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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시장 무시한 환율정책
[커버]시장 무시한 환율정책
  • 박득진 기자
  • 승인 2008.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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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어처구니없는 ‘환율 쇼’ 감상법 올해 3월, 강만수 최중경 두 인물이 복귀했다.
외환위기(IMF)의 쓰린 상처로 공직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던 인물들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우선, 환율주권론, 감세론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강 장관은 지난 2월 29일 첫 기자회견에서 “내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대운하가 그 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은 경제적 주권의 방어 수단이자 전쟁”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최틀러라 불리던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은 환율 방어를 위해 수십조를 거뜬히 투입했던 인물이다.
최 차관 역시 막대한 외환거래 손실의 책임을 지고 문책성 외유를 떠난 적이 있다.
망가졌던 그들의 화려한 복귀였다.
취임하자마자 파열음 터져 파열음은 바로 터져 나왔다.
3월 초 기자회견에서 강 장관이 성장 위주의 환율정책(원화 약세)을 주장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3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입장은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환율정책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지만 정부는 좀 더 종합적으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정책을 물가관리보다 성장관리 측면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이 말은 당시 논란을 일으켰다.
강 장관은 이에 덧붙여 ‘정부의 독자적 환율정책 수행과 고정환율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측은 의아해했다.
한은법에 환율정책은 기획재정부가 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한은은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협의해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강 장관의 발언은 ‘한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조차 환제도를 시장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고정환율제를 시사하는 것은 시장경제국가의 경제수장으로서는 부적절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정부도 시장플레이어 중 하나로 개입할 수 있지만, 정부가 환율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개입은 경제위기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연한 환율정책으로 스탠다드앤푸어스에서 1등급을 반은 한국은행은 기분이 나빠졌고 외환시장은 긴장했다.
강-최 라인이 복귀하고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역외세력들이 한국시장에서 달러 매수로 돌아섰다.
약달러에서 강달러로 전환한 것이다.
달러는 1년 4개월만의 최고치인 950원대로 급등했다.
세계경기와 국제유가를 무시한 한국의 환정책이 태풍을 향한 항해를 시작한 셈이다.
흔들리는 외환시장, 추락한 MB 747 고환율 정책 관련 발언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한 기획재정부는 3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제운용방안을 보고한다.
6% 성장, 일자리 35만개, 물가상승률은 3.3%로 밝혔다.
이날 기획재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6% 내외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규제개혁, 감세, 사회기반시설 확대 등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사안들이다.
또한 수출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향의 환율정책운용(원화가치의 저평가)에 확고한 소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대통령 업무 시작 1개월도 채 안 돼 1% 줄었지만 상당히 행복해 보였다.
외환시장은 네 자릿수(1천원) 환율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물가는 계속 자극받고 있었다.
3월 중순, 여기저기서 한국 경제는 ‘경고음’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때 환율은 네 자릿수를 넘어섰으며, 정부는 이명박 관리물가 50개 품목을 지정하기에 이른다.
강만수 장관은 3월 25일 한 강연에서 “경상수지가 악화되는데 환율이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맞았는데, 지금 그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환율 상승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외환시장은 헤매기 시작했다.
외환 당국이 개입에 나섰다는 소문만 돌면 장 마감 직전에도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외환가에서는 “환율이 안정된 움직임을 보여도 정부가 개입한다.
해외토픽감이다”라거나 “(외환당국이) 1주일 만에 달러당 40~50원 수익을 거뒀으니 대박 났다는 표현이 제격일 것”이라며 “당국의 개입으로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의 주머니가 털린 꼴”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환헤지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피해가 늘었고 환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강 장관은 4월 16일 다시 “환율에 대해 언론이 비판을 많이 했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환율이 1천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계속 악화되던 여행수지의 추세를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고환율 정책을 다시 강조하며 시장개입을 한 것이다.
강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위험회피를 위해 환율 헤징을 권고하는 은행을 ‘사기꾼’이라 말하며 싸잡아 비난했다.
정부의 이 같은 시장개입 발언들은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1/4분기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중 원/달러 환율의 평균 하루 중 변동폭은 10.8원을 기록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28일,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7·4·7공약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연평균 7% 성장에서 임기말 7% 성장으로 공약을 바꿨다.
