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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공모주도 성장주 시대
[머니] 공모주도 성장주 시대
  • 이경숙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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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상품으로 주목… 대주주 관련 지분율, 시장점유율 꼼꼼히 살펴야 고수익
증권사에 다니는 김아무개 대리는 ‘공모주 거품 우려’라고 쓴 신문기사를 읽으며 혀를 끌끌 찬다.
‘투자자나 기자나 공부를 안 하기는 마찬가지로군.’ 올해 초까지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했던 그가 보기에 공모주는 거품이기는커녕 투자 포트폴리오에 꼭 넣어야 할 기본요소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거품이 많았던 지난해 상반기 이후 제도가 많이 바뀌어, 일반투자자들이 거품의 위험을 짊어질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주간증권사의 시장조성 의무는 강화되고 공모가 산출방식은 엄격해졌다.
그래서 기본원칙 몇가지만 꼼꼼히 지키면 일반 주식투자보다 위험은 낮고 수익은 높다는 것이다.



공모가는 시장가에 후행한다 첫번째 기본원칙은 ‘가치주와 성장주를 주시하라’다.
필요한 정보는 증권사에 비치된 예비사업설명서에 나와 있다.
이것은 주간증권사의 실사와 금감원의 공식 검토를 거친 것으로, 여기에 기재된 예상실적이 50% 이상 어긋나면 주간사는 증권업협회로부터 상장·등록업무 제한 등 제재를 받는다.
가장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투자지침서인 셈이다.
사업설명서에는 해당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대주주 관련 지분율 같은 기본사항부터 재무, 영업적 위험 등 투자자 유의사항까지 조목조목 담겨 있다.
기업공개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해당 시장의 규모 예측, 해당 기업의 시장점유율, 미래 영업실적 등 성장가능성을 나타내는 수치들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현대증권 IPO팀 이윤형 과장은 “일반투자자들이 공모기준가가 본질가치의 몇배인가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사실 본질가치는 업종이나 회사특성에 상관없이 똑같은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성장성을 판단하기엔 미흡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 해당 기업이 시장주도자가 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점검 포인트라는 것이다.
가령 바이오나 엔터테인먼트 같은 업종은 공모주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이런 원칙은 일반 주식에 투자할 때와 같다.
그러나 공모주 투자에는 일반 주식투자와 다른 독특한 특성이 하나 있다.
시장보다 한발 늦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공모가는 시장가에 후행한다.
에스아이피오 김태영 IPO팀장은 “유통시장이 안 좋아지면 발행시장도 안 좋아지고 유통시장이 좋아지면 발행시장도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종합주가지수가 630을 오르내리고 코스닥지수가 80 위에서 노닐던 5월 말께 공모일정이 결정된 기업들은 대부분 공모가가 높았다.
텔넷아이티는 본질가치 3365원의 거의 두배 수준인 65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소프트맥스, 인바이오넷, 엔바이오텍 같은 기업들도 본질가치 대비 50% 이상의 할증률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본질가치보다 90% 이상 높아진 건 1년여 만의 일이다.
지난해 지수가 400선까지 내려간 뒤 공모에 나섰던 기업들은 본질가치의 반밖에 안 되는 액수로 공모가가 결정됐다.
이런 현상은 공모가를 산출할 때 본질가치 외에도 상대가치 평가가 들어가기 때문에 나타난다.
예컨대 지난해 봄에 신규등록된 정보기술(IT), 인터넷 관련 주식들의 공모가는 본질가치의 서너배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당시 시장에서는 99년에 IT와 인터넷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유사 업체들의 주가가 상대가치 평가에 반영되면서 신규등록주들의 공모가도 덩달아 높아졌다.
상장·등록된 업체들의 주가에서 거품이 빠져나간 요즘엔 신규등록주의 상대가치 평가에서도 거품이 많이 빠졌다.
일단 보유한 공모주는 ‘상한가의 허니문’이 끝나기 전에 파는 것이 좋다.
올해 초부터 5월까지 신규등록한 42개 종목의 상한가 일수를 보면 평균 3.31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
PC 제조업체인 현주컴퓨터는 매매 개시 뒤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규등록주의 ‘허니문’ 기간이 평균적으로 늘어났다 해도 기존 주주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매물을 대량으로 쏟아놓으면 상한가는 유지되지 않는다.
더구나 공모주들은 상한가 행진이 끝나면 한동안 적정주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곤 한다.
이 ‘허니문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데 보통 한달 이상 걸린다.
그렇다면 ‘상한가의 허니문’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가 궁금해질 것이다.
그럴 땐 사업설명서에 표시된 대주주 관련 지분율을 보는 것이 유용하다.
대주주 관련 지분율을 합해 70% 이상이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보유주는 기업공개 뒤 일정기간 동안 매매할 수 없도록 증권예탁원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매물로 쏟아져나올 수 있는 물량이 한정되면 상한가를 칠 수 있는 날은 상대적으로 길어진다.
장세 나빠도 쪽박 찰 위험 적어 공모주에는 일반주에 없는 제도적 안전망이 있다.
공모를 주간한 증권사는 공모가의 80% 선에서 주가를 한달 동안 떠받쳐야 할 시장조성 의무가 있다.
책임져야 할 주식의 범위도 이전엔 공모주식 수의 50%였지만 이제는 우리사주 지분을 제외한 전체 주식으로 확대되어 있는 상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주간사들은 시장거래 예상가격보다 통상 30~50% 할인된 액수로 공모기준가를 정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도 주간사가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에 20% 이상 손해보지 않는다.
그래서 장세가 좋을 때엔 20~100%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장세가 나빠져도 다른 주식들처럼 쪽박을 찰 위험은 없다.
이것이 공모주 청약경쟁률을 수백 대 1로 끌어올리는 매력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과는 연애하기가 힘들다.
마찬가지로 공모주는 손에 넣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5월 말 공모가 실시된 업체들의 청약경쟁률은 수백 대 1에 이르렀다.
섬유질 사료업체 엔바이오테크놀러지 407.88 대 1, 게임 개발업체 소프트맥스 304.86 대 1이었다.
새로 계좌를 연 사람들은 수천만원씩 청약금을 넣어도 10~50주 정도밖에는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이젠 시장 자체가 지난해 초처럼 ‘뜨는 장’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률 100~200%의 대박이 터질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래서 기업공개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를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서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또 평균 수익률을 20~30% 정도만 잡는다면 잘못 투자해 손해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시장이 폭락하는 악재나, 대박을 잡겠다는 과도한 욕심 때문에 해당 사업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은 안전한 투자의 전제조건이다.
증권사 김아무개 대리는 공모주 투자를 자동차 구입에 빗대어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탈 자동차를 살 때는 배기량, 속도, 주행 예상거리, 같은 차종의 사고 전력 같은 위험요인들을 꼼꼼히 따지지 않습니까. 공모주 투자도 그만큼만 따지면 쪽박을 찰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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