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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회복 아직 오리무중
[미국] 경기회복 아직 오리무중
  • 이김정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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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감소는 고용보다 노동인구 준 탓… FRB 낙관 속 비관적 우려도
지난 6월1일 발표된 미국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5월 실업률이 4.4%를 기록해 8개월 동안 지속되던 상승곡선이 꺾였다고 한다.
같은 날 미국 증시는 이를 경기회복 조짐으로 받아 들임으로써 한 주일간의 하락세를 벗어나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다우지수는 0.7% 오른 1만990.41, 나스닥지수는 거의 2%나 뛰어오른 2149.44로 마감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 예상 밖의 통계치에 숨겨진 사실들을 들춰내며, 하반기 경기회복 시나리오에 구멍은 없는지 살피는 모습이다.


지난 주만 해도 시스코시스템스와 팜컴퓨팅 등 IT 업체와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서비스 업체들이 정리해고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처럼 닷컴 기업을 넘어 모든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리해고 소식을 계속 듣고 있는 미국 사람들은 노동부의 실업률 감소 통계 발표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업률 감소는 통계의 마술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 증가가 실제로 일어났다기보다는 전체 노동인구가 줄어든 덕분이라는 것이다.
지속되는 취업의 어려움으로 실업률 통계의 바탕이 되는 구직인원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16살 이상 인구 가운데 경제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가 7040만명으로 4월의 7027만명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6897만명에 비해 많이 늘었다.
또 정리해고 대신 한두주씩 무급휴가로 고용비용을 줄이는 회사들이 많아져 실업률 증가추세가 잠시 주춤한 것이기도 하다.
경기회복 낙관론을 경계하게 하는 또다른 지수는 전미 구매관리자협회(NAPM)가 발표한 5월 구매지수다.
제조업 원자재 구매를 바탕으로 삼는 이 지수는 제조업 활동 수준을 재는 주요한 척도다.
이 지수는 5월에 42.1로 집계돼, 전달의 43.2를 넘어설 것이라던 분석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제조업 구매 측면에서 보면 경기회복 조짐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경기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소식은 미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던 기술 관련 기업들의 저조한 매출이다.
컴퓨터 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스는 수요 저하로 애초 예상했던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유럽지역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루슨트테크놀로지와 합병에 실패한 프랑스 통신장비 업체인 알카텔도 미국의 3개 공장을 철수시키고 900명의 인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유럽의 긴 여름휴가로 이런 추세가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이프러스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체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고, 통신장비용 칩을 제조하는 알테라도 이 대열에 빠지지 않았다.
몇일 전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 제품 윈도우XP가 컴퓨터와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를 얼마나 부추겨줄 지가 이들 업체에게는 큰 관심사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당분간 기술 관련 투자에 계속 인색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도이체방크가 주요 기업의 CIO(기업정보시스템 최고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내년도 IT 투자 예산을 애초 계획보다 줄이고 있다.
4월 조사 때만 해도 7.2%의 투자예산 증가를 고려하던 CIO들이 5월 조사에서는 평균 3.8%로 증가율을 낮췄다.
기업의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와 기술 인력 관련 투자를 담당하는 CIO들의 이같은 소극적 전망은 경기회복에 대한 낮은 기대감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통신이나 전자상거래용 서버와 같은 IT 인프라가 웬만큼 갖추어져 있어, 추가 투자가 당분간 필요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다양한 산업분야, 특히 자동차 산업의 공급 조정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으나 기술 관련 반도체, 컴퓨터, 통신장비 분야의 공급 조정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수요가 회복된다고 해도 당분간 재고의 부담을 소화해 주는 데 머물를 것이기 때문에 성장세 회복은 더딜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최근 뉴욕 경제인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올해 들어 0.5%씩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금리인하의 효과가 하반기에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기회복을 점쳤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평균 이하 경제성장의 시기를 아직 벗어난 것은 아니며,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경기후퇴가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이처럼 조심스런 그린스펀의 말대로, 경기전망에는 정답이 없다.
미국 경제가 언제나 안갯속을 헤쳐나오게 될 지는 끝까지 지켜보아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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