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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마우스 복제 연구자 마크로젠 권오용 이사
[나는프로] 마우스 복제 연구자 마크로젠 권오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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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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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대왕의 외길 인생 바이오 벤처기업인 마크로젠 www.macrogen.com에서 마우스(실험용 생쥐) 복제를 연구하고 있는 권오용(37) 이사는 사회 통념으로 보면 ‘인생 대역전’에 성공한 사람이다.
그가 동물의 난자를 조작해 개체를 복제하는, ‘발생공학’을 접하게 된 것은 지난 84년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연찮게 일본 도쿄농업대학을 들렀다.
거기서 그는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시작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발생공학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워낙 첨단 학문이었기 때문에 자세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거다’라는 느낌으로 가슴이 뜨거웠어요. 소나 돼지 따위의 우수한 개체를 계속 교배해가며 유전자를 개량하던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이었죠.” 10여년 씨름 끝에 큰 수확 다음해 도쿄농업대학에 입학한 그는 졸업 무렵부터 마우스 난자의 조작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마우스 연구는 ‘배고픈’ 축에 속했다.
대부분의 연구소나 기업에선 당장 축산기술에 응용할 수 있는 소나 돼지 따위의 ‘대가축’ 연구를 원했다.
마우스는 취직할 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초 연구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예컨대 마우스의 세포는 아주 민감해 실험조건이나 테크닉이 까다로웠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마우스를 잘 조작할 수만 있다면 다른 동물들의 세포나 난자는 아주 다루기 쉽다는 얘기가 된다.
그가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마우스 실험을 신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96년 1월, 그는 처음으로 복제 마우스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당시 수준은 기껏해야 두개의 세포로 분열한 상태의 난자를 떼어내 각각 대리모로 이식하는 수준이었다.
성공률도 한마리의 마우스만 탄생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정한 난자가 8개로 분리하기 직전에 대리모에 이식해 여섯 마리의 쥐를 한꺼번에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두 마리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지만, 여섯 마리만 해도 세계 처음이었다.
일본의 한 제약회사와 연구소에서 복제 연구를 계속하던 그는 지난해 6월 마크로젠으로부터 전격적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가 마크로젠에서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려면 좀 복잡하다.
마크로젠에서는 유전자 조작 마우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우선 마우스의 특정 유전자를 더하거나(유전자 이식) 파괴(유전자 적중)한다.
이런 상태의 마우스를 연구하면 면역결핍이나 당뇨병 등과 특정 유전자의 관련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조작한 마우스는 수천만원대에 팔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질환모델’ 마우스를 한번 만들기 위해선 많게는 1년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전자 조작으로 당뇨병에 걸린 쥐를 만들려면 요당함량이 기준치를 넘어설 때까지 발현도가 높은 마우스들만을 골라 계속 교배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제기술을 이용하면 마우스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난자상태에서 계속 복제를 해나갈 수 있다.
게다가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그가 요즘 연구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분야다.
권 이사는 “올해 안으로 시스템이 완성되면 질환모델 마우스 생산 기간을 1년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손기술과 끈기가 생명 발생공학을 하려면 특히 ‘손기술’이 예민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왼쪽손으로는 홀딩피펫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지름 0.1mm 크기의 마우스 난자를 고정한다.
오른손으로는 0.01mm 크기의 바늘(인젝션 피펫)로 난자를 자르거나 유전자를 집어넣는다.
따라서 손동작이 섬세하지 않으면 실험을 망치게 마련이다.
“바늘을 숙련되게 조작하려면 1년 이상 걸립니다.
따라서 손재주가 있으면 적응하는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죠.” 게다가 발생공학은 기계가 해주는 역할이 거의 없다.
연구자가 계속 현미경과 씨름하며 조작을 거듭해야 한다.
한번 실험을 시작하면 평균 14시간 정도는 거의 꿈적 않고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한단다.
따라서 근성과 끈기가 필요하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버티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저는 행복합니다.
하고 싶던 일을 월급까지 받아가며 하잖아요.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으면 배겨나기가 어렵습니다.
” 그는 1년에 몇천마리씩 마우스를 죽인다고 한다.
인간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마우스를 보면 늘 고맙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실험을 할 때는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할 수가 없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우스 앞에선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쥐들이 고통스럽게 죽지 않도록 빠른 시간 안에 숨을 끊어주는 것이죠.” 그는 실험대에 올리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마우스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발생공학에 관심있는 후배에게
1. 발생공학에서는 손기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단지 기술일 뿐이다.
다른 사람보다 손기술이 뛰어나다고 발생공학에 적성이 맞는 것은 아니다.
손기술이 있는 연구자일수록 자만에 빠지지 말고 더욱 많은 응용기술을 익혀야 한다.
2. 연구의 중심은 연구자가 아니다.
연구자 일정에 따라 실험 일정을 정해서는 안된다.
모든 연구 일정은 연구 그 자체를 중심으로 짜야 한다.
3. 누가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기 전에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창조적으로 생각해보자. 조언은 최후에 구하도록 노력한다.
4. 실험실은 조그마한 사회주의 국가다.
실험실 안에서의 모든 규칙은 곧 법이다.
요령을 피우면 결국엔 모든 일을 적당히 하는 습관이 몸에 밸 확률이 높다.
연구자로 인생의 진로를 선택한 사람은 작은 것이라도 원리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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