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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④ 포항제철
[공룡들의e혁명] ④ 포항제철
  • 박종생
  • 승인 2000.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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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인터넷이 세상을 움직인다
철강과 인터넷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무쇠를 단련하는 거대한 용광로와 광통신으로 이어지는 첨단기술을 연결시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철강은 요즘 인터넷과 조화를 이뤄 크게 변하고 있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포항제철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우선 철강 판매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포철은 철강 재고품 판매를 위해 지난 8월30일 스틸앤닷컴www.steel-n.com 이라는 사이버 마켓을 열었다.

포철 사이버 경매방식 도입…고객사 큰폭 증가, 유통마진 감소로 고객 이익 창출 이곳에서는 열연, 냉연, 후반 등 재고품들을 경매 방식으로 판매한다.
포철에서 철을 구입하려는 업체들은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 사이트에 들어가 경매에 참여하면 된다.
이 사이트는 개설한 지 두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먼저 이 사이버 마켓의 실적을 한번 살펴보자. 8월30일 개설부터 10월23일 현재까지 실적이다.
판매량은 종전 9만톤에서 10만1천톤으로 11% 증가했으며, 등록고객 수는 종전 300개사에서 970개사로 급증했다.
판매단가도 종전 t당 33만4천원에서 35만2천원으로 상승했다.
스틸앤닷컴, 개설 두달 만에 고객사 970개로 급증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등록고객 수다.
(<표 1> 참조) 스틸앤닷컴을 열기 전에는 포철에서 재고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업체는 300개사로 제한돼 있었다.
국내에서 거의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철은 업무 편의상 이런 제한을 해왔다.
하지만 스틸앤닷컴을 열면서 이런 제한을 풀었다.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춘 기업이면 모두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두달도 되지 않아 고객수가 3배 이상 늘어났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대리점이나 유통업체를 통해 철을 공급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포철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철 유경렬 상무는 “인터넷을 통해 포철이 실제 고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판매단가가 인상된 것은 언뜻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판매단가가 t당 33만4천원에서 35만2천원으로 1만8천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구매를 하는 사람들은 중간 유통마진이 없어져 이전보다 물건을 싸게 구매하는 셈이다.
포철은 처음에는 판매단가가 올라가자 당황했으나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한 결과 실제로는 실수요자들이 싼 가격에 사는 것을 발견했다.
유통상을 경유할 경우에 견주어 1만5천원이나 저렴했다.
스틸앤닷컴 개설 이후 포철에서 처음으로 직접 물건을 구매한 부산 풍국철강 임문갑 상무는 “이전보다 물건을 8% 정도 싸게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장으로 공급업체와 수요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철강 유통상들의 변화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인터넷 등장 초기에는 인터넷이 공급자와 수요자간 직거래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상인들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중간 유통상들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포철 스틸앤닷컴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
유통상들은 이전에는 121개사였지만 현재는 641개사로 증가했다.
철강업 특성상 수요자들은 소량을 원하지만 공급자는 대량판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상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는데다 등록고객이 급증한 탓에 유통상들도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도 적지 않다.
포철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고객들을 대할 때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철을 사려는 수요자는 많은 반면 공급량은 제한돼 있는 탓에 고압적인 자세로 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이버 마켓을 열면서 이런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다.
사이버 판매 전면 도입 위해 내부 시스템 혁신중 스틸앤닷컴을 통해 판매되는 양은 해마다 2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포철의 연매출이 12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철은 앞으로 정품에도 사이버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기는 내부 시스템이 준비되는 내년 9월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사이버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기존 방식대로 판매한다.
포철 유 상무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지난 25년 동안 관계를 맺어온 대형 고객들에게는 굳이 사이버에서 팔 필요가 없다.
기존에도 직접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 고객들은 사이버로 옮기면 불편해할 것이다.
포철 전체 매출의 10%만 사이버에서 판매한다고 해서 이것이 적은 물량은 아니다.
연 1조원이 넘는 거대한 규모다.
” 포철은 주력 품목들을 사이버에서 팔려면 내부 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객이 주문을 했는데, 내부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으면 생산은 물론 인도에도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주문-생산-공급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포철은 이 프로젝트를 ‘PI’(Process Innovation)라고 부른다.
