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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 쌍용정보통신 염정태 사장
[디지털리더] 쌍용정보통신 염정태 사장
  • 유춘희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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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은 그룹이 그대로 유지할 것"
지분 매각은 그룹 구조조정 차원...한국 IT사관학교 명성은 이을 것인가?
쌍용정보통신은 우리나라 정보산업계의 터줏대감이다.
국내 처음으로 SI(시스템통합)업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몇몇 앞선 기업들이 정보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한 81년 ‘쌍용컴퓨터’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20년 동안 국내 정보산업 발전에 한몫했다.
이 회사가 길러낸 인재가 IT업계에 수두룩한데, 대표이사 명함을 가진 사람만 30여명에 이른다.
‘한국 IT사관학교’란 별명이 거저 생긴 게 아니다.


쌍용은 SI, 아웃소싱, 네트워크통합(NI) 분야에서 특화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국방·통신·스포츠 프로젝트의 노하우는 누구도 넘보지 못한다.
지난 5월까지, 쌍용은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렸다.

이 기간의 경상이익이 213억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실적 51억원보다 네배나 증가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총매출 규모를 넘는 2170억원을 기록했다.
염정태(56) 사장은 이같은 고속성장의 비결을 구조조정에서 찾는다.
“97년과 98년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강점을 가진 사업에 집중하고, 기술력 향상에 주력한 것이 올해 실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프로젝트가 몰리는 하반기가 되면 경영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자신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이 회사에 변수가 생겼다.
외국업체 인수설이 또 등장한 것이다.
최대 주주가 쌍용정보통신 보유 주식을 해외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쌍용양회가 회사 지분의 67.4%를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코스닥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10월14일 이후 외국기업에 팔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갑자기 터져나온 게 아니다.
쌍용자동차 부채 때문에 겪고 있는 자금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우리 회사 주식을 매각한다는 계획이 그룹 구조조정안에 나와 있다.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20% 정도의 지분만 남겨두고 매각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외국기업에 팔아넘기는 방식은 아니다.
쌍용정보통신은 그룹사 가운데 가장 기술력이 높고 재무구조도 건실하다.
경영권이 외국기업으로 가는 일은 절대 없다.
구체적으로 얘기되는 인수 기업이 있는가. 난 전혀 모른다.
대주주 뜻대로 움직일 뿐이다.
많은 외국기업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사실이다.
매각대상은 IT기업일 수도 있고 금융회사일 수도 있다.
우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중립적이기 때문에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
관심을 보이는 외국 IT업체 사람을 만난 적은 있지만, 누군지 밝힐 수 없다.
특히 국방 분야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올해 경영성과가 좋은데, 어디서 연유하는 것인가. 국내 정보산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로서 조직 속에 기술과 노하우가 배어 있다.
주력사업인 국방, 통신, SI 사업이 투자단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단계에 들었고, 솔루션 사업인 GIS, CRM 사업도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또 인터넷 기반 사업이자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NI 시장의 성장이 실적 향상에 반영됐다.
경쟁업체들은 e-비즈니스 관련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쌍용은 어떤가. 우리는 직접 금광을 찾기보다는 고객이 금광을 찾을 수 있도록 환경과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쪽으로 나갈 것이다.
인터넷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다.
올해 초, 사내 여러 조직이 산발적으로 수행해온 e-비즈니스를 통합 관리하도록 e-비즈니스팀을 신설했다.
여기서 유무선인터넷 보안 솔루션 사업과 B2B 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선진업체와 제휴, 유망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맡아 한다.
한국통신과 인터넷 기간망 구축, 네트워크 기반 구축, 인터넷 장비 개발 등 통신 네트워크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ASP 사업을 위해 데이터 센터도 최근에 크게 넓혔다.
국방 SI 사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걸로 안다.
