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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인터랙티브 소설 쓰는 황유석
[피플] 인터랙티브 소설 쓰는 황유석
  • 오철우
  • 승인 2000.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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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소설 사건의 단서를 찾는다”
소설 작가는 소설의 세계 안에서 언제나 ‘전지전능한’ 존재다.
주인공과 주변인물의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펜 끝에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터통신 소설 <마지막 해커>를 쓴 황유석(27·숭실대 휴학중)씨는 그런 전지전능한 권한을 포기해버렸다.


“나는 소설 작가가 아니라, 네티즌이 만드는 등장인물의 삶을 기록하는 작성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소설, 이른바 ‘인터랙티브 소설’을 정리하는 작성자로 남겠다는 뜻이다.

이런 새로운 개념의 소설을 본격 시도하기 위해 최근엔 인터랙티브 소설 사이트 ‘고우투인’ www.gotoin.net을 박주혁(28), 금동희(27)씨 등 두명과 함께 열었다이곳에선 98년과 올해 출간된 소설 <마지막 해커> <인>의 등장인물 ‘시아’ ‘황 기자’ ‘주민성” 등 여덟명의 얘기가 각각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진다.
종이 소설에선 3인칭이었지만, 인터넷에선 주목받는 주인공의 생생한 삶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물론 이들의 삶은 네티즌들이 결정한다.
황씨는 “소설의 줄거리는 종이 소설에서 이미 결정돼 완전히 새로운 얘기가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종이 소설에서 일부 드러난 인터넷 세계의 음모와 살인사건의 단서들이 각 등장인물의 얘기 속에서 조금씩 구체화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종이 소설이 ‘해킹동아리 살인사건’과 ‘네트워크 전쟁’에 도사린 음모의 그림자를 독자들에게 던져주었다면, 인터넷에선 그 음모의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는 식이다.
“이런 구성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 하나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세명이 이 일을 시작했다”는 황씨는 앞으로 등장인물의 삶을 더욱 실감나게 꾸미기 위해 글 외에도 등장인물의 사진·영상물도 함께 만들어 올릴 계획이다.
우연히 컴퓨터통신에 글을 올렸다가 작가가 돼버린 그는 “가장 재미있는 소설은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인터랙티브 소설은 아주 재미있는 실험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 신촌과 홍익대 주변의 카페에서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즐겨 공연하는 ‘로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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