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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건설경기 내년 상반기 ‘고개’
[비지니스] 건설경기 내년 상반기 ‘고개’
  • 장근영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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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악재 없고 정부 투자 확대, 재건축 등 호재 많아 기대감 ‘한층’
IMF 구제금융 뒤로 건설경기는 줄곧 아래로만 치달았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건설업계는 살 길이 없다며 아우성이었다.
지금의 정보기술(IT)처럼,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으로 칭송받던 건설업계는 부실덩어리로 지목받으며 한쪽 구석에 내팽개쳐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물경기가 살아나려면 건설업종이 생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건설업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은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최근 건설경기가 다시 살아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살아난다면 그 시기가 언제이냐도 관심거리다.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을 뛰어넘자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건설주와 금융주가 기지개를 켤 시기가 왔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건설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5월23일,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양도세 면제혜택의 범위도 확대했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선 셈이다.



이런 우호적 분위기로 건설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일자 건설주들은 일제히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대림산업과 LG건설 주식은 연초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어오른 상태고, 액면가를 밑도는 저가 중소형 건설주로도 제법 입질이 몰린다.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신호탄으로 읽을 수 있는 징표들이다.
하지만 정말로 건설경기가 회복될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리는 편이다.
경기불안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건설업계로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나 공사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와 대림 주가도 기업가치가 반영된 측면이 컸고, 최근엔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을 장담하는 것은 아직은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
신 삼인방 영향력 커져 건설업이 맥을 못추는 현상은 비단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도 건설이 경기를 이끌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도 9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건설투자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들의 평균 수주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몇몇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에서도 건설투자 하락세와 업계 재편과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과거 건설경기를 이끌었던 현대건설, 동아건설, 대우건설 등 전통적인 강호들의 영향력이 꾸준히 줄어 들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새로운 ‘삼인방’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림산업, LG건설, 삼성물산 등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기존 3강이 부도나 워크아웃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사이에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며 새로운 강자의 자리를 탐내고 있다.
물론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등 전통 강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이 구조조정과 높은 차입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덩치에서만은 여전히 뒤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와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 많다.
밖으로는 추락한 신인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이들의 재기를 힘들게 한다.
건설 전문가들은 기존 건설사들이 재기를 도모하기 위해선 차입금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이미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사태에서 확인된 바 있다.
건설업종에서도 이처럼 재무구조와 브랜드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당분간은 ‘신 삼인방’이 건설업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은 올해 흑자를 낼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차입금 비율이 높아 재무구조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 역시 현재 부채의 출자전환과 증자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당분간 대형공사 수주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삼환기업이나 삼부토건 등 중견업체들도 영업력이나 기술력은 만만찮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나 자금동원력에서는 대형 업체들에 뒤진다.
때문에 건설경기 회복의 선봉에 서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SK증권 김대석 연구원은 “삼부토건, 삼환기업 등 괜찮은 회사들이 있지만 딱히 성장성을 가늠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대형 공사의 주간사를 맡기에는 왠지 미흡해 보이고, 아파트 건축도 브랜드 파워에서 밀려 수주가 쉽지 않다.
결국 시장은 몇몇 대형 건설사 위주로 패권을 다투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게다가 건설경기는 옛날처럼 대형 공사로 인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중소업체들 사이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반기에 돌파구 찾기는 힘들어 문제는 신 삼인방이 이끌든, 전통 삼인방이 이끌든 건설경기가 언제 살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하반기를 경기저점 돌파시점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드문 편이다.
하반기엔 공공부문의 대형공사나 국책사업이 마무리되는 단계에 있다.
정부에서 내놓는 신규물량이 적어 공공부문이 호조를 보이기 어렵다.
민간부문도 준농림지 폐지로 사업기반이 약화되고, 재건축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판교 신도시 건설계획의 연내 확정이 난망해 낙관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신규사업 프로젝트도 경기불황으로 지난해부터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부문에서는 주택보급률이 이미 95%에 이르렀다는 점이 수급측면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에서 독려하는 50만가구 주택건설 계획이 주택의 과잉공급으로 이어져 되레 대규모 미분양 사태만 불러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근 쟁점이 된 리모델링 사업도 시장규모를 예측하기 힘들고, 실제 경기부양에는 미미한 효과밖에 낼 수 없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반기 경기가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점도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장을 하나 짓더라도 돈이 많이 드는데다 투자비용도 장기간에 걸쳐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불안하면 투자 마인드 자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건설업체는 그에 따른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점차 풀릴 조짐도 있고, 앞으로는 건설회사들의 부도사태와 같은 대규모 악재가 터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금융부문이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고 건설업종의 신용등급과 같은 BBB급 채권도 서서히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는 아니더라도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건설경기가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며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신경제연구소 한태욱 연구원은 “건설업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건축허가 면적과 건설수주액이 하반기엔 플러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내년부터 건설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내년에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과 관련한 투자 확대, 서울 5개 저밀도 지역의 재건축, 월드컵을 앞둔 상업용 건축 붐 등이 예정돼 있다.
굵직굵직한 호재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IMF 이후 지금까지의 고통스러웠던 기간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95년 IMF 관리체제에 들어갔던 멕시코도 건설업만큼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회복됐다.
굿모닝증권 이창근 연구원은 “주가는 올해 4분기,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내년 1분기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종도 이제 서서히 저점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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