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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짜 위기가 시작 된다
[이슈]진짜 위기가 시작 된다
  • 박득진
  • 승인 2008.08.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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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위험 OECD 평균보다 5배 높아 이명박 정부 5개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쇠고기 문제, 고환율 정책, 언론장악 논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유가급등, 독도문제,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성명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고 일부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내각 총사퇴 주장도 나왔고 경제라인 교체, 외교라인 교체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휴가에서 돌아오며 ‘조금 잘못으로 경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열한 사건들은 단지 ‘전조’였을까. 한반도에 진짜 사건이 닥치고 있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8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9%가 올라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6%를 위협했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2월부터 3.6%, 3.9%, 4.1%, 4.9%, 5.5%를 거치는 등 매달 발표 때마다 상승해 5.9%에 이른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인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1% 급등했으며 정부가 정한 50개 품목의 ‘MB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8% 상승했다.
7월 말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6월 소비재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 하락했다.
소비심리가 하락하면서 소비침체 - 내수부진 - 생산위축 - 고용악화 -소비 침체의 악순환이 굳어져가는 양상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힘입은 수출은 지난해 7월보다 37%가 늘어났지만 무역수지는 오히려 줄어 1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실속이 없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77억 달러로 늘었다.
향후 경기전망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역시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기업만 살아남고 모든 경제가 전멸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 경제성장률은 답보상태다.
금융연구원은 7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7%로 예측했다.
3%대의 성장에 6%대의 물가상승 시대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28일 국회 민생특위 답변에서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현재 방향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고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경기둔화가 심화되면서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발단은 외풍 지난 해 미국을 덮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이어 물가상승은 미국경제의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올해 6월 말 미국 상무부는 지난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1년 닷컴붕괴 사태 이후 최악의 미국 경제가 시작된 것이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했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6년 만에 최고치인 3.7%를 기록했다.
반면 경기지표인 구매자 관리지수는 떨어지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6월 23일자 <파이낸셜타임즈>는 “유로존 15개국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결합된 낮은 성장률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더욱 가까이 미끄러져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7월 기준금리를 0.25%올려, 4.25%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피렐리티 자산운용사는 6월 24일 “세계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식량과 연료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성장은 둔화됐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 역시 “미국은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의 한복판에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불편할 정도로 높기는 하지만 1970년대처럼 통제권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세계경제는 다시 미국의 신용위기와 달러약세, 유가상승으로 어려워졌다.
물가상승에 대한 경고음이 이곳저곳에서 울렸고 ‘인플레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했다는 논란과 관계없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악몽에 직면한 많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통화 긴축정책을 펴야 하는 동시에, 성장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침체에 불 지른 정부 한국 사정은 급격히 변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발표 때마다 하락했고, 물가상승률은 발표 때마다 올랐다.
이미 5월부터 ‘저성장 고물가’ 분위기에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세계경제와 마찬가지로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 급등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 때문에 한국은 세계 주요국 중에서 원유 급등의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410호 커버스토리 참조) ‘고성장’을 외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고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운용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추경 편성과 부동산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지만 이렇게 풀린 돈이 결국 또 다른 물가상승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금리 인상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던 한두 달 전과는 반대의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의 중대한 실책들은 곧바로 지표로 연결됐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 압박을 가장 심하게 받고 있는 국가로 분류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7월 27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OECD 회원국들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지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며 특히 한국의 지수는 조사대상 2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압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지수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의 장기 추세선에서 현재 경제 상황이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고용과 물가지표가 동시에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설 위험이 높음을 나타낸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지수는 18.41%로, 회원국 평균치의 3.4%보다 5배 가량 높게 나왔다.
유가 상승 피해국 1위에 이어 경제대통령 이명박은 경제 불명예 2관왕을 한 셈이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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