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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원금보장 네티즌 펀드 ‘된서리’
[포커스] 원금보장 네티즌 펀드 ‘된서리’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1.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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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유사 수신행위 6개 사이트 검찰에 고발… 투자 전에 꼼꼼히 따져야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지난 3일 지팬의 박미아 실장은 갑자기 들이닥친 검찰청 사람들을 맞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무실을 마구 뒤지더니 이런저런 서류들을 몽땅 가져갔어요. 검찰에 불려가 하루종일 혼쭐이 났지요. 웬 날벼락인가 싶었습니다.
” 아직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지팬을 비롯한 6개 인터넷 사이트 운영업체들이 유사 수신행위 규제법을 위반했다면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화나 음반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끌어모으면서 원금을 보장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 수신행위 규제법은 원금을 보장할 것을 약속하고 돈을 모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곧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에 나섰다.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최악의 경우 대표자가 구속되거나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수 있다.
지팬은 지난달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30개 록 밴드를 모아 ‘우소친이’(우리들의 소중한 친구들 이야기)라는 이름의 음반을 만들면서 총 제작비 7500만원 가운데 3천만원을 인터넷으로 끌어모았다.
인기 가수의 음반이 아니어서 돈을 끌어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지팬은 음반 제작사와 협의를 거쳐 100% 원금 보장이라는 조건을 내걸기로 했다.
예상 판매량은 2만장, 넉넉잡고 1만3천장만 팔려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면 투자자들에게 먼저 원금을 돌려주고 이익이 나는 대로 이익금의 50%를 계속 나눠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팔릴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자들의 원금을 돌려줄 능력은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 위험한 사업이었지만 지팬은 큰 어려움 없이 3천만원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문제가 터지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금융기관에는 예금자보호법이 있지만 네티즌 펀드에 돈을 집어넣은 투자자들은 보호받을 길이 없습니다.
약속대로 원금을 돌려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홀라당 까먹고 모른 척하면 투자자들은 어디 하소연하러 갈 데가 없습니다.
”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 비제도금융조사팀 전진춘 조사역의 말이다.
아무리 원금을 보장해줄 능력이 있어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모든 책임은 투자자의 몫 ‘원금 보장형’ 네티즌 펀드는 심마니가 먼저 물꼬를 텄다.
심마니는 지난 4월 조관우의 새 음반을 발표한 유니버셜뮤직과 손잡고 원금 보장형 네티즌 펀드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원금을 100% 보장해준다고 큰소리를 쳤기 때문인지 6분 만에 5천만원이 모였다.
그러나 석달이 지난 지금 음반 판매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고, 심마니와 유니버셜뮤직은 차일피일 정산일을 미루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투자자들 항의가 빗발쳤고 국세청과 금융감독위원회에도 날마다 항의 메일이 쏟아졌다.
무관심했던 금융감독위원회를 움직인 것도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였다.
이밖에 컴퓨터 분야 전문서적을 출판하는 이비커뮤니케이션은 피시북펀드 1호를 만들면서 원금은 물론이고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고발됐다.
이비커뮤니케이션은 충분히 원금을 보장해줄 능력이 된다고 항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금융감독원을 설득할 수 없었다.
네티즌 펀드는 여러가지로 계와 비슷하다.
아는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거나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으려고 만든 게 계라면, 네티즌 펀드는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돈을 끌어모으는 게 목적이다.
개인들끼리 하는 계를 굳이 법이 간섭하고 나설 일이 없는 것처럼, 네티즌 펀드도 법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
계가 깨지면 당사자들끼리 타협을 보거나 민사소송을 걸어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네티즌 펀드도 문제가 터질 때는 아무 데서도 도움을 바랄 수 없다.
거기까지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얽히게 되는 네티즌 펀드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것은 몇몇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드는 계와 크게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선 투자자들이 수가 훨씬 많은 데다, 펀드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요즘 같으면 수억원을 몇초 만에 모으기도 하고, 그렇게 모은 펀드를 주식처럼 서로 사고팔기도 한다.
투자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보장해줄 것처럼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아 손쉽게 돈을 끌어모으지만, 정작 마음껏 쓰고 나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들은 모두 법의 울타리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작은 소동에 지나지 않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앞으로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못하게 함으로써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맡겨두고 투자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투자자가 지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전 조사역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펀드를 만들어 돈을 끌어모으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원금을 보장한다는 약속만 하지 않으면 된다.
“눈부시게 바뀌는 현실을 법이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최소한 이 원칙만 지켜져도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거라고 봅니다.
투자자들도 무턱대고 뛰어들기보다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지요. 소신껏 투자하고 소신껏 책임을 지라는 이야깁니다.
법은 이런 부분까지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황당한 사업 내세운 펀드도 등장 네티즌 펀드는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별다른 까다로운 절차 없이도 홈페이지 하나만 적당히 만들고 적당히 홍보를 하면 수억원을 금방 끌어모을 수 있다.
이래저래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최근에는 영화나 음반, 공연, 출판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을 중심으로 펀드를 만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를테면 승합차 100대를 사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져다 파는 사업을 중심으로 네티즌 펀드를 모집할 수도 있다.
이런 사업은 빠르면 석달 만에 사업을 마치고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사업하는 쪽에서는 당장 급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고 투자자쪽에서는 확실한 수익을 빠른 시간에 얻을 수 있어 좋다.
코벤스는 아예 비즈니스 아이템 펀드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자금을 모아 소프트웨어를 개발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어 갖자는 계획이다.
수익전망과 투자시기에 따라 투자배수를 달리하고, 어느 정도 이익을 회수하면 주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게임에 투자하는 네티즌 펀드도 나타났다.
태울은 새로 발표한 ‘신영웅문’을 홍보하려고 1억원 규모의 네티즌 펀드를 만들었다.
이번 펀드는 온라인게임의 동시 사용자 수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동시 사용자가 1만명을 넘으면 참여자들에게 원금 100%를 보상하고 게임 10시간 이용권을 제공할 예정이며, 2만명을 넘으면 원금의 2배, 4만명 이상일 때는 원금의 5배를 지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유전 개발, 관광 잠수함, 보물선 발굴 등 다소 황당한 사업계획을 내세운 펀드들도 나타나고 있다.
네티즌 펀드들이 모두 대박을 터뜨리는 건 아니다.
10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던 영화 <반칙왕>이나 <공동경비구역 JSA>는 오히려 특별한 경우다.
<리베라메>나 <화양연화>는 10% 정도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고 <킬리만자로>나 <눈물>, <휴머니스트> 등은 절반 가까이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로 꼽히는 <천사몽>은 원금을 한푼도 건지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나마 영화쪽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심마니가 만든 조관우 펀드는 수익정산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실적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팬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악극 <아빠의 청춘>은 참패를 기록하고 원금의 43%를 돌려주는 데 그쳤다.
수십개의 네티즌 펀드가 난립하고 있지만 영화쪽 말고는 돈 벌었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다.
아직까지 네티즌 펀드는 자금 조달보다는 홍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는 몇초 만에 공모가 끝나지만, 인기가 없겠다 싶으면 마냥 파리만 날리기 십상이다.
몇몇 업체들이 원금 보장이라는, 언뜻 솔깃한 조건을 내건 것도 그 때문이다.
급한 대로 돈을 끌어모으기는 쉬웠겠지만 이제는 뒤탈을 걱정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단호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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