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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깨달음
[화제의 책]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깨달음
  • 김창기
  • 승인 2008.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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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에 대한 연구가 첫 결실로 나타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965년 가을, 시카고 신학교의 학생 넷이서 자신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도와달라며 저자를 찾아왔다.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그들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죽음과 죽어감’에 관해 묻고 그 환자들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한부 환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심리상태와 욕구를 이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자는 죽어가는 환자들과 인터뷰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편견에 맞서며 환자들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세미나를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었다.
말기 환자 5백여명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죽음과 죽어감>은 전 세계 2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주목을 받았고, 그녀는 ‘죽음’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된다.
저자가 죽어가는 이들과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얻은 메시지를 통해 어떻게 죽는가가 삶을 의미있게 완성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우리는 <죽음과 죽어감>을 통해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를 가감없이 살펴볼 수 있다.
환자들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생각들을 저자와 병원 목사 앞에서 솔직하게 펼쳐 보이고, 저자를 그 내용을 삭제 없이 그대로 담아 냈다.
열한 번째 입원으로 심신이 지친 가운데 누구도 그녀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 분노하던 I수녀환자, 자신은 죽음을 준비하고 싶지만 가족들의 바람으로 병원에서 사투를 강요당하던 H, 죽음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J, 어린 두 아들을 남기고 먼저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던 S부인 등은 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소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해 인정하게 된다.
이 ‘시한부 환자들과의 인터뷰’는 시한부 환자들뿐 아니라 그 환자들을 직접 대해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나아가 병원 관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죽음을 금기시하고 두려워하던 태도를 버리고, 죽어가는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요구에 귀기울여 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를 상징화한 ‘죽음의 5단계’는 <죽음과 죽어감>을 통해 정리·소개되어 지금까지 줄곧 죽음을 앞둔 환자 자신뿐 아니라 시한부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 의사 및 간호사, 그리고 그 환자들 곁에서 도움을 주는 성직자들과 호스피스 봉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죽음의 5단계’는 평생을 시한부 환자들과 함께 했던 저자가 뛰어난 통찰력으로 정리해 낸 것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의 심경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김창기 기자 kc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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