주요 내용은 고객사에 대한 판매계획 통보를 분기 개시 시점에서 45일 전으로 앞당기고, 납기 응답시간을 2, 3일에서 6초 이내로 단축하며, 주문 리드타임을 30일에서 14일로 줄인다는 것이다.
내부 혁신의 바탕 위에 고객, 공급사 등의 외부 프로세스와 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포철 유상부 회장은 이 PI 프로젝트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 회장은 지난 98년 3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맨 먼저 기업 내부구조 진단에 나섰다.
그 결과 포철의 기존 시스템은 부문별 최적화를 지향하고 있어 인터페이스가 많아 요즘처럼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그해 12월31일 PI실을 발족시켰다.
유 회장은 “기존의 프로세스, 시스템, 조직, 기업문화 등이 e비즈니스 환경으로 변화해야 진정한 e비즈니즈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며 “오프라인 기업의 e비즈니스 접목은 기업의 모든 부문을 고객 입장에서 재점검해 기업역량을 고객 중심으로 총체적으로 혁신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워콤 인수로 신성장 엔진을 달겠다” 포철은 인터넷을 기존 사업에 접목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IT(정보통신)를 포철의 새로운 주력사업 중 하나로 키우려는 욕심도 갖고 있다.
철강산업은 고성장시대를 마감하고 이미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철강소비 증가율이 80년대 11.8%에서 90년대 6.6%, 2000년대는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포철은 철강산업의 성장한계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엔진의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최근 파워콤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포철의 IT 산업 진출 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89년 시스템통합 업체인 포스데이타를 설립한 것이나, 91년에 소프트뱅크코리아를 재일동포 사업가 손정의씨와 함께 설립한 것, 92년에 PC통신 포스서브를 운영한 것 등이 그 예다.
또 94년에는 신세기통신을 코오롱과 함께 설립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이 모두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소프트뱅크코리아 지분은 삼보컴퓨터에 넘겼으며, 포스서브는 한전에 매각했다.
또 신세기통신은 SK에 매각했다.
포스데이타도 94년 이후 투자를 소홀히 해 업계 선두에서 밀려난 상태다.
포철 관계자는 “파워콤 인수전에 참여하려는 것은 이 사업이 거액의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기간통신산업으로서 공공적 성격이 강해 포철의 기업성격과 유사한데다 포철의 장기 성장전략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철이 과연 IT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지만, 포철이 IT 산업에 기울이는 애정은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포철 B2B 추진 전략(자료:포철)
구매표준품목 B2B한국통신, 한진, 현대 등 26개 회사와 공동으로 'eN to B' 설립
(2000년 8월 29일)
맞춤품목 B2B2001년 4분기 개시 예정
판매재고품사이버 경매 방식
정품2001년 4분기 개시 예정
“가치경영을 추구하겠다” 유경렬 포항제철 PI·정보시스템 담당 상무 >포철은 기업 특성상 IT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 포철에는 80여개 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간에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포철은 전산시설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다. 국내에서 대용량 컴퓨터, 광케이블을 처음 사용한 게 포철이다. 포철은 이미 87년부터 300여개의 주요 고객사와 VAN을 설치해 활용해온 기업이다. >사이버 마켓 개설로 얻은 최대 이점은 무엇인가. 고객과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포철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도 고객들에게 환영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사이버 경매를 두달 시행한 결과 유통마진이 많이 없어짐에 따라 포철과 고객이 모두 ‘win-win’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통상인의 마진이 고객사에 돌아간 것이다. 인터넷은 포철이 고객에게 한발짝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에서는 철강업체들이 공동으로 e마켓플레이스를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포철은 세계 시장을 뚫기 위해 이런 합작사에는 참여할 의향이 없나. 세계 철강 e마켓플레이스는 대개 철강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것(e스틸닷컴)과 철강 유통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것(메탈사이트닷컴)이 대표적이다. 이런 업체들에서 우리 회사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고민 끝에 독자적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올 3월 유상부 회장은 ‘주방장 논리’를 내놨다. 이것은 포철이 철을 생산해 이들 웹사이트에 제공하면 결국 이들 웹사이트들이 식당주인이 되고 우리는 주방장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포철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e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다. >포철이 PI와 e비즈니스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치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가치경영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e비즈니스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경영의 투명성과 기민성이다. 이것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핵심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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