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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최첨단 채권 가격계산 모형 개발한 김세진 / 한국채권평가 사장
[사람들] 최첨단 채권 가격계산 모형 개발한 김세진 / 한국채권평가 사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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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3년 내로 외국인의 채권 투자가 본격화할 것입니다.


김세진 한국채권평가 사장은 2000년 채권시가평가제 도입 이후 국내 채권시장이 몰라보게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가격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면서 지난해에는 채권 거래량이 50% 이상 증가했다.
김 사장은 조만간 채권이 주식을 제치고 외국인의 주요 투자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에는 600조원어치 채권이 발행돼 있으며, 대부분을 금융회사가 갖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중에는 보유 채권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서는 곳도 있다.
채권은 금리 변화에 따라 수시로 가격이 변한다.
채권 보유기관은 이러한 가격변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뜻밖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표면이자가 6%인 채권을 갖고 있을 때 금리가 1.5%만 떨어져도 받을 이자의 25%가 날아가는 것이다.
물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불가피하게 중도 환매해야 할 경우다.
1만종이 넘는 다양한 채권의 가격을 매일 산출해 은행, 투신사, 보험사, 연기금 등에 제공하는 것이 바로 한국채권평가와 같은 채권평가 업체들의 역할이다.
한국채권평가를 비롯해 NICE채권평가, KIS채권평가 등이 경쟁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48%인 한국채권평가가 업계 선두다.


채권의 가격 평가는 첨단 금융공학 지식이 필요한 복잡한 작업이다.
발행 채권의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매일 거래되는 종목이 전체의 1%로 극소수다.
나머지는 가격형성이 안 된다.
채권평가 업체들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1%의 가격정보를 증권전산에서 받아 나머지 99%의 가격을 자신들이 개발한 모형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산해낸다.


주식이나 통화와 연계한 구조설계채권이 등장하면서 채권의 가격계산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해야 가격계산이 겨우 가능한 채권까지 나올 정도다.
김세진 사장은 “국내 금융공학의 최고 인재들이 모여 가격계산 모형을 개발했다”며 “외국 금융회사의 공세에 맞서 국내 금융의 첨단부분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일부 분야에서는 외국 업체보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며 “외국 업체가 당장 진출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한국채권평가는 가격정보 이외에도 채권운영 시스템과 위험분석 시스템 등을 개발해 채권 보유기관에 서비스하고 있다.
대부분 주식에 비해 채권운영에는 미숙하다.
신종 채권에 내재돼 있는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큰 손실을 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김 사장은 채권평가 업체들이 ‘채권시장의 튼튼한 버팀목이자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출범 2년째를 맞고 있는 채권평가회사들의 사정은 전반적으로 어렵다.
한국채권평가 역시 올해도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채권 가격정보에 대해 적정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식이 여전히 부족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율도 많이 떨어졌다.
김 사장은 비즈니스 초기인 만큼 적자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김 사장은 미국 예일대에서 채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귀국해서는 금융연구원에서 16년간 금융정책 분야 연구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 사장은 우리 금융산업이 아직도 단기 승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안타까워한다.
그는 “IMF 직전에는 너도나도 국제금융에 매달리더니, 지금은 가계대출이 잘된다고 또 가계대출로 몰려든다”며 “단기간의 승부에 집착하다보면 오히려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벤처기업들의 몰락이 바로 그런 경우”라며 “벤처는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5~10년은 지나야 하나의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연구원 생활을 접고 2000년 5월 회사 설립과 함께 경영인으로 변신한 김 사장은 “비즈니스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경쟁의 무서움도 깨닫는다.
자신이 흘린 땀으로 거둬야 하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뛰면서, 그는 삶에 대해 좀더 겸손해졌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40여명의 직원들이 모두 1년에 1회 이상 연수를 받도록 한다.
사내 북클럽을 만들어 책읽기를 권장하고, 매주 빼놓지 않고 교육 세미나도 연다.
직원들의 전문성에서 회사의 핵심가치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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