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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커런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10.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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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금인상 놓고 철야농성 … 경영진, 비노조원만 임금인상 ‘맞불 대응’ 개미 새끼 한 마리 볼 수 없다.
사람 흔적은 더욱 찾기 힘들다.
여의도에 있는 중소 컴퓨터 제조업체 ‘주연테크’의 서울영업소는 한달 정도 비어있다.
사실상 폐쇄 상태다.
경영진의 ‘재택 근무령(令)’ 때문이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단단히 꼬여있다.
주연테크 노사는 현재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65명 안팎의 노조원들은 기본급 12만8805원, 상여금 5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45일가량 ‘철야농성’ 중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서울영업소를 폐쇄함과 동시에 비(非)노조원 기본급 인상으로 맞대응했다.
‘재택 근무령’ 이면에 노조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숨어있는 셈이다.
사측은 회사의 미래와 경영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임금인상을 고집하는 노조와 협상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연테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은 것도 아닌데 (노조 측은) 시종일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호주머니 사정만 걱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혀를 끌끌 찼다.
외견상 주연테크의 경영실적은 ‘하락세’임이 분명하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대략 1311억원. 지난해 동기 대비 28%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50% 떨어진 33여억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노조 측의 주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무엇보다 지난 5년간 임금인상률이 고작 12%에 불과했다고 목청을 높인다.
임금인상 요구액 12만8805원 역시 민주노총의 기본급 인상요구액을 넘지 않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곽은주 금속노조 주연테크분회 분회장은 “지난해 주연테크가 기록한 70여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60여억원을 대주주들이 챙겼다”며 “그들의 논리처럼 경영사정이 그토록 어렵다면 회사에 재투자하는 게 순리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회사 형편이 좋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뜩찮은 표정을 짓는다.
노조 측에 따르면 주연테크의 재무구조는 제법 탄탄하다.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한다.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곽은주 분회장은 “주연테크는 2005년, 2006년 호황기를 누렸는데, 이는 현주컴퓨터 붕괴·삼보컴퓨터의 법정관리와 무관치 않다”며 “경쟁사가 사라진 덕분에 반짝 상승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 상반기 실적이 다소 부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주컴퓨터 등 경쟁사가 건재했던 2004년과 비교하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올 상반기의 부진한 실적을 ‘경영악화’로 단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주연테크의 2004년 매출액·영업이익은 각각 1846여억원, 33여억원으로 올 상반기 실적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경선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회 지회장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정당한 주장”이라며 “경영진과의 대화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월세 12만원의 용산전자상가 소규모 점포에서 출발, 한때 3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PC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현주컴퓨터는 문을 닫은지 오래다.
이제 청계천, 용산 출신의 PC 제조업체는 주연테크 단 하나 뿐이다.
그러나 주연테크 마저 노사대립으로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과연 양측은 대타협을 모색할 수 있을까.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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