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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차이나 머니 국경 넘어 세계로
[스페셜]차이나 머니 국경 넘어 세계로
  • 이만영
  • 승인 2008.08.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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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외환보유고 적극활용 … 한국경제엔 양날의 칼 최근 중국 자본의 해외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6월말 현재 1조8천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 이후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밑천 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자본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중국의 연간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190억 달러에 달해 2000년에 비해 19배 증가했으며, 지분증권투자는 16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배 급증하였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본 수입 시대에서 자본 수출 시대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 달러에 도달해야 해외 직접투자가 시작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겨우 2천달러를 넘어선 중국의 해외투자는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지역별로는 중남미와 아시아에 집중돼있으며, 산업별로는 광업, 상업서비스와 금융업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중남미의 버진아일랜드, 케이먼제도와 아시아의 홍콩 등지는 중국 자본의 주요 귀착지다.
이들 지역은 ‘제로세율’을 적용하거나 법인설립 절차가 간소하고 정부의 간섭이 적다는 이점 때문에 중국 자본을 끌어 들이고 있다.
최근 들어 광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 급증은 고속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자원 확보가 주된 이유이다.
중국은 2006년에만 해외 광산에 85억4천달러를 투자하였는데 이는 전체 해외 직접투자의 40.4%를 차지하는 규모로 주로 석유, 천연가스와 금속광물 등 자원 개발에 집중되었다.
해외 증권투자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채무증권(채권)투자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의 해외채무증권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 국채이다.
2008년 3월 현재 중국은 4,9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발행액의 20%에 달하는 규모로 중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미국 국채 투자국이다.
그러나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7년 말부터 중국은 외환보유액 중 미국 국채의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광업, 상업, 금융에 투자급증 중국의 해외 지분증권(주식)투자는 2006년 QDII제도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QDII제도는 자본거래의 완전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지분증권투자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2007년 말 투자한도는 50개 기관에 470억 달러가 배정되어 있다.
QDII가 민간 차원에서의 해외 지분증권투자를 주도한다면, 2007년 9월에 설립된 CIC(중국투자공사)는 정부 차원에서 해외 지분증권투자를 주도하는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액 중 2천억 달러를 출자하여 CIC를 투자하고 이 중 900억 달러를 해외 지분증권투자에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차이나 머니의 해외 투자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장기간의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인한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고, 위안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확산에 따른 핫머니의 대량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자본의 해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2007년 중국의 대외 무역흑자는 2000년 대비 14배나 증가하여 외부의 위안화 절상 요구가 한층 거세졌다.
또한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심리 확산으로 2008년 1/4 분기에만 850억 달러 이상의 핫머니가 중국으로 유입되었다.
핫머니의 대량 유입은 과잉유동성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급격한 유출은 중국 금융시스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중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자원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2007년 중국의 원유와 철광석의 대외 의존도는 각각 50%와 55%에 달해 에너지와 자원 고갈 가능성은 중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중대한 위협요인이 되었다.
셋째, WTO 가입 이후,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기업 경쟁 환경이 국내에서 글로벌로 확장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 진출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술 획득과 브랜드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2007년 중국 기업의 기술력 대외 의존도는 60%에 달해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다.
또한 중국은 설비투자의 60%를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수출품의 90%가 다국적 기업의 상표부착방식(OEM)에 의존한다.
특히 중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의 60% 이상은 외국계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넷째, 중국은 자국 자본시장의 한계를 넘어 리스크 분산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해외 자본시장으로 투자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 규모는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작고, 변동성은 지나치게 크며, 타국 증시에 비해 과도하게 고평가되어 있다.
정부지원 아래 투자패턴 변화 중국은 ‘11.5규획’에 해외 진출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직접투자(FDI), 인수합병, 전략적 지분투자 등 방법으로 해외 제조업과 에너지·자원 개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민영기업의 해외투자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차이나 머니의 해외투자는 정부의 지원정책 아래 그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첫째, 국유기업의 비중은 줄고, 반대로 민영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에서는 국유기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최근 민영기업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3~2006년 동안 중국 해외 직접투자에서 국유기업의 비중은 17%포인트 하락한 반면, 유한책임회사의 비중은 11%포인트 상승했다.
