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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웃음으로 북한 만나기
[재미] 웃음으로 북한 만나기
  • 이경숙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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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 안 가져가면 안해한테 맞아 죽습네다” 북한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살까. 김일성 주석에 대한 그리움? 김정일 국방위원장 칭찬? 통일? 미국 욕하기? 어릴 때 명절 연휴마다 재방송되던 만화영화 <똘이장군>을 보면 북한 사람들은 늑대나 돼지 모양을 하고 날마다 음흉한 음모만 세우고 있던데, 정말 그럴까? 사실 북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화 소재도 우스갯소리, 곧 유머 시리즈다.
북한 방문이 잦은 기업가나 기자들의 귀띔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야한 얘기를 즐긴다나? 한 방북인사는 북한 사람한테서 ‘다음에 오실 때 야하고 재밌는 책 좀 구해달라’는 은근한 부탁을 받고 슬쩍 가져다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남이나 북이나 취향은 비슷한 모양이다.
북한 사람들이 즐기는 유머가 궁금하다면 국가정보원 홈페이지 www.nis.go.kr의 통일동산·북한메아리에 들어가보라. 탈북자들이 전해주는 북한 유머들을 볼 수 있다.
북한의 공처가에 대한 유머 한토막을 소개한다.
어느 늦은 밤 한사람이 텅빈 평양시내의 밤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강도가 다가와 칼을 들이대며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인다고 위협하자 놀라 손을 삭삭 빌면서 하는 말. “제발 봐주십시요. 이 돈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안해에게 죽습네다.
” 북한에도 공처가의 운명은 남한과 비슷한 모양이다.
이번엔 알코올 중독자 얘기. 어느 마을에 북송 교포가 살고 있었단다.
그는 눈 뜨고부터 눈 감을 때까지 술만 마셔댔다.
일본에 있는 부모가 더이상 돈을 보내오지 않자 집안의 가재도구까지 다 팔아 술을 마시다가 쓰러져 급기야 1주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퇴원할 때 의사가 말했다.
“이제는 술을 더 마시지 마시오. 자신의 생명을 늘여야지요!” 환자 왈. “정말 지당하고 현실적인 진실입니다, 선생님. 술을 마시지 않은 1주일이 1년처럼 길게 느껴졌으니 말입니다.
”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고등중학교 수업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하고 돌아서니 학생들이 마구 웃어댔다.
선생님이 열심히 글을 쓰고 돌아서기만 하면 학생들은 받아쓸 생각도 하지 않고 웃어댔다.
선생님의 바지 앞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선생님은 성이 나서 외쳤다.
“못 참겠군. 웃는 놈들도 나쁘지만 웃기는 놈이 더 나빠! 어떤 놈인지 앞으로 나와!” 소개된 유머들엔 세태풍자가 많다.
수천년 이어진 풍자정신은 역시 남북이 따로 없는가 보다.
부실한 군 병기에 대한 풍자를 보자. 교관이 군인들에게 물었다.
“동무들! 땅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군인들이 대답했다.
“무기(포문)입니다.
” “철강입니다.
” “무한궤도입니다.
” 그러자 교관이 말했다.
“아니요 동무들! 땅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뒷걸음치지 않는 것이요.”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프레스센터로 사용한 고려호텔에 대한 유머도 있다.
고려호텔은 45층(높이 140m)에 객실수 510개로 1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는 북한의 특급호텔이다.
어느날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고려호텔 식당에서 맥주 두잔을 주문했다.
“여기 맥주 두잔 주세요. 깨끗한 컵에다.
” 잠시 뒤 접대원이 맥주컵 두개를 가져와서 물었다.
“어느 분이 깨끗한 고뿌에 주문하셨습네까?” 한바탕 웃음 뒤에도 머릿속에 휴전선이 남아 있는가. 허걱, 그러면, 혹시 당신은…, 똘이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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