로 SEZ 개발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적으로 높아졌다.
인도의 기업들은 기존의 공단을 SEZ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SEZ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릴라이언스 그룹의 시도도 그 예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인도의 SEZ는 몇 가지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SEZ가 수출 주도형 제조업을 육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의 SEZ는 대체로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규모가 작고 외부기업이 입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IT 등 비제조업 분야의 SEZ 설립도 늘어나며 정부의 일관적이지 못한 정책까지 노정하고 있다.
예컨대 SEZ법에서는 외국 대학이 1천 에이커 이상의 캠퍼스를 설립하고, 50%의 외국인학생들을 유치하며, 수업료를 외화로 납부하는 조건에서 교육경제특구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한 대학은 교육경제특구를 설립하기 위해 신청을 했는데 인적자원개발부가 수업료 및 하위계층에 대한 입학생 유보제도는 여기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외자유치를 옹호하는 상업부와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문제는 SEZ가 증가하면서 가뜩이나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의 재정적자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통합 재정적자가 GDP의 9% 정도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사회간접자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어렵고 그래서 SEZ 등을 민간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적자가 나더라도 SEZ가 장기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유치에 기여하면 좋지만 일부 개발업자들은 부동산 투기를 위해 SEZ를 건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제조업 중신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우후죽순 형태로 설립되고 있는 SEZ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수출을 확대하여 인도 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도 정부의 주의 깊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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