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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떤 분쟁 관리 전략을 갖추어야 하는가
한국은 어떤 분쟁 관리 전략을 갖추어야 하는가
  • 박이택 본지 편지기획위원, 고려대 연구교수
  • 승인 2018.02.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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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보복은 전략적으로 선정된 대상에 제한적으로 실행되고 있어…중국의 취약점이 보강된다면 보다 강하고 지속적인 패권국가적 행동을 할 것

커버스토리 3 - China Stress 사드 문제로 드러난 동아시아의 지경학적 변동

중국은 왜 패권국가적 면모를 보이는가? 

역사상 분쟁의 상당수는 지경학적 변동에 따라 기존의 균형이 부적절하게 됐을 때, 변화된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쟁 발생의 심층적 차원으로서의 지경학적 변동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보복은 어떤 지경학적 변동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시할 수 없이 명백한 요인 중의 하나는 경제대국으로의 중국의 성장이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으로도 지경학적 구조가 심대하게 변동하였지만, 현재 동아시아 및 세계의 국제 질서는 이와 같은 지경학적 구조 변동에 부합하는 상태로 정립되지는 못하였음을 중국이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자국의 국가안보나 국가 이해에 반하는 행동을 한 국가에게 경제 보복을 하는 패권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2008년에 달라이라마가 프랑스를 방문하였다는 이유로 에어버스 수입을 취소하고 까르푸 불매운동을 시도한 것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는데, 이후 센카쿠 열도와 관련하여 일본에 대해 경제 보복을 실시했고, 류사오보를 노벨평화상수상자로 선정한 것과 관련하여 노르웨이에 대해 경제보복을 실시했으며, 민주당 후보 총통당선과 관련하여 대만에 경제 보복을 실시했으며, 2016년에는 달라이라마 몽골 방문과 관련하여 몽골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하였고, 남중국해 영토분쟁과 관련하여 필리핀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하였으며, 사드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나라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사드 문제와 관련된 특수한 행동인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나 국가 이해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드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또 다른 사안을 빌미로 다양하게 반복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사드와 관련된 중국의 경제보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못지 않게, 중국이 패권국가적 행태를 보이게 되는 지경학적 변동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성장 (1):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다  

1949년 10월 1일 중국 공산당은 국공 내전에서 승리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였으며, 소련의 다양한 지원 하에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렇지만, 소련과의 우호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하지 못하였다. 1956년 소련과의 이데올로기 논쟁이 발단이 되어 중소분쟁이 발생하였으며, 이후 중소간의 분쟁의 골은 깊어졌으며, 1969년에는 국경분쟁문제 때문에 우수리 강의 전바오섬(珍寶島)에서 중소간의 군사충돌이 발생하였다. 동년 10월 외교부장 陳毅가 중국 지도부에게 미소대립을 이용하여 미중관계를 정상화하자는 제안을 하였으며, 1971년에는 키신저가, 1972년에는 닉슨이 미국을 방문하였고, 1979년에는 미중 국교정상화가 진행되었다. 

중소분쟁의 심화와 미중간의 우호적 관계의 진전 속에서 중국의 대외경제구조는 심대하게 변화되었다. 중국의 무역 상대국을 보면, 1950년대 전반에는 소련의 지원 하에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하였기 때문에, 공산권과의 무역이 중심을 이루어서, 1955년 중국의 무역 중 공산권과의 무역은 74.3%에 달했다. 그러나 중소분쟁이 일어나면서, 공산권과의 무역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자본주의권과의 무역이 늘어나, 1978년에는 자본주의권과의 무역 비중이 95%를 차지하게 되었다. 비록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무역 대상국의 구성으로 보는 한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일원으로 변신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중국의 수출입 추이 및 자본주의권과의 무역의 비중: 1950-1978

중국은 1978년 말 경제개혁을 추진하여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게 됐는데, 베리 노턴은 1978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중국의 성장을 “계획 밖에서 성장하기”로 표현한 바 있다. 계획 경제의 외부에서 자본주의 국가와의 무역으로 얻을 수 있는 성장의 기회를 추구하는 다양한 경제주체가 출현함으로써 중국의 고도성장의 시대가 열렸다.  

