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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해부] 옥션 이금룡 사장
[CEO해부] 옥션 이금룡 사장
  • 김상범
  • 승인 200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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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룡 1951년 출생 1970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졸업 1976년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6년 동국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1977년 삼성그룹 공채 17기, 삼성물산 근무 1999년 9월 옥션 대표이사 2000년 3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네트워크 경제의 진짜 거간꾼이 되련다 이경전: 옥션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이금룡: 크게 두가지 방향인데요. 하나는 이제 옥션은 단순히 인터넷 경매 사이트가 아니라 전자상거래의 장터가 될 겁니다.
단순한 물품경매 차원을 넘어 시장의 위치로 발전한다는 거지요. 지금 하루 거래액이 8억원을 넘어섰고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0억원에 이를 겁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옥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됩니다.
또 하나가 금융입니다.
현재 옥션에서 시중 금융사의 사이버 대리점을 다섯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대리점당 2천만원씩 받고 있는데 3개월 안에 50개의 은행 대리점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면 한달에 10억, 일년에 120억원의 수입이 되겠죠. 그중에 50억원 정도는 광고비로 쓸 겁니다.
사이버 금융거래 사이트가 되는 거죠. 여기에 원투원 마케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중인데 7월 말에 끝납니다.
그렇게 되면 원투원 마케팅에 기반한 기업과 소비자간(B2C), 기업간(B2B) 서비스도 본격화하게 됩니다.
그러면 독점지배력이 더 강해지겠죠. 대기업 출신이라 대기업 흉내낸다고 여기저기서 마구 두드려댈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올 하반기에 구체적인 전략을 완성하고 내년부터 아주 본격적으로 변신을 꾀할 겁니다.
이경전: 현재 옥션의 대표이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KTB네트워크의 인터넷전략 고문 등 세가지 역할을 맡고 계시지요. 그렇게 세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습니까. 이금룡: 물론 제일 큰 일은 옥션의 대표이사 역할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필요한 인물은 오거나이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와 같은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오거나이저의 역할이 절대적이죠. 오거나이저란 단순한 거간꾼의 개념이 아니고 스스로가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의 위치에 있으면서 업계를 공정하게 끌고나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일찍부터 네트워크 경제가 가져올 엄청난 파괴력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오거나이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감히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지요. 아직은 미진한 게 많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CEO의 역할과 관련된 얘기를 해보죠. 오혁 사장님과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데 지금까지는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고집이나 신념 같은 것 때문에 그런 모델로 가야 하는데 못 가는 인터넷 기업들도 있고, 가긴 가는데 삐걱대는 기업도 있죠. 인터넷 기업은 어떤 시점에서 그런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금룡: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대표로 부임해서 회사이름도 바꿨고 텔레비전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옥션’ 같은 상품 보강도 했고요. 기술력만으로는 한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경전: 스톡옵션을 받고 오셨죠. 일부에서는 스톡옵션을 받은 사장의 행태가 마케팅에 편중돼 있고, 결국 거품경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금룡: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굴지의 증권사에 코스닥 분석가가 한두명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코스닥 분석가가 300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이제 네티즌이나 애널리스트가 바보가 아닌 이상 거품은 많이 줄어들 겁니다.
옥션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 없으면 괜히 악수하고 사진찍고 제휴라고 발표하는 짓은 안 할 생각입니다.
스톡옵션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20만주를 갖고 있습니다만 스톡옵션이 있으면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안 쓰게 됩니다.
솔직히 하루에 주가가 1천원만 올라도 2억원씩 버는 셈인데 회사 주가관리말고 어디에 신경쓰겠습니까. 자신의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스톡옵션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것도 상징적으로 주는 것 말고, ‘너한테 다 맡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스톡옵션은 줘야 CEO가 3년 동안 자신의 일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이경전: 언젠가 기업들이 B2B를 도입하면 10%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옥션이 처음에 C2C에서 B2C로, 다시 B2B로 진출하고 있는데 인터넷 경매 업체로써 B2B 진입전략을 어떻게 세우셨습니까. 이금룡: 얼마 전에 B2B 해보니까 10%가 아니라 35%나 되더군요. 한빛은행에서 필요한 네가지 아이템에 대해 B2B 경매를 실시했는데, 현재 구매가로 1억원어치의 물품이 62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옥션의 마진 4%를 제하고도 엄청난 비용절감을 이룬 것이지요. 이 경우는 좀 유별난 결과였던 것 같고 적어도 15% 이상은 절감이 될 것 같습니다.
