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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터넷 점집 '사주닷컴'
[재미] 인터넷 점집 '사주닷컴'
  • 오철우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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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배 꼬인 세상사, 점괘로 푸세요”
“도사님, 결혼 문제가 안 풀리는데 언제쯤 결혼하게 되나요.”
“흠, 사주를 보니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니네요. 걱정마세요. 내년부터 3년 안에 반드시 결혼할 운이니 너무 안달복달하지 마세요. 과일이 무르익고 있는데 마지막을 기다리지 못해 풋과일을 먹으면 배탈나죠.”

“올해 29살, 취업 못한 백수입니다.
한심한 제 일진이 언제쯤 풀릴까요.”
“점사를 펼쳐보니…. 짜잔~. 아! 올해는 백수일 수밖에 없네요. 이럴 땐 복지부동이 최고입니다.
움직이면 돈 나가고 몸만 축나요…. 가을부터 직업을 찾는 게 좋습니다.
가을에 씨 뿌리면 내년은 수확의 계절이 됩니다.

인터넷에 문을 연 점집 ‘사주닷컴’ www.sazoo.com은 중생들의 꼬일대로 꼬인 세상만사 고민과 ‘도사님’의 인생풀이가 날마다 만나는 곳이다.
“여긴 미국 뉴욕인데요, 제가 최근에 두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습니다.
출근할 수 있을까요.” “요즘 귀신꿈을 자주 꿔요. 도대체 왜 그런가요, 도사님.” “주식 투자를 조금 했는데 불안하네요. 잘 될까요.” 이곳에서 상담을 해주는 아홉명의 역술인·역학자들은 ‘도사님’ 또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실제 ‘용한’ 역술인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많단다.
날마다 네티즌들이 쏟아내는 인생 고민을 역학으로 풀어주며 마음의 위안을 전하는 카운셀러 구실을 하고 있다.
자문위원 김준구(38·역학연구가)씨는 “주로 애정, 궁합, 진로에 관한 고민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미국, 유럽, 남아프리카의 한국인은 물론, 한국말을 아는 외국인들도 이따금 점괘를 구하러 들어온다”고 말한다.
한번은 캐나다로 이주한 한 네티즌이 현지 일본인 네명을 대신해 운세풀이를 신청해왔다.
운세풀이를 본 일본인들은 ‘일본 도사보다 한국 도사가 더 낫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역학에 심취한 열성 팬도 생겨나고 있다.
날마다 1500명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해 저마다 삶의 사연을 상담실 게시판에 빼곡이 풀어놓는다.
도사님의 점괘·사주풀이를 좇는 열성 팬들은 ‘미신’으로 몰아치는 글이 오르기라도 하면 사이트 운영자가 나서기도 전에, 자체 정화에 나서 스스로 분위기를 잡기도 한다.
점괘가 맞아떨어지면 감사전화와 선물이 오기도 한다.
사주닷컴 정윤돈(37) 부사장은 “운세풀이로 마음이 편해져 일이 잘 풀렸다며 사용자들이 사과 상자 등을 보내오기도 한다”고 자랑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운세연산기 프로그램이다.
미리 입력해둔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하는 방식이 아니라 점괘를 계산하는 연산프로그램을 개발해 사람들마다 다른 인생풀이를 즉석에서 전해준다.
아둥바둥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여유를 안겨주는 만화주역점도 쏠쏠한 재밋거리다.
굿모닝증권 종합금융팀장 도규영씨가 전하는 ‘역학으로 본 주간증시’는 색다른 증시분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역학은 본디 미래를 얼마나 정확히 맞추는가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사주닷컴은 ‘점괘를 믿으라’보다는 ‘삭막한 정보의 사막에서 삶의 지혜를 얻으라’고 조언한다.
자문위원 김준구씨는 “역학이란 믿고 따르라는 학문이 아니다”며 “극복할 수 있는 세상사와 극복할 수 없는 세상사를 깨닫고 하루하루 마음을 비우면서 최선을 다해 살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을 완성하는 센스’로 봐달라는 것이다.
21세기 과학기술의 상징인 인터넷에서 역학정보가 적잖은 호응을 얻어가자 사주닷컴은 이참에 세계 역학계로 진출해 우리나라 역학을 소개하려는 장기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사주닷컴 이용자는 대부분 20대 학생·직장인들. 현실사회와 비슷하게 여성이 대부분을 이루는데, 대략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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