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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죽음에 대한 어느 외과의사의 아름다운 고백
[북리뷰]죽음에 대한 어느 외과의사의 아름다운 고백
  • 김창기
  • 승인 2008.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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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전문 외과 의사이자 캘리포니아 의대 외과의사를 지낸 저자 폴린 첸은 의대에 입학 할 무렵 막연히 좋은 의사가 될 거라는 꿈에 부푼 나머지 장차 얼마나 많은 죽음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이면서 가망 없는 환자는 피하거나 외면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모순을 깨달은 저자는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의사가 그런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아간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펼쳐지는 긴박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소중함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저자가 의대를 다닐 때부터 간 이식 전문 외과 의사로 활동한 시절까지 15년간 죽음을 접한 생생한 경험을 모은 이 책에는 의사들이 어떻게 죽음에 단련되는지, 왜 죽음을 앞둔 환자를 외면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의사와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죽음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가운데 90% 이상이 만성 질환으로 죽는 사회에서 의사는 생명의 마지막 파수꾼이고, 죽음을 맞는 복잡다단한 과정 내내 가망 없는 환자와 그의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대부분의 환자와 그의 가족도 의사가 곁에서 위로해 주고 필요한 역할을 다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일을 제대로 해내는 의사가 거의 없다.
” 이 책의 화두는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가망없이 죽어가는 환자를 외면하는 의료계의 오래되고 심각한 모순을 깨뜨리는 것”이다.
이것은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에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에 관한 매우 중요한 논의이다.
저자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아온 이 문제에 깊이 천착해 오랫동안 의료 현장에서 체험하고 고민한 바를 쉽고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전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말처럼 “우리는 죽는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 그렇다 보니 으레 죽음에 대한 대비가 부실해 우리 대부분은 생의 마지막을 불행하게 보내다가 떠나고 만다.
특히 요즘은 대개 병원 중환자실이나 병실에서 고통스럽고 비싼 온갖 처치를 받다가 만신창이 된 채 세상을 떠난다.
의사들이 죽어가는 환자의 손을 잡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있고 편안한 죽음을 도와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의사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려 한다.
의사들은 의대에서 인간의 목숨이 고귀하므로 환자를 존중하고 잘 돌봐야 한다고 배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시체를 해부하고 중환자를 접하면서 서서히 죽음에 단련된다.
그 후 임상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죽음 피하는 법을 뿌리깊은 전통처럼 거의 무의식적으로 체득해 간다.
의사들은 환자의 죽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죽어가는 환자를 피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의료행위와 관련 있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사실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한다.
저자는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접하고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었던 ‘좋은 의사’란 ‘환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김창기 기자 kc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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