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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를 찾아서] 한국 척추수술의 역사를 만들다 ②
[명의(名醫)를 찾아서] 한국 척추수술의 역사를 만들다 ②
  • 한상오 기자
  • 승인 2006.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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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광혜병원 원장 척추분야의 의료기술은 한국이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척추수술은 고도의 기술을 숙련한 전문의와 이를 뒷받침 하는 의료자재가 필요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세계 의료계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한 한국의 척추분야 의료기술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술법을 도입하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놀랄 만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 척추분야에서의 한국의 명성은 해외에서도 자자하게 알려져 척추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의 척추 전문의가 한국을 방문하는 숫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이루게 된 데에는 척추 치료 연구를 위해 평생을 바친 한 의사의 땀방울이 서려 있다.
미세 현미경 디스크 수술 국내 첫 도입 한국의 척추의료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해온 광혜병원 김영수 원장(42년생)이 그 장본인. 김 원장은 196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매년 수십 차례씩 공항 문턱이 닳도록 해외를 오가며 해외 척추수술의 신기술을 배우고 국내 척추 치료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리며 척추 치료 발전을 위해 수십 년간 한길을 걸어왔다.
그의 업적은 곧 한국 척추 수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원장은 첨단 기술을 해외에서 발 빠르게 배워 연구하고 개선하며 남들 보다 앞서나갔다.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는 미세 현미경을 이용한 디스크 수술도 1974년 김 원장이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것. 처음에는 모든 의사가 반신반의했던 것을 김 원장이 해외에서 직접 수련을 거친 후 시범 수술을 보이며 국내와 세계에 알렸다.
회복과 부작용이 적은 이 수술은 모든 환자와 의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디스크 수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또, 간단한 주사요법으로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게 된 것도 김 원장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8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카이모파파인'이란 효소를 주사로 주입해 디스크를 녹이는 치료법을 승인하자 곧바로 미국 오하이오로 가서 그 분야의 1인자였던 맥 칼라 교수에게 치료법을 배워왔다.
미국의 라이먼 스미스가 개발한 이 치료법은 김 원장에 의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욱 많이 알려졌다.
김 원장은 94년 국제디스크내치료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으며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고 △다리를 쭉 뻗어 올리지 못하며 △컴퓨터단층촬영(CT) 때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볼록 튀어나온 게 보일 경우 이 치료법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의 의사들은 이 세 가지, 즉 ‘김영수의 3대 적응증(Kim's Triad)’을 환자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 원장은 수술법뿐만 아니라 ‘컴퓨터 적외선 전신체열촬영기(DITI)’를 통해 환자의 통증 부위 온도 변화를 보며 진료하는 ‘체열의학’을 도입, 한방 수지침 등의 진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퇴행성 디스크 환자 위한 끊임없는 연구 김 원장이 척추치료법에 있어서 가장 큰 과제로 삼은 것은 퇴행성 디스크환자의 치료였다.
퇴행성 디스크는 척추 전체가 약해지기 때문에 간단한 수술법만으로는 쉽게 치료가 되지 않고 노인들에게는 후유증이 크기 때문. 김 원장이 퇴행성 디스크 환자에게 시술하는 척추 융합술 연구는 9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3년 미네소타의 찰스 레이박사가 퇴행성 디스크환자의 척추 마디에 티타늄으로 만든 ‘케이지’를 삽입해 치료한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배운 후 다음해 이 재료를 이용한 더욱 간편한 수술법을 개발한 것. 영국의 노팅햄의대, 독일의 베를린의대, 프랑스의 아미앙병원 등에서 선진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수술시범을 보이자 매년 20~30명의 외국의사가 김 원장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몰려오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더 나아가 심한 퇴행성 디스크 환자에게 시술되는 척추 고정술을 기존의 단단한 금속봉을 이용한 경성고정술에서 그라프밴드를 이용한 연성고정술, 즉 움직이는 역동적 고정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1993년 국내 최초로 도입. 인체에 더욱 적합한 움직이는 척추 고정술을 통해 수술의 부작용을 없애고 재수술을 방지 할 수 있게 하였다.
미국 척추전문 교과서 3개 단원 집필 최근에는 2006년 6월 미국에서 출판된 척추전문 교과서인 ‘역동적 척추 재건술(Dynamic Reconstruction of the Spine)’ 속에 김 원장이 세 개의 단원을 집필하여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석학임을 과시했다.
집필 내용의 하나는 최근 척추 고정술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그라프밴드를 이용한 역동적 고정술’이다.
또 하나는 ‘형상기억 임플란트를 이용한 역동적 척추 고정술’로 니티놀 형상기억 금속으로 된 탄력적 척추 고정장치를 서방세계에 최초로 김 원장이 소개하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Bioflex 니티놀 스프링 로드를 이용한 역동적 고정술’로 김 원장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니티놀 스프링 타입 나사못 역동성 고정 수술법을 집필한 것이다.
환자에게는 스마일 닥터, 의사에게는 라미김(Lami-Kim) 김 원장의 연구 성과와 화려한 이력의 뒷면에는 늘 따뜻하고 성실하게 환자를 대하는 의사로서의 삶이 녹아 있다.
항상 예약된 환자만 진료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속 시원히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때까지 상담을 계속 해주기 때문에 늘 김 원장의 진료실 앞에는 대기의자가 만원이다.
△지난 9월 초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는 김영수 원장. 김 원장은 매년 300만원을 기증하여 국내외에 발표된 우수 논문 저자를 표창하는‘ 라미 김영수 학술상’을 제정하였다.
기다리는 일은 힘들지만 언제나 환하게 웃는 김 원장의 얼굴을 보면 환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김 원장의 웃는 얼굴은 이미 트레이드마크가 되어서 '스마일닥터'라는 별명도 생겼다.
한국 척추치료의 발전과 함께해온 김 원장의 연구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김 원장은 뒤를 이을 후학 양성에 힘쓰는 데에도 열심이다.
최근에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에 매년 300만원을 기증하여 국내외에 발표된 우수논문 저자를 선발하는 학술상을 제정했다.
국내 연구 활동이 얼마나 힘든지를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연구 활동에 매진하는 후배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들게 됐다.
학술상 이름은 "라미 김영수 학술상". 라미(羅彌)는 척추 후궁절제수술을 뜻하는 라미넥토미(laminectomy)를 의미한다.
척추 후궁절제수술을 가장 많이 했던 김 원장이 의사들 사이에서 Lami-Kim 이라고 불리던 것이 그의 호(號)가 되었던 것. 이번 상을 계기로 후배 의사들의 활발한 연구 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금년에 첫 시행된 이 상은 연세의대 신경외과 진동규 교수의 논문이 선정되어 시상되었다.
김 원장은 오늘도 광혜병원의 진료실에서 환한 웃음으로 환자를 맞는다.
그리고 진료 외 시간에는 환자들의 증상 하나하나 체크하며 환자를 위한 더 나은 치료법을 연구한다.
척추는 그가 수십 년간 계속 쌓아온 분야지만 김 원장에게는 아직도 개척할 것이 많은 바다와 같다.
전 세계 노인들의 건강한 허리, 높은 삶의 질을 위해 그의 연구실에는 밤새 불이 켜져 있다.
한상오 기자 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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