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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미국 첨단기술주 서머랠리 가능한가
[머니] 미국 첨단기술주 서머랠리 가능한가
  • 박종생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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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없거나 소폭에 그칠 듯...경기둔화 조짐 속 첨단주들의 향방은?
미국 투자자들은 올 들어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에 대해 몇번이나 마음을 고쳐먹어야 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리)가 10년째 경기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를 놓고 투매와 매집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기술주 보유자들의 마음고생이 컸다.
첨단기술주들은 거품 논쟁과 맞물려 오르내림의 속도와 폭이 유독 심했다.
경기정점 지났다는 징표 곳곳서 나타나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요즘 미국 투자자들은 또다른 고민거리로 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제까지는 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를 두고 고민했으나, 이제부터는 경기둔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미국 증시의 움직임은 거의 그대로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미국 투자자들의 이런 새로운 고민은 한국 투자자들도 안고갈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경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다.
5월 실업률이 4.1%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달(3.9%)에 견줘 0.2%포인트 올랐고, 산업생산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
공장주문은 4.3% 떨어졌다.
제조업 활동을 가늠할 수 있는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는 5월에 53.2%로 떨어져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규 주택판매도 4월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보다 두배나 떨어진 5.8%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소매판매는 5월에 0.3%포인트 하락해, 98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두달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자동차 판매량은 최근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연준리의 금리인상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소비자물가지수(14일 발표)가 5월에 0.1%포인트 증가에 그친 것도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근거들을 토대로 미국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인플레 압력이 완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이스맨해턴은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4%로, JP모건은 4.5%에서 3.5%로 낮췄다.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5~4% 정도이며, 이보다 높은 성장률이 지속되면 인플레 압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이 7%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5.4%에 이르렀다.
그러면 연준리는 금리를 더이상 인상하지 않을 것인가. 현재로선 추가 금리인상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것 같다.
6월에 인상하지 않더라도 8월에는 올릴 수 있다.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준리 고위관리들이 “지금 경제지표들이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만큼인지 여부를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약효 나타나 추가 인상 불필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위원장인 윌리엄 맥도우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12일 “미국 경제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연준리 정책위원회 멤버인 로렌스 메이어는 6일 “미국은 확실히 노동시장의 과도한 수요라는 조건에 직면해 있다”며 “실업률이 4.1%인데 인플레 압력을 주지 않으려면 5~5.25%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는 FOMC 멤버들인 이들의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연준리는 아직 인플레 우려를 하고 있으며, 추가 금리인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이 13일 한 연설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빠르다”는 사실만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그린스펀은 통상 금리인상을 하려 할 때 대개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의도를 미리 얘기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날 그의 침묵은 금리인상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이전에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소폭 인상하거나 아니면 아예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견해를 바꾸고 있다.
불과 몇주 전만 해도 6~8월에 0.5~0.75%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아예 금리인상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0.2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이코노미스트 신시아 라타는 “금리인상의 약효가 발효되기 시작했다”며 “연방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6월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49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25명이 기존 입장을 수정했으며, 연준리의 정책금리가 현재의 6.5%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조사가 시행되기 이전에 13명이 금리인상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한 것을 고려하면, 49명 가운데 38명이 적어도 6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8월 또는 11월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정도 추가 금리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연준리의 결정이 민간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지금까지의 사례를 고려할 때, 6월 말 FOMC 회의에서는 금리인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소폭(0.2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둔화된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아직 인플레 압력이 완연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준리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주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일부에서 얘기하는 서머랠리는 과연 가능할까. 서머랠리는 여름휴가가 긴 외국의 펀드매니저들이 휴가를 가기 전에 가을장을 기대하고 주식을 사두려는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7, 8월 중 주식이 상승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우선 금리인상을 하지 않거나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다.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또 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올릴 경우에도 이 정도의 금리인상분은 주가에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가 어느 정도 둔화될 것이며, 경기둔화에 따라 어떤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인지 여부다.
경기둔화는 기업수익을 감소시켜 결국 주가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은 지금 이 부분에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둔화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도 일부에서는 경기둔화(slowdown)가 경기침체(recession)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 딘위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로치는 “미국은 성공적인 연착륙을 시킨 경험이 없다”며 “경착륙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엔 기업수익에 막대한 지장을 일으켜 주가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이런 의견은 소수다.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얘기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7% 이상)나 올 1분기(5.4%)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3.5~4%의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경우 금리인상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경기둔화로 인한 기업수익의 악화라는 부정적 재료를 동시에 포함한 ‘양날을 가진 칼’이기도 하다.
