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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주도성장’ 비판만 하지 말고 한국판 ‘버츠켈리즘’으로 만들 순 없나?
‘출산주도성장’ 비판만 하지 말고 한국판 ‘버츠켈리즘’으로 만들 순 없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09.07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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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복지를 위한 논의의 장으로 국회가 이끌어야
영국 아동신탁기금을 설명하는 홈페이지
영국 아동신탁기금을 설명하는 홈페이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돈만 주면 출산하나?’에서부터 ‘출산이 성장의 도구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성장과 복지 사이에 높은 담벼락을 쌓고 출산주도‘성장’이라는 식의 말을 만들어낸 자유한국당의 강박관념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의도야 어떻든 그 내용만은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기반 복지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 세대가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각종 사회연금의 적립방식이나, 국민연금이 가입대상 국민의 거의 절반을 포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미래세부담의 부담은 커가고, 미래세대의 복지가 부모의 노후걱정 뒤켠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출산율 저하 예방이라는 차원을 넘어 미래세대의 자산 기반을 강화시켜주는 복지를 본격적인 의제로 올릴 필요성은 충분하다.

때마침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거나 ‘협치를 본격화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살아 움직이는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정치의 시간’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떠오른 게 ‘버츠켈리즘’(Butskellism) 이다. 영국 노동당 재무장관 휴 게이츠켈(150~51년)과 보수당의 재무장관 랩 버틀러(1951~55년)의 이름을 합성해 만든 용어로, 서로 대립하는 정당이라고 정권교체 뒤 상대방의 정책을 뒤집지 않고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흐름을 일컫는다. 일종의 ‘합의의 정치’를 상징하는 말인 셈이다. 자세한 배경은 생략하고, 노동당이든 보수당이든 제2차 세계대전 후 재분배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인정하는 사조가 영국을 지배했기에 가능했다는 정도는 기억해 두자.

합의의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출산율 저하가 ‘너무 급격하다’는 데 정치권 모두가 동의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몸살도 ‘급격한’ 인상이 발단이었음에 비춰보면,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 역시 인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식의 주장만큼 바람직하지 않다. 출산율 저하를 늦추려면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주요한 노력의 하나로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이 용어가 거슬린다면 ‘출산복지’라고 해도 좋고, ‘사회재생산 복지’라고 해도 좋고, ‘출산을 위한 사회투자’라고 해도 좋고, 더 좋은 용어가 있다면 그걸 사용해도 무방하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에는 ‘중도’를 내세워온 정당이 제3당으로 있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에 앞장선 성과에 비춰보면,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가교와 중재의 역할을 못할 이유도 없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거나 ‘경제는 보수, 안보는 진보’라는 식으로밖에 비쳐지게끔 하고, 여전히 ‘한 지붕 두 가족’인 게 바른미래당의 현 주소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하자’는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출산주도성장’은 여당애 대립하는 제1야당으로서 ‘재정 보수주의’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는 점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명이 될 때까지 출산장려금 2천만원, 성년에 이르기까지 20년 간 월 33만원씩 수당 1억원을 지급하는 데 연평균 18조원씩 20년 간 360조원을 투입하자고 하면서 재정 보수주의를 내세우긴 어렵기 때문이다. 재정 보수주의는 국가 재정을 가계 살림과 사실상 동일시하며 재정지출 증가와 국가채무 확대를 극도로 꺼리는 행태를 말한다.

이렇게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이것만은 하자’는 정치적 의지의 합의다. 이게 가능하려면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않거나 연계하더라도 합의 가능한 최소한의 영역으로 국한하는 여야 정당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여부와 연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세대의 자산기반 복지를 강화하는 방법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마련하면 된다. 자유한국당의 제안처럼 출산장려금을 2천만원으로 한다면,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출산장려금은 폐지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동수당과 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행 아동수당 액수는 수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영국의 아동신탁기금(CTF)처럼 나머지는 성년이 될 때까지 계좌를 개설해 적립해주는 방안을 결합해도 좋다. 현행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는 선별은 ‘폐지’하는 대신에, 소득 하위계층의 아이들을 위한 적립금을 늘려주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개인저축계좌(ISA)를 도입하는 것이다. 일정한 한도를 설정해 국가가 적립하는 금액과 매칭해 부모도 적립해줄 수 있는 방안을 결합할 수도 있다.

적립되는 미래세대기금은 교육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 5~6학년과 중등 1학년 교육 커리큐럼에 금융의 기능․역할․책임, 자산관리 등 기본교육을 실시하고, 4차 산업혁명 물결 속에서 직업 전망, 필요한 기술과 자질, 능력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 기금의 각 계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어 마련하면 된다.

미래세대를 위해 적어도 20년 정도의 시야를 둔 정책을 위한 논의의 장이 지금 여기 ‘정치의 시간’에 빛을 볼 수 있다면 ‘붉은 깃발을 뽑자’는 식의 선동은 곁가지로 봐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판은 만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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