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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대우통신 랩탑
[IT타임머신] 대우통신 랩탑
  • 유춘희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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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것을 들고 다녔다고?
와! 컴퓨터를 들고 걸어가다니….
책상 위에 올려놓고 쓰는 컴퓨터를 데스크톱이라고 한다.
PDA 같은 개인용 정보단말기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다고 해서 팜톱이라고 부른다.
3년 전이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컴덱스에서 기가 막힌 용어 하나를 만들어낸다.
이른바 핑거톱이라는 것이다.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쓰는(그렇게 할 수 있을까?) 컴퓨터를 얘기한 것은 아니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있는 컴퓨터를 빗댄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랩톱은? 80년대 말과 90년 초반에 걸쳐 잠시 유행했던 개인용 컴퓨터 가운데 랩톱이라는 게 있었다.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컴퓨터. 지금 노트북에 비하면 그 두께나 크기, 무게가 서너배에 이르렀지만, 모니터와 본체가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획기적이었다.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다고 해서, 당시 유행하던 휴대형 카세트라디오(워크맨)와 많이 비교되곤 했다.
그러나 대우통신 광고(사진)의 여자 모델이 들고 있는 랩톱의 크기와 거기서 느껴지는 무게는 휴대형으로 보기엔 어색한 구석이 적지 않다.
대우의 랩톱 시리즈는 ‘출장, 여행 혹은 바이어와 상담할 때 사무실에서 근무하듯이 정보와 자료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만 있다면…’하는 바람에서 나온 제품이다.
랩톱이 처음 나왔을 때 누구나 그 깜찍한 외모에 반했고, 작은 몸집에서 뿜어내는 막강한(?) 성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우통신이 광고하는 제품은 89년형으로, 키보드가 데스크톱처럼 슬라이드 방식이며, 놀랍게도 당시에는 보기 힘들었던 3.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를 두개나 달았다.
그러나 랩톱은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미비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어서 대중화하지 못했다.
대우의 최고급 기종인 프로-2000L은 145만2천원. 비슷한 성능의 삼보 젬파워 교육용 컴퓨터가 49만5천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부담이 컸다.
당시 랩톱을 생산한 회사는 대우, 금성사, 삼성전자, 현대전자였고, 중소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뉴텍코리아(IMF 때 도산한 내외반도체의 전신)가 대만 회사와 합작생산하는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외국회사로는 애플, 컴팩, 데이터제너럴, 도시바, 대만의 치코니와 립텍사 등이 랩톱을 팔았다.
랩톱 컴퓨터를 구입했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처음에는 세상흐름에 밝은 일부 기자들이었다.
80년대 말부터 도입된 컴퓨터신문제작시스템(CTS)에 따라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 전용기 대신 랩톱으로 작성한 기사를 즉석에서 본사의 중앙컴퓨터에 보냈다.
그 다음은 세일즈맨. 상품견본 자료를 화면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판매하는 상술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최초의 휴대형 컴퓨터는 '제니스'
1947년 ‘애니악’ 탄생 이후 컴퓨터 역사가 50년을 갓 넘었지만 발전속도는 눈부시다.
휴대형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20년쯤 된다.
계산기능만으로 450평 규모의 방을 꽉 채웠던 애니악의 크기는, 세계 최초(75년)의 퍼스널컴퓨터로 기록되는 MITS사의 12㎏짜리 ‘알테어’의 등장으로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80년 미국 오스본은 사무실 책상 위에 붙어 있던 커다란 앉은뱅이 컴퓨터를 일으켜 집밖으로 끌고나갔다.
최초의 휴대형 컴퓨터인 셈. 데스크톱보다는 획기적으로 작았지만 여전히 들고 다니기에는 불편한 크기였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82년 11월 컴팩컴퓨터가 발표한 256K램과 두개의 플로피디스크를 갖춘 ‘컴팩 포터블’을 진정한 의미의 휴대형 컴퓨터 1호로 기록한다.
이 제품은 오스본의 그것보다 기능과 휴대성을 크게 개선했고, 탠디와 NEC 같은 경쟁사를 자극해 80년대 중반 휴대형 컴퓨터 개발 붐을 일으켰다.
85년 제니스(현재 LG전자 미국 자회사)가 세계 최초로 MS-DOS를 채용한 휴대형 PC를 선보인다.
전원도 전력이 아닌 배터리를 사용하고 무게도 7~9㎏에 불과해 명실상부 ‘휴대형’이라는 이름을 앞에 붙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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