국방 SI는 SI 기술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
공군과 해군의 핵심 전략방위시스템 구축 사업에 이어 육군의 가상 전투훈련장 구축 사업, 올해 육해공군의 C4I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I 사업능력 수행 평가척도인 SPICE 심사에서 지난해 국내 최고수준인 ‘레벨 3’를 획득해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국방 SI는 제휴사인 휴즈나 레이시온과 함께 해외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하드웨어를 공급하면서 SI 사업을 하는 것은 반칙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고객이 원한다면 직접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쟁력 없는 제품을 들이밀지는 않는다.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솔루션이 뭔지 설계하고, 시스템 운용까지 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제품을 안다.
하드웨어의 결함을 보완해줄 능력도 있다.
시퀀트 서버와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이제 공급권 독점도 없어졌고, 하드웨어 공급은 다른 SI 업체도 하는 일반적 추세다.
대형 프로젝트에서 SI 업체의 출혈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특화한 분야로 나가지 않고 모든 걸 다하겠다는 생각이 문제다.
그룹사 매출 비중이 크다보니 큰 사업만 보면 눈에 불을 켠다.
쌍용은 그룹사 시스템관리(SM) 비중이 20%도 안된다.
SI 업체들이 협력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 모든 걸 하지 말고 발전된 분야를 나눠서 맡는 게 어떨까. 우리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중립적이어서 SI 업체끼리 경쟁할 때 중간에서 조정할 능력도 있다.
듣기 싫든 좋든 바깥에서는 쌍용을 인재사관학교라고 부른다.
왜 좋은 인력들을 놓치나.
이쪽 업계는 전반적으로 인력 유동성이 크다.
조직과 개인의 생각이 딱 들어맞지 않으면 나가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쌓은 노하우를 밖에 나가서 펼치겠다는 데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주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SI 업체는 중소업체와 협력해서 그들이 개발한 것을 써먹어야 한다.
우리의 자금과 그쪽 기술을 통합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
그래도 인재를 빼앗기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술인력을 유지하고 우수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인력관리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벤처식 경영을 도입했다.
완전연봉제에 직급은 없애거나 줄이고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했다.
코스닥에 등록하기 전에 우리사주를 가진 직원에게 유상증자도 좋은 조건으로 해줬다.
현재 사업이 안정적으로 가고 있으니까 직원을 거기에 맞게 대우할 수 있는 융통성이 커졌다.
실제로 벤처로 갔던 직원 10여명이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주주들이 주가에 관심이 많은데, 가치를 높일 방안은. 정통 SI 업체 중 최초로 코스닥에 올라갔다.
기업을 공개한 만큼 성장의 과실을 개인주주와 공유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기술력과 사업구조, 재무 안정성, 실적 측면에서 부족한 게 없다.
그것이 제대로 주가에 반영돼야 한다.
전체 시장의 침체가 문제인데, 우리의 적정주가는 20만원 정도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실적이 주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수익성 극대화에 주력할 것이다.
경영성과를 주주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자주 갖겠다.
IT 전문가가 아닌데 회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입문 1년8개월인데 이젠 전문가로 불러줘도 되지 않나. SI는 사회, 기업, 단체, 공공기관, 사회 모든 분야를 발전시키는 비즈니스다.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찰, 분석해 생산성을 높일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SI 사업이다.
이런 회사를 경영하려면 사회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더 필요하다.
기술력보다 그것이 더 우선이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열정적인 추진력과 깔끔한 마무리
염정태 사장은 마산 출신으로 서울 경복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68년 쌍용양회에 입사하면서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쌍용중공업과 (주)쌍용 상무이사, 쌍용 일본법인 사장, 쌍용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98년 10월 쌍용정보통신 사장으로 오기 전까지 쌍용양회 부사장 겸 그룹 해외사업추진위원장으로 있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뒷마무리가 깔끔하다는 평이다.
직원들에게 거리감없이 다가가는 소탈한 성격이다.
점심시간에 약속이 없으면 회사 근처 식당을 즐겨 찾고, 직원과 대화를 즐기는데, 이런 과정에서 듣는 건의사항과 각종 아이디어를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이 남다르다.
창의력 있고 혁신적 사고를 지닌 사원을 중용하는 스타일. 기업의 최고목표는 이익 창출이며, 창출된 이익은 주주와 종업원, 고객의 이익으로 나눠져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매주 서울 근교 산을 찾고, 골프는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경우에만 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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