중국의 성장 (2): 제조업 혁신 센터가 되다  

1990년대까지 중국은 캐치업 국가로서의 이득을 얻는 상태였을 뿐, 세계적인 혁신센터로서의 입지를 마련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중국은 빠르게 자국의 혁신 능력을 신장시켰다. 그와 같은 변모를 보여주는 많은 지표들이 있는데, 두 가지만을 소개하면, 첫째는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의 부가가치의 급성장이다.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의 부가가치를 보면, 2007년에는 일본을 능가했으며, 2010년에는 유럽을 능가했고, 현재는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그림 2).  

[그림 2]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의 부가가치(US 십억 달러)

출처: Reinhilde Veugelers, The challenge of China’s rise as a science and technology powerhouse, Policy contribution, Issue no. 19, July 2017, p.3 

둘째는 자연과학 및 공학분야 박사학위 수여자 수이다. 2007년에는 미국을 능가하여 세계에서 자연과학 및 공학분야 박사학위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그림 3). 중국은 어떻게 하여 이렇게 빠르게 혁신능력을 갖추게 되었는가? 혁신능력의 증대를 설명하는 모델로는 내생적 성장(endogenous growth) 모형이 있다. 이 모형에 의하면 혁신능력을 증대시키는 R&D 투자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므로, 혁신능력의 증대에서 중요한 것은 1인당 R&D 지출이 아니라 전체 R&D 지출 규모이다. 중국은 1인당 GDP가 낮아 1인당 R&D 지출은 낮지만, 인구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체 R&D 규모는 커서 매우 빠르게 혁신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빠른 성장과 큰 인구 규모, 이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이후에도 더욱 빠르게 혁신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3] 자연과학 및 공학분야 박사학위 수여자수 (단위: 천명)

출처: Reinhilde Veugelers, The challenge of China’s rise as a science and technology powerhouse, Policy contribution, Issue no. 19, July 2017, p.6 

중국 견제 (1): 선진국가들의 리쇼어링  

1980년대 후반 당시 미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던 독일과 일본에 위협을 느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왜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미국보다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듯한 독일과 일본의 성장이 더 높은가를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을 경제학계에 요구하였으며, 그 결과 출현한 결과물이 1990년에 출간된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의 <<국가의 경쟁우위(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라는 책이었다. 

이제 다시 198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왜 자유무역은 미국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고 일자리만을 없애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을 경제학계에 요구하고 있으며, 그 요구를 상당히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결과물이 출현했는데, Daron Acemoglu, David Autor, David Dorn, Gordon H. Hanson, Brendan Price가 공동으로 집필한 2016년 Journal of Labor Economics에 게재된 “Import Competition and the Great US Employment Sag of the 2000s”라는 논문이다. 이들은 이 논문에서 1999-2007년 동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확대의 직간접적인 효과에 의해 미국이 잃어버린 일자리 수가 166만개 이른다고 추계했다.  

물론, 선진국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의 장기적 추이를 보면 2000년대는 그 이전과는 다르다. Maddison 추계에 의하면, 1950년부터 1999년까지 신흥국의 성장률은 선진국의 성장률을 밑돌았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신흥국의 성장률이 선진국의 성장률을 크게 앞서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반전을 다시 반전시킬 수 있는 묘수는 없는가? 지난 50여년 동안의 경험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의 성장에 더 유리하게 작동하였음을 보여준다. 만약 글로벌리이제이션으로부터 이탈한다면, 각국은 자국의 혁신능력에 걸맞는 성장률을 구가할 것인데, 선진국은 높은 혁신능력을 갖고 있지만, 후진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부터의 이탈은 후진국의 캐치업에는 치명타를 가하고, 선진국은 후진국과의 성장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 선진국과 신흥국의 5개년 평균 실질성장률(G-K달러, %)

출처: The Maddison Project; Harold James, “Bretton Woods to Brexit”, Finance & Development, Sep. 2017, p.6.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부터의 이탈이 선진국에게 이로울 수도 있다는 위와 같은 셈법이 현실적인 설득력을 얻음에 따라, 리쇼어링과 신보호주의로의 회귀를 정책으로 내건 후보들이 선거에서 이기는 사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리쇼어링과 신보호주의로의 회귀는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성격도 갖는 것이다.  