AG 에드워드&손즈의 전략가 알프레드 골드만은 “시장이 주시하는 것은 이제 경기둔화가 기업수익을 악화시킬지 여부”라고 말했다.
6월 중순 들어 미국 주식시장이 기업수익을 따지는 ‘실적장세’로 접어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제조업, 금융, 유통, 의류 등 블루칩들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내 대형 전자제품 유통체인인 서킷시티와, 지난 8일 프록터앤드갬블(P&G)의 수익악화 발표는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소비재 및 유통업체들이 경기둔화로 인한 수익악화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은행주들의 수익성도 악화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돌고 있다.
경기둔화는 미국 증시에서 이른바 ‘방어적 주식’(defensive stocks)이라고 일컫는 의약, 음료 업종의 큰폭 상승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이들 종목은 경기가 둔화돼도 매출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최근 펩시코는 52주만의 최고치를 기록중이며, 머크, 존슨앤존슨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첨단기술주들도 경기둔화의 수혜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둔화가 첨단기 술주 시장이 작아질 정도로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장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수석투자전략가 네드 라일리는 “통화긴축으로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이 전통적인 제조업과 금융, 유통업”이라며 “첨단기술주들의 인기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딘위터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감소함에 따라 기술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서머랠리를 맞이할 것”이라며 “나스닥의 경우 15~20% 정도의 추가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승자들에게 만 관심을 갖는다 다만 첨단기술주 가운데서도 수익성을 기준으로 주가가 차별화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수익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시트릭스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 회사는 지난 12일 수익이 악화할 전망이라는 소식에 주가가 폭락했으며, 그 여파로 첨단기술주의 매도를 불러왔다.
이날 나스닥은 전일보다 106.93포인트(2.75%)나 하락했다.
그 다음날엔 콘텐츠 제공업체인 NBC인터넷이 뒤를 이었다.
이 회사는 수익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주가가 7달러나 폭락했다.
그러나 IBM,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수익기반이 탄탄한 선도주들은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에렌크란츠킹 누스바움의 전략가 배리 하이만은 “지금 투자자들은 시장의 기타주보다는 승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여름은...
한국에서는 7~8월중 서머랠리가 가능할까. 최근 증시상황이 상당히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어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측면을 보면 우선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8%를 기록해, 실물경제가 여전히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은 4.1%,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0.4%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GDP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에 견줘 1.8% 성장에 그쳤다.
전분기에 2.8%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 둔화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6개월 이후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가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2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을 예고한다.
선행지수는 전년동월비로 지난해 9월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락폭도 확대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올 목표인 120억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월 말까지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1억3800만달러로 지난해의 23% 수준에 그쳤다.
경상수지 문제는 미국의 하반기 경기와도 맞물려 있다.
변수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성공 여부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우량 기업들만 거래되는 현상마저 보여 중견그룹들이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97년 하반기 및 98년 상반기에 대거 발행된 회사채 만기가 올 하반기에 집중될 예정이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하반기 중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2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의 경우 월 2조~3조원 정도 만기가 도래한 것에 견줘보면 크게 늘어난 숫자다.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가 최근 이례적으로 하반기 한국 경제에 대해 경고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 총재는 “하반기 한국 경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대외신인도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신용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아무리 도깨비장세라고 하지만 큰 틀은 이런 펀더멘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 주식시장을 흔드는 큰손인 외국인들이 펀더멘털을 중시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올 여름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아무래도 금융구조조정이다.
6월 20일과 30일로 예정된 투신권과 은행 부실규모 발표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지금 조정받는 이유는 잠복했던 금융불안이 고개를 들고있기 때문”이라며 “금융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6월 말에서 7월 초에 다시 한번 상승으로 반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경기가 급랭하지 않는다면 우리 주식시장을 이끌 주식은 반도체 통신 등 첨단기술주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 업체들의 경우 3분기 중에 전략적 제휴나 합병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가는 “앞으로 주가는 급등에 따른 조정이 일차적으로 진행된 이후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국면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종합주가지수 650포인트가 상당 기간 저점으로 작용하면서 650~850포인트의 박스권에서 다음 방향을 모색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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