둘째, 차이나 머니의 해외 증권 투자대상은 저위험-저수익 증권에서 고위험-고수익 증권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중국 자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로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거나 국유은행들이 여유자금을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CIC가 설립되고 QDII제도가 도입되면서 해외 지분증권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개인투자자들의 홍콩증시에 대한 직접 투자를 곧 허용할 방침이어서 향후 중국의 해외 지분증권투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해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중동, 아프리카, 호주, 남미 등지로 점차 투자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이들 지역(국가)에 대한 채무를 탕감하고, 차관을 제공하며,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등 복합적 자원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한데,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일시에 33억달러 규모의 채무를 탕감해 주기도 하였다.
넷째,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직접투자 방식을 Greefield Start-up 위주에서 M&A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
2000년 M&A 방식을 통한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 비중은 10%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50%에 근접하였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주로 IT, 전자 등 첨단 제조업 분야와 에너지·자원 분야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자원 분야에 대한 직접투자는 90% 이상이 M&A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대형화되어 가는 추세이며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다섯째, 중국 금융기관들은 WTO 가입 이후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해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07년 한 해 동안 중국 금융기관의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지분투자는 24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중국 공상은행은 2006년에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아시아 법인을 인수하는 데 97억 달러를 지출하였으며, CIC는 2007년에 바클레이즈은행과 모건스탠리에 총 80억 달러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실시하였다.
기회와 위협 동시에 대규모 차이나 머니의 조직적인 해외진출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첫째, 중국의 미국 국채 비중 축소는 미국 기준금리 상승 요인이 되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중국 자본의 글로벌 증시 유입은 추가 유동성 제공에 대한 기대심리를 확산시킴으로써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
CIC의 홍콩증시와 도쿄증시 투자설이 나돈 이후로 양 증시는 폭등·폭락 사태를 경험하였다.
셋째, 중국의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세계적인 규모로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불러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이나 머니의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인해 글로벌 M&A 시장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경영권 시장을 교란시키는 세력이 될 수도 있다.
차이나 머니는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차이나 머니의 국내 증시 유입은 증시 유동성을 제고시키고 직접투자는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극복하는 이점이 있다.
또한 해외 에너지·자원 분야에 대한 공동 진출은 자원 확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 확보에 유리하다.
그러나 차이나 머니의 급속한 유입은 국내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적대적 M&A는 국내 경영권 시장을 교란시키며,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확장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 심화가 초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나 머니의 해외 진출 확대는 대응하기에 따라 한국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차이나 머니의 유치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함과 동시에 차이나 머니의 국내 유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회측면에서 정부는 중국 자본과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기업들은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 금융당국 간 협력을 강화해 양국 간 자본거래의 개방 폭을 확대하고 중국 자본에 대한 증시 유인책을 고안해야 한다.
QDII, CIC 자금 외에도 중국 기업과 개인들이 국내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중국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내에 중국기업들의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용이하도록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해 장기 저임으로 토지를 임대하거나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셋째, 국내 기업들은 해외 에너지·자원 확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동반진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유전과 광산 확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자원개발펀드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위협측면에서 중국 자본의 유입이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부펀드에 대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경영권 방어체계를 튼튼히 하며 기술보호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첫째,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CIC와 같은 국부펀드의 투명성 및 진입 범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국부펀드의 국내 증시 투자 손익 관련 재무 재무자료의 보고기준을 국제회계기준 또는 한국회계기준을 따르게 하고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둘째, 중국 자본의 M&A 시도로부터 국가 기간 및 전략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략산업의 범위를 명확히 지정하고,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중국 자본이 국내 경영권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에 대비해 경영권 방어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들의 M&A 러시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체계를 점검하고 특히 이사회 의석 확보를 통한 경영 참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만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danieli@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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