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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자본주의 시각 차 ‘확연’ 드러나
[커런트] 자본주의 시각 차 ‘확연’ 드러나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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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제교과서, 뭐가 다른가] 한국 반기업 정서 두드러지게 강조 … 미국 기업은 좋은 것이여! 현재 고등학생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의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까. 세계 1위의 경제대국 미국과 11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다.
교학사, 대한교과서, 두산, 법문사, 천재교육 등 국내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5종과 National Textbook Company, Pearson Education Company 등 미국 교과서 2종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의 경제교과서는 ‘반기업’ 정서가 강한 반면, 미국 교과서는 기업에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교과서는 큰 정부와 시장 실패를 강조하는 데 비해 미국 교과서는 작은 정부와 시장의 혜택을 중시하는 등 한국 교과서와는 사뭇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미 경제 교과서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장 실패, 정부의 역할, 기업가 정신 등 4개의 주요 부문으로 나눠 살펴보면 국내 교과서가 좌편향된 경제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제 교과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기업 활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오염, 유해식품, 대기업의 횡포 등 일부에 국한된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기업경영 활동 사례로 소개하는 내용이 많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망각한 일부 기업들의 행태에 대하여 쏟아진 사회적 비난은 기업이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는 천재교육의 내용은 자칫 기업이 부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사례 중심의 미국 경제 교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미국 교과서는 ‘공정한 경쟁상태 내에 기업이 존재하는 한, 그들의 자원을 활용하고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한 활동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다’라고 적고 있다.
특히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실패에 대한 내용도 크게 차이가 드러난다.
국내 교과서는 시장 실패에 대해 2~7쪽을 할애한 반면 미국은 1쪽 내외에 그쳤다.
천재교육은 ‘시장경제의 경우 잘사는 사람은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못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다.
또 과거 식품이나 도덕성을 문란하게 하는 저질의 상품들이 생산되는 단점이 있다’며 시장경제를 불신하는 내용을 적고 있다.
두산교과서는 이미지 설명에서 노숙자의 모습과 호화 연예장의 모습을 대비시켜 경제성장의 불균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미국의 경제 교과서는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실패할 경우 정부 역시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공해와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에 세금을 중과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과적으로 일부 기업은 그들의 사업을 그만두게 될 것이며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며 정부의 시장개입보다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미간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대한교과서는 ‘시장실패로 인해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데 비해 미국 교과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작은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을 설명하는 장에선 ‘많은 개인들이 시장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앙집중 정부 계획보다 훨씬 유용하게 자원을 배분한다’며 정부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제 성장 및 혁신의 핵심요소로 꼽히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교과서는 5개 중 1개만이 올바른 설명을 하고 있다.
나머지 4개는 아예 언급이 없거나 잘못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교과서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기업가 정신이란 위험을 감수하며 생산적인 방법을 통해 여러 자원을 결합하는 개인적인 도전이다’라고 설명하며 스티브 잡스를 인용하고 있다.
가치관 중심의 한국경제교과서 국내교과서 중 교학사만이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이윤을 추구하고자하는 기업가정신이야말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기술을 진보시키는 원동력이다’라며 슘페터(J A Schumpeter)가 제시한 기업가의 역할과 정신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한국 교과서는 세계화에 대해서도 개방과 경쟁에 관한 비우호적 입장을 견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설명도 5개 중 1개 교과서에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한미 고등학생들의 경제 이해력을 테스트해본 결과 한국 고교생들은 평균 55.7점으로 미국 61.2점에 비해 낮은 점수를 보였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한미 고교생간 격차도 벌어졌다.
한미간 난이도별 점수 격차를 보면 단순지식은 -2.9점, 이해력은 -5.5점, 응용력은-6.5점으로 한국 고교생들의 점수가 모두 낮게 나왔다.
한국의 경우 전체 40문항 중 17개 문항에서 경제과목을 수강한 학생의 정답률이 수강하지 않은 학생의 정답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은 “국내 학교 교육에서 경제 과목의 비중이 미국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고교 졸업자 4명 가운데 1명인 25%만이 경제과목을 배우고 졸업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 고교 졸업생의 50% 이상이 경제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2∼3 과정 중 경제과목을 개설한 학교의 비율은 전체 학교 수 1382개의 42% (575개)로, 한국지리(82%), 한국 근·현대사(84%), 사회문화(85%)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또 한국은 경제담당 교사 중 대학에서 경제 과목을 전혀 수강하지 않은 교사의 비율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은 12%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윤리경영팀 박동민 팀장은 “청소년의 경제교육이 시장경제에 부정적인 시각에서 이뤄진다면 우리 미래도 그만큼 어두워질 것”이라면서 “청소년들이 올바른 경제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시장과 기업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서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교과서 집필진 대부분이 경제학 전공이 아닌 사범대학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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