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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스포츠마케터 FC네트워크 황정우 이사
[나는프로] 스포츠마케터 FC네트워크 황정우 이사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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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돈버는 스포츠 문외한
황 이사는 일반인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지나친 낭만과 환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 마케팅은 겉보기와는 달리 그리 낭만적이지도, 그리 녹록하지도 않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첫번째 오해는 선수 매니지먼트를 스포츠 마케팅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박찬호 선수의 스포츠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메이저리그 선수 2명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1500만달러(약 180억원)의 돈을 챙겼다는 소식은 이런 오해를 부추겼다.


하지만 스포츠 에이전트 활동은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스포츠 마케팅은 오히려 기업 스폰서십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스포츠 스타, 스포츠 팀, 스포츠 대회에 자금지원이나 물품을 제공한다.
이를 광고나 판매촉진 수단으로 삼아 마케팅 활동을 대행해주는 게 스포츠 마케팅의 가장 큰 영역이다.
좀더 폭을 넓히면 기업들이 경기장 매표소 앞에서 펼치는 간단한 이벤트나 경품 추전 따위들도 스포츠 마케팅에 포함시킨다.



낭만적인 직업이라 생각하면 오산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두번째 오해는 “아주 멋지고 낭만적인 직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4~5년 정도의 경력이 쌓이기 전까지는 경기현장에서 발바닥이 갈라지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스포츠 마케팅에 입문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경기 시작 5~6시간 전에 현장에 나가 스폰서 기업들의 광고판이 제대로 제작됐거나 제대로 설치됐는지를 몇번씩 점검하는 일이다.
행여 광고주가 요구했던 것과는 다른 장소에 광고판이 있다거나 잘못 제작돼 걸려 있다면 나중에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대회 후원을 하지 않은 기업이 경기장 안팎에서 이벤트를 벌이거나 간접 광고 노출을 꾀하는 현장을 적발하는 것도 초보 스포츠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이다.
예컨대 공식후원사로 지정되지 않은 기업이 응원단에 기업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거저 제공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이벤트를 하는 경우 경고나 몰수 조처를 취해야 한다.
반대로 후원 기업이 경품행사를 벌이면 경품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추천을 담당할 사람은 왔는지, 자질구레하게 신경쓸 것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아마추어나 프로 축구 리그 따위의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면 부산과 울산 등 하루가 멀다 하고 경기장으로 출장을 다니기도 한다.
황 이사는 “실제 대회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양말에 구멍이 나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러니 그도 축구 경기를 제대로 관람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애시당초 경기장 잔디밭을 애인과 함께 걷는 드라마의 한장면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세번째 오해는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 지식만 잘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 90년대 중반 국내에 처음 스포츠 마케팅이 도입될 때만 해도 별다른 자질이 필요없었다.
당시만 해도 경품 추천 따위의 간단한 ‘이벤트’가 스포츠 마케팅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의 분야가 넓어지고 전문화되면서 철저한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고 황 이사는 말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스포츠는 몰라도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터들은 차라리 경영학이나 법률적 지식 등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 다리품을 파는 4~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기업의 스폰서십을 담당하게 된다.
이때는 계약관계가 아주 중요해진다.
기업과 협회,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계약을 맺도록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률이나 경영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의 내로라는 골프 전문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MG에서도 변호사들을 대거 고용해 스포츠 마케터로 활용하고 있단다.
이런 세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스포츠 마케팅의 최고 경지인 컨설팅을 할 수 있다.
황 이사는 대개 7~8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컨설팅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현대자동차의 스포츠 마케팅을 컨설팅해주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브랜드를 활용하는 법이나 FIFA와 맺은 계약조건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 따위를 고민하고 조언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처음엔 범퍼 광고(기업 로고 밑에 조그맣게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고 밝히는 것) 형태에서 시작해 올해부터 모든 광고를 월드컵 관련 내용으로 점차 바꿔나가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물론 결정적으로는 스포츠 마케팅이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판매와 연결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스포츠 마케팅 방안을 연구한 내용이나 제안서를 모두 합하면 책꽂이 한칸은 차지할 것입니다.
그만큼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런 마케팅 방안을 들고 현대자동차의 해외 현지법인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을 자동차 판매와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지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브라질 등을 일주에 세차례 오갈 때는 48시간 동안을 비행기 안에서 쪼그려 지낸 적도 있었다.
독학으로 황무지를 일구다 그가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지난 95년 현대그룹이 축구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고, 때문에 당시 계열사였던 금강기획에 축구 경기 이벤트 대행 따위를 맡긴 것이다.
축구를 잘 알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그는 “성격이 부드러우니 스포츠 마케팅을 해보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제의를 받고 불모지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축구협회를 담당하긴 했지만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신문광고 제작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그는 스포츠 마케팅을 독학하면서 갖가지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시장조사를 담당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인맥이 튼튼한 토대가 됐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가 아니라 비즈니스입니다.
단순한 호기심만 갖고 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들었다가는 되돌아서기 쉬워요.” 그가 예비 스포츠 마케터들에게 주는 마지막 조언이다.
스포츠 마케터가 되는 길
황정우 이사는 스포츠 마케팅을 ‘네트워크 비즈니스’라고 잘라 말한다.
경기단체나 기업, 언론매체 등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기 사람’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교성이나 적극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웃어 넘기거나 술을 잘 마신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교성만으로는 곧 벽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본적인 사교성이 있으면서도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법률을 전공한 사람이 오히려 스포츠 마케터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도 해외 경기에 지원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따라서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 스포츠 마케팅은 이벤트의 연장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벤트 회사에 근무하다 스포츠 마케터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전문적인 능력이 강조되면서 광고대행사에서 기본적인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익힌 사람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광고대행사에서 3~4년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점차 대학 경영학과나 체육학과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으로 도입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충실히 마치면 스포츠 마케터로 입문하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 시장이 아직 성장하는 시기라 대규모 신규채용은 없고 대개 경력직을 비정기적으로 뽑고 있다.
선수 매니지먼트의 경우는 선수나 구단 출신 인력들이 아니면 상대적으로 진입하기가 힘든 단점이 있다.
스포츠 마케터의 처우 수준은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중간 수준의 대기업 연봉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연봉에 비해 노동강도가 센 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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