옥션은 이미 경매 솔루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B2B 접근이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B2B는 역경매의 성격을 갖고 있거든요.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기업 내 소모성자재(MRO)와 농축산물 분야의 B2B입니다.
특히 농축산물에 집중할 생각인데 이 분야는 현재 국내 유통구조상 사각지대에 속하고 또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모두 많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극단적으로 이런 것을 구상합니다.
서울 시내 일식당을 회원으로 엮어 남태평양에서 참치가 잡히는 대로 경매에 들어가는 거지요. 500g, 1㎏씩 경매를 해서 비행기로 공수해오는 겁니다.
그러면 아침에 잡은 참치가 오후면 식당에서 팔리는 거지요. 농축산물 분야에서는 이런 B2B가 유망하다고 봅니다.
이경전: B2C쪽은 어떻습니까. B2B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이금룡: 저희는 단순한 B2C가 아닙니다.
우선 원투원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갑니다.
경매는 기다리는 시간이 있는데 분명히 원하는 물건을 빨리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을 원투원 마케팅을 통해 찾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모든 물품이 6개월 무이자로 카드결제가 됩니다.
6월에만 비씨카드 결제액이 40억원이 넘었습니다.
6개월 무이자 결제 서비스와 원투원 마케팅이란 무기로 B2C를 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B2C는 안 합니다.
앞으로 원투원 마케팅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옥션의 B2C는 고객에게 원투원 마케팅을 통해 찾아간다는 전략입니다.
이경전: 경매의 문제점을 얘기해 볼까요. 최근 이베이에서도 담합을 해서 가격을 조작한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옥션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었나요. 또 부당한 물품의 거래랄까. 이금룡: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부당거래를 감시하는 세명의 사이버 패트롤이 있고 20명의 모니터 요원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우리도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처럼 신체 장기를 올린다든가, 자신을 물건으로 올린다든가 하는 것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이경전: 낙찰이 되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낙찰률이 너무 낮다는 얘기지요. 실제 팔리지도 않은 고가의 이색 물건들이 홍보전략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구요. 이금룡: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전국노래자랑이란 것이 있지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송은 뉴스하고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수백명이 신청을 하는데 통과되는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전국노래자랑이 잘못된 것인가요. 낙찰률 얘기와 연관된 것인데, 낙찰률을 보지 말고 하루 거래액이 얼마인가를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이경전: 경매 사이트가 더 비싸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금룡: 저희는 모든 경매물품을 ‘야비스’라는 가격비교 사이트와 연결해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해놓은 겁니다.
사기 전에 한번 확인해 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물건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면 구매거부를 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마지막에 몇백원 올라가는 급박한 경우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경전: 시스템 문제는 어떻습니까. 다음도 이메일 사용자의 정보가 새어나가 문제가 된 적이 있고, 옥션도 내부적으로 그런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아는데 시스템 안정성이나 확장성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이금룡: 제가 옥션에 온 이후 최대의 위기가 바로 시스템 문제였습니다.
저희는 윈도우NT를 썼는데 문제가 생기면서 이것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려고 했지요. 비용이 여섯배나 더 들겠더군요. 비용보다는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급 엔지니어 두명을 옥션이 스카우트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주변의 자문을 구해 보니 윈도우NT의 발전속도를 봤을 때 윈도우NT로 가도 괜찮다는 판단을 하고 제안했던 것인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뜻 동의를 해줬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단한 회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금 윈도우NT 서버를 20대 추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백업용 스토리지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경전: 인터넷 기업 하면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들이 CEO를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옥션의 CEO로서 그런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이 있지 않을까요. 이금룡: 기술적 문제는 대부분 전문 엔지니어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소비자 불만사항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술은 중요한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많이 가르쳐줍니다.