중국 견제 (2):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오프쇼어링 기지 건설  

한국은 지난 60여년 동안 이른바 수출주도 공업화를 중심으로 한 성장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데, 이것은 한국의 생산체계가 국내 수요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끊임없이 특화하고 고도화해 간 결과임을 보여준다. 만약 반도체와 철강과 화학 그리고 현재는 위기에 빠져 있지만 조선업 등이 국내 수요에 걸맞는 수준으로 생산되었다고 한다면, 이 만큼의 성취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중국 시장의 개척과 중국으로의 자본진출도 이와 같은 수출주도 성장체계의 일환으로 전개되었는데, 중국이 전세계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최종 조립기지로 부상할 때, 한국은 일본 및 대만과 더불어 중국에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중국의 하이테크 제조업의 성장이 보여주는 바, 중국이 중간재 및 자본재 생산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성장에 따른 임금 및 생산 부대비용이 증가하자, 오프쇼어링 기지로서의 중국의 매력은 떨어졌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오프쇼어링 기지로서 베트남에 진출하였다. 2010년대 들어 베트남으로의 진출이 어느 정도 성행하였는가는 한국의 수출대상국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베트남은 2010년 한국의 수출대상국 순위가 9위였는데, 2016년에는 3위로 부상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국기업들에게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오프쇼어링 기지로서의 베트남 진출을 가속시킬 것이다.  

선진국들의 리쇼어링 정책이나 한국과 같은 나라의 새로운 오프쇼어링 기지 건설은 중국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비록 중국은 현재 상당한 정도의 혁신능력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2008년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에서 발단된 과잉투자의 휴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해 경제의 경착륙 위험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으며, 또 장기적으로 선진국 자본의 이탈이 중국의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경제보복은 매우 절제된 수준에서 실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에 대한 만기 연장 합의가 함의하는 바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 불구하고, 10월 13일 중국은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의 만기 연장에 합의하였다. 이것은 중국의 경제보복이 매우 전략적으로 선정된 대상에 제한적으로 실행될 것임을 확인해 준다. 달리 표현하면, 중국에게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대상에 대해서 그 손실을 감당하면서 경제 보복을 실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의 종료로 중국이 잃게 되는 것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둔다. 현재 중국은 경제대국으로의 지위에 걸맞게 위안화의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데,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은 위안화의 국제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정을 종료하는 것은 중국에게 손실이 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현재 외환보유고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점에 대해 약간 부연해 둔다. 2016년 초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에 배팅하였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는데, 2014년 6월에 3조 9932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2016년 1월에는 3조 2천억 달러로 떨어졌으며, 2017년 1월에는 3조 달러 아래 즉 2조 9982억 달러로 떨어졌다. 비록 2017년 2월부터 외환보유고가 약간 늘기는 했지만, 아직 2016년 1월 수준으로도 회복되지 않았다(그림 5).

[그림 5] 한국과 중국의 외환보유고(2012년 1월 – 2017년 9월)

한국은 어떤 분쟁 관리 전략을 갖추어야 하는가? 

중국은 경제대국으로의 지위 상승에 걸맞는 국제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패권국가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취약한 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취약한 점이 보강된다면 보다 강하고 지속적으로 패권국가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자유무역주의 체계가 대세였던 시대에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하였기 때문에, 무역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와 같은 취약성이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여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성장전략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의 신보호주의와 중국의 패권국가적 조치들에 선제적으로 잘 대응할 수 있는 분쟁관리전략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44호(2017년 11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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