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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과기부 ‘프런티어21’ 속속 결실
[특집] 과기부 ‘프런티어21’ 속속 결실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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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초월!
‘BT+IT’ 무한 기술이 펼쳐진다


봄볕이 따사로운 4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자리잡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학연 연구동 3층의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 사업단(IMC) www.microsystem.re.kr 연구실은 겉보기엔 연구자료에 파묻혀 있는 여느 연구소와 다를 바 없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겐 한가로이 봄볕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올해로 창단 3년째를 맞아 1단계 사업평가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가 주도하는 미래 전략기술 육성·개발 프로젝트인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의 첫 사업단으로 선정된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 사업단이 3년간의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1단계 검증에 들어갔다.
이번 평가에 맞춰 소개된 사업단의 연구 성과물들이 상당히 흥미롭다.
콩알만한 크기에 먹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체 내부를 촬영해주는 내시경, 기존 컴퓨터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시계와 안경 형태의 입는 컴퓨터 등 듣기만 해도 호기심이 절로 발동하는 제품들이다.
이 사업단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지난 1999년 과학기술부는 선진국과 경쟁이 가능한 미래의 전략기술을 선택해 집중 개발하기 위한 대형 중·장기 프로젝트로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을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사업 착수 시점으로부터 10년 안에 시제품을 생산해 국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단 선정에 들어갔다.
99년 12월에 IMC를 비롯해 2개 사업단이 1차로 선정됐으며, 2000년 3개, 2001년 5개, 2002년 9개 등 지금까지 모두 19개 사업단이 선정됐다.
이들 사업단에는 10년 동안 연간 80억~13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은 2010년까지 모두 3조5천억원 가까운 돈이 투입되는, 과기부가 벌이는 가장 큰 프로젝트다.


이렇게 구성된 사업단은 정보기술(IT)과 의학 중심의 바이오기술(BT)을 결합한 차세대 제품 개발에 연구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3년여 개발 끝에 1단계 평가를 앞두고 일련의 성과를 올해 1월과 4월에 잇달아 발표한 것이다.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 사업단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선도 제품으로 내세운 첨단기술의 총아들은 어떤 것일까.



△ 캡슐형 내시경
세계 최소형, 성능 극대화

캡슐형 내시경은 사업단이 추진하는 2대 프로젝트의 하나이면서 빠른 시일 안에 상용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업단의 대표작품이다.
‘미로’(MiRO)라는 이름의 이 캡슐형 내시경은 사업단이 3년여 연구 끝에 지난 1월28일 내놓은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으면서 성능은 우수한 제품으로 꼽힌다.


캡슐형 내시경은 지름 1cm에 길이는 2.5cm로 일반 알약보다 조금 크다.
일단 삼키고 나면, 미로는 위장 연동운동에 따라 몸 속을 돌아다니며 식도와 십이지장, 소장 등의 출혈이나 궤양, 염증이나 암 등을 실시간으로 진단, 영상 정보를 외부로 전송한다.
미로는 8시간 정도 몸 속을 ‘탐험’한 뒤 항문으로 배출된다.


미로는 초소형 렌즈·카메라와 배터리, 몸 속을 비추는 발광다이오드(LED)와 영상전송장치로 이루어져 있다.
미로가 찍은 영상은 허리춤에 차는 외부 영상수신장치로 전달되며, 이 영상은 실시간으로 일반 PC나 PDA로 전송된다.
의사와 환자는 이렇게 전송된 영상을 보며 질병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
환자가 입은 특수조끼는 미로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있어, 미로가 몸 속 어디쯤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미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제품에 비해 크기를 줄인 반면 화질은 훨씬 우수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사업단쪽은 “기존 캡슐형 내시경인 이스라엘 기브이메이징의 제품은 영상이 불명확한데다 가격도 1억원 안팎으로 매우 비싸, 많은 환자들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업단의 미로는 시스템 구축비용이 기존 제품의 3분의 1에 불과한 데다 크기는 매우 작고 화질이 뛰어나, 실시간 영상 관찰과 진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캡슐형 내시경 개발로 사업단은 의료 시스템의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로의 국산화율은 95%다.
설계에서부터 렌즈와 통신, 배터리 등 핵심기술과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현재 상용화한 내시경의 종류는 20여가지에 이르지만, 이중 국산은 하나도 없으며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미로는 기존 내시경 검사에서 환자가 느꼈던 구토감이나 메스꺼움 등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악성 종양과 같은 질병의 조기 발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단이 추정하는 캡슐형 내시경 관련 시장은 국내의 경우 연간 5천억원, 세계적으로는 7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에 따라 사업단은 2단계 사업에서 캡슐형 내시경의 기능 개선에 주력하는 동시에 이를 하루빨리 상용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초에는 박종오 단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가 튀빙겐 의대팀과 함께 인체 실험에 본격 들어갔다.
박종오 단장은 “임상실험이나 식약청 승인 등이 남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로를 세계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사업 파트너”라며, “의료시장의 특성을 잘 알고 자금력도 풍부한 몇몇 대기업과 상용화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 마이크로PDA
입는 컴퓨터…응용 연구 활발

마이크로PDA는 지난 4월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03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심포지움 & 전시회’에서 사업단이 발표한 손목시계형 개인정보 통합단말기다.
마이크로PDA는 본체와 디스플레이, 입력장치와 배터리로 구성돼 있다.
손목시계 모양의 본체 크기는 65×53×23mm에 불과하다.
전원으로는 @MEMS 연료전지@를 사용하는데, 일반 휘발유 라이터처럼 액체 상태의 연료를 넣으면 전원을 보충할 수 있다.
입력장치로는 서명 인식 기능이 들어 있는 펜을 사용하며, 안경처럼 생긴 디스플레이를 통해 화면을 볼 수 있다.
“화면 해상도는 PC와 같은 수준”이라고 사업단쪽은 설명했다.