내가 엔지니어가 아니라고 해서 기술적으로 소홀히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경전: 경쟁에 관한 부분인데요, 해외 경쟁자인 이베이를 적절히 물리친 것 같습니다.
이금룡: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 중에 하나가 이베이가 국내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작년에 이베이의 국내 진출은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경매는 철저하게 시장에 바탕을 둔 것인에 이미 옥션이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베이가 NEC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먼저 진출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베이도 자사 사이트에 한국 코너를 만드는 것으로 선회한 것 같습니다.
적절히 물리쳤다고 생각합니다.
이베이와 접촉한 국내 회사가 750개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삼성과 SK도 사활을 걸고 접촉했던 것으로 아는데 이베이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들도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은 맞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옥션으로서는 적절히 대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국내의 경쟁업체들은 어떻습니까. 국내 경매업체 중에는 셀피아의 모델이 좋다고 생각되는데. 이금룡: 그렇죠. 셀피아는 전략이 좋은 것이 일단 솔루션으로 수익모델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솔루션으로 수익모델을 가져가면서 경매시장을 노리는 철저한 2위 전략이라고 봅니다.
이미지도 나름대로 잘 가져가는 것 같고. 이경전: 해외진출 전략을 말씀해주시죠. 이금룡: 일본은 아직 경매시장이 활성화된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이 더 여건이 좋아 보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협력업체를 선정했고 대만에서도 두군데 업체와 협의중입니다.
해외진출 방식은 합작회사를 만들되 현금출자는 최소화하고 기술을 지분으로 인정받는 출자방식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경전: 현재 제일 고민하고 있는 경영현안은 어떤 것입니까. 이금룡: 경매의 범위에서 어떻게 마켓의 범위로 넘어갈 것인가. 또 어떻게 하면 경매를 쉽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옥션이 쓰러진다면 누군가 우리보다 쉬운 경매 시스템을 들고나왔기 때문일 겁니다.
세번째는 모바일이다, 인공위성이다 해서 인터넷 사용도구가 바뀌고 있는데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네번째는 해외시장 진출 문제이고, 마지막으로 직원들에 대한 복지정책입니다.
회사가 이만큼 컸는데 여전히 헝그리 정신을 강조할 수는 없는 거죠.
[취재후기]
딱 두가지, 인터넷과 마케팅
지난해 9월 삼성물산 이금룡 이사가 인터넷 기업 옥션에 전문 CEO로 영입됐다고 했을 때 주목한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 굴뚝기업 출신이 벤처기업 CEO로서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채 안된 지금, 그는 국내 인터넷 기업의 대표 CEO로 꼽힐 만한 자리에 올라섰다.
이 사장은 늘 마케팅을 강조하고 다닌다.
기술력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스스로도 ‘인터넷 전도사’를 자처하며 개인 마케팅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특히 이 사장의 입담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특유의 탁한 목소리에 걸쭉한 입담으로 쏟아내는 열변은 듣는 사람을 간혹 빠져들게 한다.
이 때문에 마케팅에 치중한 거품경영인이란 지적도 심심찮게 듣는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 사장의 열변은 어김없이 쏟아졌다.
이따금 여과없이 토해내는 말 때문에 인터뷰장이 웃음바다가 되곤 했다.
얼마 전 옥션은 코스닥에 등록했다.
우여곡절 끝의 등록이었다.
지금은 옥션의 적정주가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매출이 열배가 늘었는데 관리직원은 여직원 하나만 늘었다면 설명이 되는가.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일어나고 있다.
그게 인터넷이다.
그것을 적자니까 PER가 안 나온다, 본질가치가 어떻다, 미국 이베이와 비교는 무리다라며 입방아를 찧는다.
” 그는 조만간 옥션의 하루 거래액이 1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국내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모든 상품은 옥션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는 ‘옥션 전도사’로 바뀐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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