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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스크린 키보드
[테크놀로지] 스크린 키보드
  • 장미경/ <과학동아> 기자
  • 승인 2002.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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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뇌'에는 새로운 입력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카메라가 안구의 움직임을 기록해, 컴퓨터 화면에 즉시 그 움직임을 재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바로 눈을 이용해 글자를 입력하는 장치다.
스크린상에 나타나는 단어를 응시하면 카메라가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함으로써 자동으로 글자가 입력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크린 키보드’는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이미 등장해 있다.
그런데 기존 개념에서 한단계 발전한 스크린 키보드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8월22일치에 보도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연구소의 데이비드 워드 박사와 데이비드 맥케이 박사가 개발의 주역이다.
연구팀은 손으로 자판을 두드려 글자를 입력하는 키보드 대신 눈의 움직임과 글자조합 키보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자료를 입력할 수 있는 스크린 키보드 ‘대셔’(Dasher)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의 스크린 키보드 소프트웨어가 알파벳 글자를 하나씩 응시해야 입력이 가능한데 비해, 이번에 개발된 대셔는 조합할 수 있는 단어를 미리 파악해 제공하는 ‘글자조합 기능’을 갖췄기 때문에 더 쉽고 빠르며 정확하게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셔를 이용해 눈으로 글자를 입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안구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하고, 사용자는 의자에 고정된 자세로 똑바로 앉아 있어야 한다.
스크린 키보드를 보면 세로 한줄로 알파벳 단어와 기호들이 표시돼 있고, 각 글자들은 각기 다른 글상자 속에 들어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글자를 바라본 후 이 글자를 화면의 왼쪽으로 끌어오면 오른쪽에서 다시 이 글자와 조합할 수 있는 다른 알파벳 글자들이 연속적으로 떠올라 다른 색깔의 글상자 속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Hello, how are you’라는 문장을 입력할 경우, 사용자가 스크린의 ‘H’를 바라보면 소프트웨어는 자체 언어모델 프로그램을 가동해 ‘a’ ‘e’ ‘i’ ‘o’ ‘u’처럼 함께 조합할 수 있는 글자와 쌍을 이룬 ‘Ha, He, Hi’ 등이 화면에 나타나도록 한다.
여기서 맞는 조합을 선택하면 다시 ‘ello’ 등과 같이 조합 가능한 글자들이 화면에 뜨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이 글자들이 화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단어를 이루게 되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셔는 다음에 필요한 글자들을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나오는 알파벳 글자들은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글자의 조합이나 단어다.
연구팀은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스크린 키보드 방식과, 대셔를 이용한 문장입력을 비교 실험했다.
그 결과 기존의 스크린 키보드 방식을 사용하면 1분에 평균 15개의 단어를 입력할 수 있었지만, 대셔를 사용할 경우 1분에 25개의 단어까지 입력할 수 있었다.
연구팀의 데이비드 맥케이 박사는 “대셔를 사용하면 장애가 있거나 손으로 직접 글자를 쓰기 어려운 사람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e메일을 보내거나 워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케이 박사는 “대셔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을 쳐다보는 것처럼 화면상에 원하는 글자를 바라본 후 가져오면 글자가 쉽게 입력되는 편리한 소프트웨어”라면서 “입력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오타의 빈도가 기존의 스크린 키보드의 5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좀더 편리하게, 그리고 인간과 좀더 가깝게 진화하고 있는 각종 인터페이스 기기들. 미래에는 과연 어떤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터페이스 기기가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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