출범 두 달 만에 이명박 정권은 공약 포기 선언을 한 셈이다.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성장률 하나만 가지고 경제정책을 평가할 수 없다’며 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 달이 지난 6월 4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와 당혹스럽다”며 “지난 4·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고 버틴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은…” 747에 대한 집착 여전 강만수 장관은 6월 10일 “새로운 상황을 감안해 금리와 환율을 운영해야 한다”며 “물가 때문에 안정이 우선 고려할 항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고환율-저금리’정책 기조는 버리지 않았다.
고환율 정책으로 불에 기름을 붓던 발언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도 8.3원 상승했고 한 외환딜러는 “이 발언만으로 큰 전환이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6월12일 한국은행 창립 기념 리셉션에 참석했다.
한은 창립 리셉션엔 정부에서 차관을 보내던 것이 관례였다.
경제부 수장이 직접 방문한 것은 7년 만이다.
한은에 대해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던 기획재정부가 잇단 정책실패로 사면초가에 놓이게 되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6월 말, 사회 각계와 경제학자들이 강만수 장관 해임요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4단체장까지도 강만수 장관에게 고환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7월 2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다.
여전히 정부는 고성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며,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성장률은 4% 후반으로 낮추고 물가상승률은 3.3%에서 4.5% 안팎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발표는 “물가안정책은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성장 위주였던 재정정책이나 환율정책에선 뚜렷한 변화를 읽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중경 차관은 7월 3일 “환율은 기본적으로 수급상태를 반영하며 지난 정권에서 환율이 비합리적으로 절상된 측면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환율정책 책임을 부인하고 참여정부 탓으로 돌렸다.
고환율 정책도 ‘노무현 정권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 정부는 참여정부 기록물 유출 논란을 강하게 어필했다.
사후약방문, 대한민국 환 관리 강만수 장관, 이성태 한은총재, 방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7월6일 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한은은 “불균형이 과도화되면 필요한 조치를 강력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풀겠다는 것이다.
7월7일 정부는 소폭 개각을 단행했고 최중경 차관이 물러났다.
강만수는 남고 최중경은 떠났다.
비판이 격해졌으며 강만수 장관의 해임 목소리는 높아졌다.
정부에서 꺼낸 카드는 ‘촛불’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장관,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 경제라인을 비롯해 경제와 상관없는 각 부처 장관까지 모두 ‘촛불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주장을 시작했다.
외환시장은 외환당국의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면서 패닉 상태에 들어섰다.
당국이 개입하면 순식간에 30원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은 200억달러 설, 60조설, 80조설 등 가늠하기 어려운 추측들이 난무했다.
정치·경제·언론·시민사회 모두 공권력과 공적 재산으로 ‘대대적인 진압’에 나선 것이다.
출범 초반부터, 정부는 그렇게도 ‘입’을 놀려 고환율을 달성했고, 그렇게 올려 놓은 환율을 ‘돈’으로 무식하게 때려잡았다.
5개월간 벌어진 정부의 환율 ‘show’였던 셈이다.
그 쇼의 상품은 참으로 다양하다.
한국은 원유값 상승 피해국 1등을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무능한 정부로 등극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졌다.
하지만 쇼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졌고 시장기능이 상실됐다.
시장경제의 원칙이 무너졌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이명박 정부 ‘환율 SHOW’ 일지
3월 4일 강만수 장관, ‘정부의 독자적 환율정책 수행과 고정환율제 도입’ 가능성 시사 3월10일 ‘6% 성장, 일자리 35만개, 물가상승률 3.3%’ 경제운용방안 대통령에게 보고 3월25일 강 장관, 고환율 우려 속 환율 상승 필요성 강조 4월16일 강 장관 “고환율 소신 변함 없다”며 시장개입 4월28일 연평균 7% 성장목표를 임기말 7% 성장으로 공약 수정 6월10일 강 장관 “안정이 우선 고려할 항목”이라면서도 여전히 ‘고환율-저금리’ 유지 6월12일 강 장관, 정책실패로 사면초가에 놓이자 화해 위해 한은 창립리셉션에 참석 6월 말 사회 각계와 경제학자들 강 장관 해임요구. 경제 4단체장, 고환율 문제점 지적 7월 2일 성장률은 4% 후반으로 낮추고 물가상승률은 3.3%에서 4.5% 안팎으로 상향 조정 7월 3일 최중경 차관, 환율정책 실패를 ‘노무현 정권 탓’으로 돌리는 발언 7월 6일 강 장관, 이성태 한은총재, 방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환율안정에 합의 7월 7일 최 차관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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