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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건설사 양극화 ‘갈수록 태산’
[비즈니스]건설사 양극화 ‘갈수록 태산’
  • 김대섭 기자
  • 승인 2007.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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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해외 수주 200억달러 돌파 … 중소건설업체는 줄도산 위기 중동지역의 건설 붐으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 수주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65년 해외에 첫 진출한 이후 42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중소 건설업체들이 건설경기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지난 8월 말 해외 건설 수주액이 210억달러를 돌파함으로써 해외 건설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 시대를 열게 됐다.
또 연말까지 30억달러 이상의 공사가 추가로 계약될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24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건설사 해외에서 ‘횡재’ 해외 건설 수주가 호황인 이유는 풍부한 오일 달러의 유입으로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 해외 건설시장이 연간 10% 이상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도 수주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중동지역이 145억달러(69%)로 가장 많은 수주액을 보였고 아시아지역 39억달러(19%), 아프리카 11.1억달러, 유럽 9.2억달러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아랍에미리트(UAE)가 49.5억달러로 중동지역의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했다.
사우디, 쿠웨이트, 오만, 리비아 등에서도 10억달러 이상의 수주액을 올렸다.
공종별로는 고부가가치 분야인 플랜트가 전체 수주액의 71%를 차지해 전년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토목은 62%, 건축은 37% 성장했다.
업체별로는 대형 건설사의 독무대였다.
현대중공업(31.5억달러), 두산중공업(28.4억달러), GS건설(25.8억달러), 삼성ENG(19.7억달러), 삼성물산(15.1억달러), 대우건설(12.5억달러), 현대건설(12.1억달러) 등이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건교부 해외건설팀 관계자는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의 플랜트 중심으로 대규모 공사를 많이 수주해 내실화를 다졌다”며 “해외 수주 200억달러 돌파는 우리 기술력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해외서 날고, 중소건설사 국내서 추락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건설수주 210억달러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중소건설사들은 잇따라 부도로 쓰러지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월부터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등이 이루어지면서 자금압박이 심한 중소 및 중견업체들의 경영악화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가장 큰 위험은 미분양 물량의 증가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8만9924가구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말 10만2701가구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5월 도급순위 145위(1221억원)인 한승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또 6월에는 도급순위 54위(4596억원)의 중견 건설업체 신일이 흑자 부도를 냈다.
ⓒECONOMY21 표
이달 4일에는 올 상반기 도급순위 191위(852억원)의 중소 건설업체인 세종건설도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아파트 사업장의 미분양 증가 및 저조한 입주율로 인해 자금압박을 받아온 세종건설이 어음 35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 것이다.
종소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 경기의 불안을 피해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건설사들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돌파구를 찾지 못한 국내 중소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공사 부족 인력 800명 해외 건설 수주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건설사들은 막상 수주를 따냈지만 현장에 투입할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대형 건설사들은 경력직을 모집하거나 스카우트 등으로 나름대로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있지만 중소 건설업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존 인력을 빼앗길까봐 노심초사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급증으로 인한 인력충원을 위해 해외 건설 경력직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또 인력채용 전문 업체들을 통해 해외 건설 현장에서 일할 관리자급 인재를 구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마땅한 인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중소 건설업체 가운데는 현장에 투입할 인력부족으로 해외 공사 수주를 따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건설교통부는 해외 공사 부족 인력이 8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부족 인력은 3년 내 5천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건교부 해외건설팀 관계자는 “해외 전문 인력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연말까지 퇴직근로자 인력DB 및 1천명 이상의 해외건설 인재 풀(Pool)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중소기업 수주지원센터를 통해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등 인력양성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모두 57개국에 총 5651명에 이르는 인력이 해외에 진출했다.
공종별로 살펴보면 대규모 수주가 잇따르는 플랜트 부문 인력이 2937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축이 1152명, 토목이 819명, 기타 공종이 743명으로 파악됐다.
특히 관리 및 기술직이 전체 인력의 약 80%(4345명)로 해외진출 인력이 점차 고급화되는 추세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기획실장은 “해외 건설 전문 인력이 단기간에 육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주 증가에 따른 인력부족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플랜트 부문의 경우 보통 3~5년 정도 숙련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최근에는 신입사원을 플랜트 공사 현장에 바로 배치해 빨리 경험을 쌓게 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붐 끝났을때 대비책 시급 국내 건설업체의 전체 해외 건설 수주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이는 현재의 건설 수주 호황이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비중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건설 붐이 사라질 때를 생각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출 지역과 사업의 다양화, 꾸준한 전문 인력 양성, 정부의 해외 진출 지원 강화 등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재의 호황이 미래의 위기로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기획실장은 “1980년대 중동 건설 붐이 식으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며 “건설업체들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새로운 지역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건설업체들은 중동 지역만으로도 일손을 감당하기 벅차다”며 “정부 차원에서 먼저 다른 시장 개척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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