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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어디까지 망가지나 걱정되는 미국
[글로벌] 어디까지 망가지나 걱정되는 미국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7.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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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세계 경제 변수 점검 … 美 달러화 약세에 경기 둔화 우려

올해 세계경제 최대의 변수는 미국경제가 과연 어디까지 망가질 것이냐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불어났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8050억달러, 재정적자도 4천억달러에 이른다.
이 쌍둥이 적자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다.
저축률은 거의 0%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에도 8690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그동안 국채를 찍어내 뿌리면서 이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충당해왔다.
빚으로 빚을 막아왔다는 이야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능했던 건 그동안 미국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자산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렇게 낮은 금리로 해외자본을 끌어들인 다음 이를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남겨왔다.
미국 국채의 수익율은 연 4%대 밖에 안 되지만 미국의 해외 투자수익률은 평균 8%에 이른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이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굳이 미국 국채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혹시 미국 국채의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미국이 세계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달러화 보유 '어처구니가 없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2389억6천만달러에 이르는데 대부분 달러화 자산이고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다.
국민 한 사람 앞에 5195달러씩, 우리 돈으로 하면 478만원 정도를 외환보유액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의 외환보유액도 8969달러에 이른다.


만약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이 나라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달러화 자산을 서둘러 처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과거 경험을 미뤄보면 처분하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달러화 가치가 당장 폭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분은커녕 환율 하락을 막으려고 오히려 달러화 자산을 사들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뿌려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나 통화안정증권도 골칫거리다.
환율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은 그럴듯한데 엄청난 이자 비용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도 많지만 당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끙끙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영향력은 이미 예전 같지 않다.
이른바 브릭스로 불리는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공업국이 부상하면서 미국이 상품이나 서비스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무역적자와 경상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당연히 그 과정에서 달러화 가치는 계속 추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30.7%에서 2005년에는 26.0%까지 떨어졌다.
일본 역시 14.9%에서 10.2%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3.8%에서 5.0%까지 늘어났고 그밖에 기타 나라들의 비중은 44.6%에서 50.5%까지 늘어났다.
바야흐로 세계경제의 다원화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한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거듭된 금리 인하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동 산유국의 무역흑자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른바 달러 리사이클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일본을 비롯해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화 자산의 투자가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약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

무엇보다도 미국을 긴장시키는 것은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이 외환보유액을 줄이거나 달러화 자산을 다른 통화자산으로 옮기려고 할 가능성이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화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5.4%에 이른다.
달러를 사들이면서 환율을 방어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비중이다.


만약 달러화 약세가 피할 수 없는 움직임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이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최선의 대안이 된다.
벌써부터 중동 산유국에서는 유로화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쏟아져 나올 경우 달러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중국 위안화의 향방이다.
중국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9% 이상의 높은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문제는 경기침체가 아니라 경기과열이다.
중국정부가 서둘러 긴축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결국 근본적인 대안은 위안화 절상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만약 위안화 가치가 올라갈 경우 중국과 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도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결국 원·달러 환율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그 부담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일부에서 원·달러 환율이 소폭이나마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달러화 약세와 세계경제의 둔화는 피할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속도를 놓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달러화 약세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여러 나라들이 마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다.
문제는 많지만 여전히 달러화는 세계경제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고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주택경기다.
지난해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최대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인상이 주택경기를 위축시키고 가계자산 감소와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세계경제의 둔화를 불러왔던 것이다.
다행히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문제지만 미국의 경우는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품으로 소비를 늘려왔다는데 있다.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난 쌍둥이 적자를 줄이려면 이 거품을 꺼뜨리고 소비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줄일 필요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가 문제되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미국경제의 경착륙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노쇠했고 분에 넘치는 과소비를 해왔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의 흐름을 쥐고 있다.
덕분에 미국경제는 지난해처럼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의 국면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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