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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리뷰] 문호개방, 디딤돌이냐 피눈물이냐
[세미나 리뷰] 문호개방, 디딤돌이냐 피눈물이냐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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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 “세계화는 트렌드… 한반도 세계화 주역으로 거듭날 것” 아군과 적군의 구별이 확실한 냉전체제는 종식된 지 오래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다.
이념에 입각한 교조주의를 버리고 실리를 우선시 하는 실용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 이런 흐름은 세계화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국가의 경계선이 실용이라는 ‘칼’ 앞에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화는 또 다른 ‘격동’을 수반한다.
문호를 개방하느냐 아니면 닫아버리느냐는 세계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논쟁거리다.
이를테면 ‘개방(開放)론’과 ‘쇄국(鎖國)론’의 첨예한 갈등은 세계화의 소산이다.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대체 무엇이 실리를 추구하는 것일까. 개방일까 쇄국일까. 한미 FTA 추진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 그는 명실상부한 개방론자다.
문을 여는 게 세계화에 발맞춰가는 유일한 지름길이자 해법이라고 여긴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오전에 열린 제1500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기념포럼의 연사로 나서 이 같은 신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세계화는 이제 트렌드입니다.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도 논리도 맞지 않습니다.
향후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가 세계화의 중심에 우뚝 설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화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 한 총리는 세계화의 ‘수레바퀴’가 아시아, 특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시아의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0년 세계 GDP의 20%에 불과했던 아시아 경제 규모는 2020년에 이르면 4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GDP의 ‘절반’을 아시아가 점유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시아 국가 간 교역 역시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아시아 국가 간 교역수준은 약 52%이다.
이는 미주지역을 대표하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43%) 보다 9% 많고, EU(유럽공동체·58%)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교역량이다.
한 총리는 “아시아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라며 “세계화는 머지않아 아시아를 중심으로 가속화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솔로몬의 선택 ‘개방’이냐 ‘쇄국’이냐 그렇다면 세계화에 대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 총리는 북한을 개혁개방의 ‘장’(場)으로 이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북한이 고립되면 세계화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또한 한국이 발 벗고 나서 아시아 국가 간 교역경제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거푸집을 한국이 직접 나서서 만들자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제도적으로 교역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민간 영역의 힘으로 교역이 진행되고 있죠. 이에 따라 하루 빨리 한국·중국·일본을 하나의 틀 속에 묶을 수 있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한 총리가 제시하는 세계화에 대비한 과제는 또 있다.
국가의 생산성을 하루빨리 높이는 것이다.
이는 다소 진부한 논리일 수 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자는 주장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오히려 어떻게 생산성을 향상시키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강조한다.
‘전통의 생산성 향상 기법인 기술 개발과 가격 인하에서 눈을 돌려 제3의 방법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개발도 가격을 인하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방법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을 육성함으로써 국가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교육제도의 개혁과 공공복지 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 한 총리는 우선 교육제도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사람을 제대로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교육제도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교원평가제도’‘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론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교원, ‘상아탑’이라는 상징 속에 안주하고 있는 대학 모두 치열하게 경쟁해야 양질의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다.
한 총리는 또한 소외계층의 지원 활동을 통해 국가의 생산성이 부쩍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종 지원을 통해 소외계층의 사회참여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국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인크루시브 그로스’(inclusive gross)라고 말했다.
‘소외계층을 사회에 포함시키면(inclusive)면 생산성(gross)이 향상 된다’는 의미다.
한 총리는 참여정부가 마련한 미래계획 ‘비전2030’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전2030’은 장기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인적자원 투자·사회복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중장기 계획을 말한다.
“비전2030에 대해 ‘복지 타령만 하고 있다’는 비난이 즐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비판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전2030은 결코 스웨덴 등 세계적인 복지국가의 수준을 쫒아가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2020년엔 미국, 2030년엔 OECD 평균 수준으로 ‘공공사회지출’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절대 무리한 비전이 아닙니다.
이 계획만 달성되면 기회를 잃은 소외계층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전달될 것이고, 이들은 세계화에 대비한 사회의 새로운 역군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세계화 위한 자산은 ‘사람’ 한 총리는 “세계화에 대비해 문호를 개방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호 개방의 첫 번째 발걸음인 한미 FTA는 분명히 한국의 밝은 미래를 활짝 여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인재의 양성, 비전2030의 실현을 통해 국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도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미 FTA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전2030을 통해 사회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에 대해서도 “이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비전2030을 실현하기 위해선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어디서 충당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화는 이제 대세이기 때문에 개방과 인재 양성, 사회복지 시스템 구축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전직 청와대 비서관은 한미 FTA의 체결에 대해 “개그”라며 일침을 놓았다.
‘개방론자’ 한 총리가 제시한 자신만만한 청사진들이 과연 허탈한 ‘개그’로 막을 내릴지 아니면 국가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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