하지만 마이크로PDA에 대해서는 사업단쪽이 부여하는 의미가 캡슐형 내시경과 사뭇 다르다.
이번 제품에 대해서는 “앞으로 10년 뒤 미래의 개인정보 통합단말기의 모델 또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를 당장 상용화하긴 힘들다”고 말한다.
이번에 발표한 마이크로PDA를 ‘원형’으로 삼아, 관련 업체가 다양하게 응용해 상용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사업단쪽은 설명한다.
실제로 사업단은 손목시계형 대신 팔찌형 본체도 연구하고 있으며, 입력장치도 지금의 펜 모양 대신 반지처럼 더 작고 편리한 형태로 바꾸려고 구상중이다.


이와 같이 마이크로PDA가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그 시장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단이 추정하는 규모는 연간 20조원 안팎이다.
여기에 신제품과 부품 개발로 인해 다양한 벤처기업이 등장할 것이며, 세계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템 통합화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더 큰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업단이 내놓은 성과물은 상당수다.
이번 전시회에서 마이크로PDA와 함께 발표한 ‘실시간 위장질환 진단용 마이크로 냄새 센서’는 위 내시경에 장착해 쓰는 초소형 위장질환 진단장치다.
크기가 1×3×2mm에 불과하며, 인공 후각센서를 이용해 위장 안의 특정 냄새를 감지해 위장질환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1년 9월에는 캡슐형 내시경의 전신인 의료용 대장내시경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학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밖에 IMT2000용 휴대전화 단말기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핵심부품과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세포 수 측정기계 등 마이크로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IT-BT 결합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표 참조) 하나같이 기존 제품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응용가치가 있는 작업들이다.



1단계 평가에 맞춰 나온 사업 성과물들에 대해 사업단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과기부의 지원을 받는 다른 사업단들에 비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줬다는 데 고무된 모습이다.
하지만 사업단의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캡슐형 내시경의 경우 2단계 사업에선 자율 주행기능을 덧붙일 예정이다.
지금의 미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대장의 연동운동에 따라 몸 속을 돌아다닐 뿐이다.
앞으로 앞뒤로 움직이거나 정지하는 기능을 추가하면 좀더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부위를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사업단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크기와 무게도 더 줄여야 한다.
사업단은 연구가 끝나는 2010년에는 지름 0.8cm, 길이 2cm까지 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금처럼 눈에 보이는 영상만 찍는 게 아니라 숨겨진 부분까지 투과해 찍을 수 있는 비가시광 촬영기능도 덧붙일 예정이다.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개선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업체와 협력도 중요하다.
이들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를 앞당기는 일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사업단쪽은 “비즈니스 모델과 협력업체만 선정되면, 인체 실험과 식약청 승인 등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며 언제든지 상용화할 준비가 이미 끝났음을 내비쳤다.


사업단의 또 다른 핵심과제인 마이크로PDA는 응용 분야를 하루빨리 설정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단쪽은 “1단계 사업에선 응용 분야를 확실히 정하지 않아 제품을 구체화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2단계부터는 캡슐형 내시경과 결합한 바이오메디컬 분야로 제품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업단의 밑그림이 완성되는 2010년께 모습을 살짝 엿보자. 크기가 더욱 작아지고 자체 동력을 지닌 캡슐형 내시경이 몸 속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
실시간으로 무선으로 전송된 영상을 3차원 가상화면으로 보면서 환자는 위궤양이 부쩍 심해졌다는 마이크로PDA의 진단을 받아 든다.
동시에 적정 치료법 설명과 실제 치료 행위가 정보단말기를 통해 이뤄진다.
이밖에 환경호르몬을 체크하거나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일도 마이크로PDA의 몫이다.
TV나 휴대전화, 게임기 기능을 통합하는 일은 기본이다.
10년 안에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 사업단이 만들어낼 미래다.





* 용어해설 *
MEMS 연료전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기술로 제작된 연료전지. MEMS란 초소형 기계, 초소형 장치를 이르는 말로, 반도체 기술에서 파생한 것이다.
좁은 면적에 수많은 전자부품을 배열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공정과 비슷하지만, 반도체가 2차원인 반면 MEMS는 3차원 공간에 배열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현재는 잉크젯 프린터 헤드나 자동차 에어백용 충돌 감지장치 등에 응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가전과 우주산업, 의료분야 등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연료전지는 연료 수소와 공기중의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환경오염 부담이 적고 효율이 높아, 자동차나 가전제품 연료 등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연료원으로는 메탄올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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